탐정 유강인 21_27_야간 수색과 발견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이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보랏빛 노을이 지면서 어둠의 무리가 하나둘씩 몰려왔다. 하늘에서 두꺼운 이불이 폭삭 내려앉은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미간을 모았다.


어둠은 범죄와 친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범죄가 어둠을 틈타 벌어졌다.


그래서 또 무슨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불길함이 한층 배가됐다.


차들이 더욱 속도를 높였다. 차바퀴가 정신없이 돌아갔다. 바퀴가 빠질 것만 같았다.


극단폭풍에 점점 가까워졌다.


진봉산은 어느 곳보다 공기가 깨끗한 곳이었다. 근처에 공장이나 아파트 같은 대규모 단지가 없었다. 그래서 하늘에서 별이 잘 보였다. 은하수가 보라색 수를 놓았다.


형형색색의 각종 보석을 하늘에 박아 놓은 거 같았다.


극단폭풍은 적막했다.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새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어둠의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극단폭풍 야외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안전하게 주차한 후, 사람들이 내렸다.


주차장에 커다란 차 한 대가 있었다. 강천 경찰서 기동대 버스였다. 수사팀이 도착하자, 차 문이 활짝 열렸다. 기동대 경찰들이 차에서 내렸다. 모두 40명이었다.


한산했던 야외 주차장이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 대신 사람의 발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모두 모여라!”


기동대장이 버스 앞에서 크게 말했다. 대원들이 기동대장 앞에 모두 모였다.


“아주 좋아!”


기동대장이 칼처럼 정렬한 부하들을 보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 유강인을 비롯한 수사팀이 있었다. 기동대장이 유강인 앞으로 걸어가 절도있게 경례를 붙이고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기동대장입니다. 지시하신 대로 수색 준비를 마쳤습니다. 10분 전부터 유탐정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기동대장에게 인사하고 답했다.


“감사합니다, 기동대장님. 지금부터 진봉산 일대를 수색하겠습니다.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산속은 아주 깜깜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기동대 대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답했다. 그가 뒤로 돌아섰다.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진봉산 수색을 실시한다. 이곳은 저번에 왔던 곳이다. 높지 않은 산이다. 수색에 큰 무리는 없다.

작전은 다음과 같다. 극단 뒤편 산길을 타고 능선까지 오른 후 능선을 따라서 천천히 이동한다. 야간 수색인 관계로 산길로만 수색을 실시한다.

2인 1조로 조원끼리 항상 소통한다. 혹 조원이 사라지면 팀장에게 보고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기동대 경찰 40명이 크게 답했다. 그들은 모두 수색 장비를 들고 있었다. 커다란 랜턴과 예비 배터리, 탐침봉, 무전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수색 준비가 모두 끝나자, 경찰들이 극단 뒤편으로 이동했다. 극단 뒤편에 진봉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있었다. 조인수를 찾으러 올랐던 길이었다.


“수색대가 움직입니다.”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긴장감이 서린 목소리였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수사팀과 장철수 단장이 따랐다.


잠시 말없이 걷던 이진환 형사가 입을 열었다.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산속에 … 용의자 둘이 과연 있을까요?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유강인이 산속 어둠을 쏘아보며 답했다.


“정황상, 둘은 진봉산 산속에 있을 겁니다. 조인수처럼 진봉산에서 봉변을 당했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가 황급히 말했다.


“유탐정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둘이 이미 죽었다는 말인가요? …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없나요? 하수인을 꼭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유강인이 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거 같았다.


이진환 형사가 타오르는 긴장감을 주체할 수 없는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유강인의 추리는 명확했다. 윤미래, 최상일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그게 카르멘의 뜻이라면 둘은 그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젠장!”


이진환 형사가 거칠게 말을 내뱉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강인의 말이 너무나도 섬뜩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사망자를 예고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이형사가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는 유강인의 추리가 틀리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유강인의 눈빛이 너무나도 예리하게 빛났다. 그 추리가 틀릴 거 같지 않았다.


30초의 시간이 지났다.


이진환 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미래와 최상일마저 죽는다면 이번 사건에서 사망자는 총 네 명입니다. 부상자는 두 명이고요.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카르멘을 빨리 잡지 못하면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늘어날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신기훈 형사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선배 뒤에서 걷고 있었다. 신형사가 말했다. 당혹감이 서린 목소리였다.


“아이고! 정말 큰 일이네요.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풍선이 점점 커지는 거 같아요. 작은 풍선이 아니라 대형 애드벌룬이에요.”


유강인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맞습니다. 사건이 풍선이 아니라 대형 애드벌룬처럼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 사건은 실수였습니다. 이 모든 일의 주동자인 카르멘은 그 누구도 죽일 의도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호세 장호일이 비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카르멘은 조인수의 칼을 소품용 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진검이었습니다.

이후 카르멘은 제정신이 아닌 거 같습니다. 정황상 장호일을 아꼈던 거 같습니다. 아끼는 사람을 실수로 잃자, 미쳐 날뛰는 거 같습니다.

장호일 죽음을 하수인에 불과한 조인수에게 묻더니, 오늘 천장에서 조명 장치를 떨어트려 여배우 둘을 다치게 했습니다. 오늘 벌어진 사건은 한마디로 테러였습니다.

한창완, 윤미래, 최상일이 테러를 자행했지만, 그들은 주동자가 아닙니다. 카르멘이 주동자고 그들은 하수인에 불과합니다.”


“맞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카르멘이 조인수처럼 윤미래와 최상일마저 죽일 거 같습니다. 그 입을 영원히 틀어막기 위해 독한 수를 쓸 거 같습니다.”


무시무시한 소리였다. 유강인의 말에 따르면 카르멘은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그 악독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호일이 죽은 후, 카르멘이 숨겨왔던 발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베일에 싸인 악의 화신이었다. 그 정체를 철저히 숨기다가 그 포악성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 이유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평상시에 미운털이 박혔던 사람들을 이번 기회에 해치우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카르멘이 본격적으로 마수를 드러낸 이상, 그를 잡아야 했다. 어떻게든 반드시!


수색대가 랜턴을 훤히 켜고 산길을 올랐다. 산속이라 아주 깜깜했다. 수풀도 울창해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커다란 랜턴이 어둠을 훤히 밝혔다. 성능 좋은 랜턴이라 야간 수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사각사각! 발소리가 계속 들렸다.



기동대 경찰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산을 계속 올랐다.


밤이 점점 깊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풀 밟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 간혹 툭! 하며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기동대 경찰을 따라서 산을 조심스럽게 오르던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CCTV 통제 센터에서 연락이 왔나요?”


이형사가 답했다.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용의자 모습이 CCTV에 잡히지 않은 거 같습니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산속에 용의자 둘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산속을 철저히 수색해서 둘을 찾아야 합니다.”


이진환 형사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오늘 밤 찾을 수 있을까요? 산속이 너무 깜깜합니다.”


유강인이 정색하고 답했다.


“그래도 수색은 멈출 수 없습니다. 일단 산길을 따라서 수색하겠습니다. 밤이라 용의자들도 산길을 따라서 움직일 겁니다.

용의자 둘은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위험한 상태입니다. 둘을 어서 찾아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잘 알겠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도망친 용의자 둘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잠시 후, 수색대가 울창한 산길을 다 올랐다. 능선에 올라 10분간 휴식을 취했다. 모두 시원한 물을 마시고 열량 높은 과자를 먹으며 떨어진 체력을 보충했다.


수사팀도 마찬가지였다. 산행의 피로를 풀어야 했다.


황수지가 배낭을 열었다. 커다란 자두 맛 사탕을 꺼내서 동료에게 나눠줬다.


유강인이 커다란 자두 맛 사탕을 받고 입에 넣었다. 단맛을 느끼며 와그작와그작 깨물었다. 사탕이 여러 조각으로 깨지자, 입안으로 단맛이 쏟아졌다.


“아주 좋군.”


유강인이 미소를 지었다. 정신이 말짱해진 듯 두 눈빛이 사파이어처럼 초롱초롱해졌다.


10분 후 휴식 시간이 끝났다.


수색대가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기동대장이 능선길을 쭉 살폈다. 능선길은 완만했다. 수색에 무리가 없었다. 대신 올라온 길 맞은편은 경사가 급했다. 추락의 위험이 있었다.


기동대장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올라온 길 맞은편은 경사가 급하다. 그쪽은 특히 조심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기동대 경찰들이 답했다.


다시 야간 수색이 시작됐다. 능선길은 폭이 좁았다. 한 명씩 걸어야 했다.


기동대장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모두 일렬횡대로 천천히 움직인다.”


“네, 알겠습니다.”


기동대 경찰들이 답했다.


“1팀장이 맨 앞으로 이동해서 부대를 이끈다. 뒤따라가는 대원들은 능선 옆을 랜턴으로 살핀다.”


“네!”


기동대 경찰들이 답을 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평상시 훈련이 잘되어 있는 거 같았다.


발소리가 들렸다.


수색대가 일렬횡대로 줄을 서고 천천히 움직였다. 1팀장이 커다란 랜턴을 들고 앞장섰다.


그 모습을 보고 황정수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이제 능선 수색이네요. 능선을 따라가면 뭐가 있겠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밤이 깊어지자, 산바람이 점점 차가워졌다. 찬 바람이 씽씽 불기 시작했다. 옷깃을 끝까지 올려야 할 정도였다.


“아이고 추워라!”


황정수가 몸을 달달 떨었다. 산 등줄기인 능선이라 바람이 매서웠다. 평지 바람과 차원이 달랐다. 수십 개의 작은 칼날이 몸속으로 헤집고 들어와 마구 돌아다니는 거 같았다.


“음~!”


유강인이 심한 한기를 느끼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밤이 깊어가면서 바람이 아주 차졌다. 그래서 수색이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수색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자정까지는 어떻게든 수색을 진행해야 했다.


다시 10분이 지났다.


수색대가 어둠 속에서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치 올빼미 눈 같았다. 모두 젊은 사람들이라 추위를 잘 참았다.


대원들이 능선을 따라가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렇게 뭔가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을 때


그때! 한 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순경이었다.


“대장님! 저기에 뭔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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