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28_세 번째 시신과 윤미래 배우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뭐, 뭐라고?”


기동대장이 부하의 보고를 받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애타게 기다리던 말이었지만, 긴장되는 말이기도 했다. 테니스공처럼 커진 눈망울로 급히 달려갔다.


급한 발소리가 능선 길에 울렸다.


“탐정님, 드디어 뭔가를 발견한 거 같아요.”


황정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그런 거 같아.”


유강인이 답을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깊은 밤 산속에서 긴장감이 터질 듯이 흘러내렸다.


유강인의 입술이 말라 갔다. 수분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가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조수 둘도 마찬가지였다. 형사 둘도, 장철수 단장도 입술에 침을 묻혔다.


긴장감이 클수록 몸속 수분이 빨리 증발하기 마련이었다.


“저깁니다. 저기에 뭔가가 있는 거 같습니다. 사람 형체가 보여요.”


최초 발견자 순경이 랜턴으로 한 곳을 비췄다. 그곳은 능선길에서 10여m 떨어진 가파른 산비탈이었다.


급히 달리던 기동대장이 걸음을 멈췄다. 랜턴이 비추는 곳을 확인했다. 어슴푸레 뭔가가 있는 거 같았다.


그 모습이 커다란 돌덩이 같았지만, 웅크린 사람 모습 같기도 했다.


기동대장이 급히 근처에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어서 랜턴을 모두 비춰!”


“네, 알겠습니다.”


대원들이 너도나도 랜턴을 들었다. 최초 발견자 순경이 지목한 가파른 산비탈을 비췄다.


많은 랜턴 불빛이 한곳으로 모이자, 빛이 중첩되며 그 빛이 매우 강렬했다.


그러자 뭔가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건 사람 형체였다. 가파른 산비탈에 사람 하나가 엎어져 있었다. 산비탈을 구르다가 멈춘 거 같았다.


“저, 저건 사람이야!”


기동대장이 놀란 목소리로 급히 외쳤다. 그 소리가 컸다. 등대처럼 어둠을 밝히는 소리였다.


“드디어!”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급히 움직였다. 용의자를 발견한 게 분명했다. 그 뒤를 수사팀과 장철수 단장이 따랐다.


한동안 정체됐던 상황이 숨 가쁘게 전개됐다.


사라진 용의자 중 한 명이 진봉산 산비탈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유탐정님이 오신다. 어서 길을 비켜!”


2팀장이 외쳤다. 이에 대원들이 능선길에서 산비탈로 내려갔다. 길이 훤히 뚫리자, 유강인이 있는 힘껏 내달렸다.



탁! 탁! 발소리가 능선길에 울렸다.



능선길을 휘감았던 바람이 점점 잦아들었다. 찬바람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깊은 밤에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어서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저 앞 능선길에 기동대장과 대원 다섯이 서 있었다. 능선 아래 산비탈을 랜턴으로 비추고 있었다.


한 대원이 가파른 산비탈로 내려갔다. 뭔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10초 후, 유강인이 기동대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님! 키 크고 마른 남자가 엎어져 있어요. 얼굴에 상처가 많습니다. 숨을 쉬지 않아요. 이미 죽은 거 같습니다.”


“젠장!”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 키 크고 마른 남자라면 조명 스태프 최상일이었다. 용의자 최상일이 죽은 게 확실했다.


그렇게 유강인이 커다란 긴장감을 느꼈을 때,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움찔했다. 뒷골이 서늘해진 거 같았다.


“흐흐흐!”


그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건 환청이었다. 배후 조종자 카르멘이 근처에 숨어서 웃는 거 같았다. 유강인을 조롱하듯 소리 없이 웃는 거 같았다.


“설마!”


유강인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걸어온 능선길과 어두컴컴한 숲속을 살폈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짙은 어둠 속에서 불길함과 오싹함만이 가득했다.


‘… 이건 어디까지나 느낌이야. 느낌일 뿐이야.’


유강인이 마음을 다잡았다. 깊은 산속이라 마음이 약해진 거 같았다. 그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정신 차렸다.


카르멘은 근처에 없었다. 울창한 수풀과 밤하늘을 수 놓은 은하수만 반짝거릴 뿐이었다.


“좋다!”


유강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멘! … 네 정체를 반드시 밝혀주마.”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목소리가 북극 한파보다 매서웠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수색 대원들이 급히 움직였다. 바지 주머니에서 흰 장갑을 꺼내 손에 끼고 가파른 산비탈을 내려갔다. 바닥에 엎어진 남자 옆에서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몸수색을 시작했다.


30초 후, 한 대원이 몸수색 중 지갑을 발견했다. 그 지갑을 들고 산비탈을 올랐다. 지구대장에게 지갑을 건넸다.


“지갑이구나!”


지구대장이 서둘러 흰 장갑을 끼고 지갑을 받았다. 지갑 내용물을 살폈다. 안에 신분증이 있었다. 신분증에 사진과 이름이 있었다.


죽은 자의 이름이 드러났다. 그의 이름은 최상일이었다. 1993년생으로 30대 초반이었다.


“최상일!”


지구대장이 최상일 이름 석 자를 크게 불렀다.


산비탈에서 엎어져 죽은 자는 용의자 최상일이 맞았다. 조명 스태프였다.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잠시 비참한 죽음을 애도했다.


지구대장이 지갑을 들고 유강인 앞으로 달려갔다. 그가 상황을 보고했다.


“유강인 탐정님, 산비탈에서 죽은 남자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한 결과, 최상일입니다.”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 근처에 다른 사람은 없나요? 윤미래 배우도 찾아야 합니다.”


“시신 근처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확실합니까?”


“랜턴으로 사방을 쭉 둘러봤습니다.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윤미래 배우는 다른 곳에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고개를 내렸다. 검은 바닥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차디찬 산바람이 인정사정없이 능선길을 덮쳤다.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옷자락이 나부꼈다.


기온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산속이라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30초 후, 유강인이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벌게졌다. 찬바람이 체온을 빼앗고 뺨을 때린 거 같았다.


기동대장이 오들오들 떨며 유강인의 말을 기다렸다.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최상일을 찾았으니 일단 수색을 종료하겠습니다. 지금 날이 너무나도 춥습니다. 어서 산 아래로 내려가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2차 수색은 내일 아침에 시작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날이 정말 춥네요.”


지구대장이 답하고 급히 움직였다. 날이 무척 추웠다. 계속 수색하는 건 무리였다. 1차 수색 종료를 부하들에게 알렸다.


“수색을 종료한다. 모두 산 아래로 내려간다. 어서 서둘러!”


“아이고, 이제 끝났구나.”


“날이 너무 추워.”


“그래, 동상 걸리겠어.”


대원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산속에서 가장 무서운 건 추위였다. 추위가 어둠보다 훨씬 무서웠다.


유강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빨리 산에서 내려가야 합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무릎이 얼어버리면 큰일입니다. 움직일 수가 없어요.”


“알겠습니다.”


수색대가 서둘러 능선길에 정렬했다. 인원이 모두 모이자 곧바로 이동했다. 올라왔던 길로 내려갔다.


수사팀과 장철수 단장이 그 뒤를 따랐다.


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올라갔다. 추위가 한풀 꺾였다.


산길을 내려가던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침통한 얼굴이었다.


“유탐정님이 말씀대로 … 최상일이 토사구팽 된 거 같습니다. 윤미래 배우도 마찬가지 신세겠죠? 윤미래 배우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아마도 최상일 시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 같습니다. 날이 밝으면 시신 근처 위주로 수색하세요. 그러면 성과가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게 1차 수색이 끝났다. 능선길 야간 수색이라 칠흑처럼 어두웠고 북극처럼 추워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상일 시신을 발견했다.


2차 수색은 내일 오전 8시에 예정됐다.


유강인이 산에서 내려왔을 때


극단폭풍 야외 주차장에 경찰차 다섯 대가 도착했다. 시신을 옮기고 주변을 감시할 인력이었다.


경찰 세 명이 두꺼운 외투를 껴입었다. 시신을 옮길 인원이었다. 그들 모두 핫팩을 비롯한 방한 대책을 철저히 갖췄다.


수색을 마친 기동대원이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무척 피곤해 보였다. 대원들이 다 올라타자, 버스가 바로 출발했다. 내일 수색을 위해 푹 쉬어야 했다.


수사팀과 장철수 단장이 야외 주차장 한가운데에 모였다.


유강인이 장철수 단장에게 말했다.


“장단장님, 집으로 가실 건가요?”


장단장이 초췌한 얼굴로 답했다.


“아닙니다. 여기 극단에서 자겠습니다. 잠을 잘 수 있는 방이 있습니다. 극단에서 계속 큰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울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황정수가 졸린 듯 크게 하품하고 말했다.


“아이고, 시간이 늦었어요. 우리는 근처 모텔에서 자야 할 거 같아요.”


“그래, 그렇게 하자. 근처에서 푹 자고 아침 수색에 참여하자.”


“네, 알겠어요.”


황정수가 답을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근처에 있는 괜찮은 모텔을 찾았다. 5성급 모텔을 찾겠다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조식 주는 데를 찾아야 하는데 ….”


황정수가 침을 꿀컥 삼켰다. 아침 먹을 생각에 배가 고픈 거 같았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터벅터벅 발소리가 들렸다.


심각한 표정의 유강인과 달리 밤하늘은 평화로웠다. 은하수가 찬란히 빛났다. 다양한 빛이 어우러지며 현란한 빛의 잔치를 벌였다.


탐정단 밴이 출발했다. 극단폭풍 근처에 평점 4.6점인 모텔이 있었다. 시설이 깔끔하다고 호평받는 곳이었다. 물론 조식 서비스도 있었다.



운명의 다섯 번째 막

2026년 2월 6일, 오전 9시 30분


오늘도 어제처럼 화창한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아침부터 파란 하늘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바람은 찬 편이었다. 현재 기온은 -2도였다.


탐정단 밴이 도로를 내달렸다. 극단폭풍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많이 늦었잖아!”


유강인이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횡정수가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 탐정님이 너무 곤히 주무셔서 깨울 수가 없었어요. 이진환 형사님이 수색대와 함께 산에 올랐다고 1시간 전에 연락하셨어요.

2차 수색이 이상 없이 진행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그렇게 곤히 잠들었다고? … 깨우기는 깨운 거야?”


“그럼요. 마구 흔들어서 깨웠는데 잠에 빠지셔서 일어나 기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진환 형사님께 전화했어요.

이형사님이 말씀하셨어요. 탐정님은 충분히 주무셔야 한다고 … 무리해서 깨울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요. 수색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하셨고요.”


“그래? 그렇구나. 내가 요즘 신경을 많이 써서 피곤했구나.”


유강인이 자기 몸 상태를 깨닫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전방을 주시하며 핸들을 돌리던 황수지가 말했다.


“탐정님은 수사의 핵심이잖아요. 휴식을 충분히 취하셔야 해요. 우리 조수들이 경찰들과 잘 협력해서 보필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어. 우리 조수님들만 믿을게.”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여전히 피곤했다. 그 피로를 말끔히 풀어야 했다.


5분 후, 유강인 남은 피로를 다 풀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어제 산속 산비탈에서 최상일의 시신을 발견했다. 오늘은 윤미래를 반드시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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