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29_내가 카르멘이다!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10분 후, 탐정단 밴이 극단폭풍 야외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 문이 덜컹 열리고 탐정단이 차에서 내렸다.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가 야외 주차장에 가득했다. 풀냄새도 진하게 풍겼다.


극단폭풍은 한산했다. 경찰 몇몇만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때, 극단 건물 뒤편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야외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기동대 경찰이었다.


“응?”


유강인이 달려오는 경찰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그 모습이 무척 다급해 보였다.


기동대 경찰이 숨을 헐떡이며 유강인을 향해 달려왔다. 15초 후, 경찰이 유강인 앞에 섰다. 얼른 경례를 붙이고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저는 강천 경찰서 지구대 소속입니다. 여자 신발 한 짝을 발견했다는 수색대의 보고입니다.

리본 장식이 있는 여자 검정 구두인데 … 오래된 신발이 아니랍니다.

CCTV 통제실에서도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윤미래의 신발이 검정 구두랍니다.”


“그렇군요.”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의 두 눈이 잘 익은 천도복숭아처럼 확 커졌다. 그가 급히 말을 이었다.


“그곳이 어디죠?”


“최상일 시신을 발견한 곳에서 100여m 아래입니다. 산 중턱 산비탈에서 발견했답니다.”


“그렇군요. 어서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길을 안내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경찰이 답을 하고 무전기를 들었다. 수색을 책임지는 기동대장에게 유강인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



진봉산 산속을 샅샅이 뒤지던 수색대는 여자 신발 한 짝을 발견하고 더욱 수색에 매진했다. 신발을 발견한 곳을 중심으로 그 일대를 꼼꼼히 살폈다.


이곳은 산 중턱이다. 수풀이 아주 울창했다. 곳곳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바닥에는 낙엽들이 많았다. 급경사 지역이고 산길도 없는 곳이라 추락에 주의해야 했다.


가파른 산비탈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기동대장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모두 탐침봉으로 바닥을 깊게 찔러라! 바닥에 낙엽이 많다. 낙엽 더미 속에 뭔가가 있을 수 있다. 조인수 시신도 낙엽 더미 속에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네, 알겠습니다.”


대원들이 큰 소리로 답하고 탐침봉을 들었다.


그렇게 탐침봉 수색이 시작됐다. 기다란 탐침봉이 나뭇잎으로 가득 찬 바닥을 푹푹 쑤셨다.


대원들을 이끌고 바닥을 열심히 쑤시던 1팀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고, 허리야.”


1팀장이 허리를 폈다. 허리가 꽤 아팠던 거 같았다. 그렇게 잠시 쉬다가 사방을 살폈다.


대원들이 열심히 바닥을 쑤시고 있었다. 기동대장은 대원들을 독려했다.


“응?”


1팀장의 두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저 앞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 더미가 있었다. 커다란 나무 근처였다.


“저건?”


1팀장이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커다란 나무 옆에 낙엽이 쌓여 있었다. 마치 무덤의 봉분 같았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혹?”


1팀장이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떨리는 걸음으로 낙엽 더미로 향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 더미 속에 뭔가가 있는 거 있었다. 조인수처럼 시신이 안에 있을 수 있었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1팀장이 커다란 낙엽 더미 근처로 갔을 때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급히 쪼그리고 앉았다.


바닥에 뭔가가 있었다. 그건 신발 한 짝이었다. 리본 장식이 있는 여자 검정 구두였다.


“리, 리본 장식!”


1팀장이 화들짝 놀랐다. 리본 장식이 달린 여자 검정 구두 나머지 한 짝을 찾았다.


“맞는구나.”


1팀장이 크게 소리쳤다.


“대장님! 여기에 구두 한 짝이 있어요! 리본 장식이 있는 여자 검정 구두에요!”


“뭐라고?”


기동대장이 1팀장의 보고를 듣고 황급히 움직였다.



사각사각! 나뭇잎 밟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기동대장과 수색 대원 십여 명이 1팀장을 향해 달려갔다.



1팀장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구두 한 짝이 낙엽 더미 근처에 있다면 낙엽 더미 안에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1팀장이 떨리는 손으로 탐침봉을 들었다. 양 입술에 침을 덕지덕지 묻혔다. 바로 앞에 쌓여 있는 낙엽 더미를 푹 찔렀다.


끝이 뾰족한 탐침봉이 낙엽 더미 속으로 쑥 들어갔다. 탐침봉이 반쯤 들어갔을 때 딱 멈췄다. 뭔가가 안에 있었다. 그건 물렁물렁한 물체가 아니었다.


낙엽 더미 속에 딱딱한 물체가 있었다. 시신이라면 딱딱할 수 있었다.


“헉!”


1팀장이 화들짝 놀랐다.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때, 기동대장이 1팀장 옆으로 달려왔다. 기동대장이 숨을 헐떡이며 1팀장에게 말했다.


“1팀장, 여자 구두를 발견했다고?”


1팀장이 서둘러 답했다.


“네, 여자 구두는 저기에 있습니다. 구두 근처, 이 낙엽 더미가 무척 수상합니다. 자연스럽게 생긴 거 같지 않습니다. 누가 쌓은 거 같아요.”


“그래?”


기동대장이 급히 큰나무 옆 낙엽 더미를 살폈다. 1팀장의 말대로 사람이 수북하게 쌓은 거 같았다.


1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탐침봉으로 안을 쑤셔 봤는데 안에 딱딱한 게 있었습니다.”


“딱딱한 게 안에 있었다고?”


기동대장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급히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어서 낙엽을 치워! 조심스럽게 치워!”


“네, 알겠습니다.”


대원들이 답하고 낙엽을 치우기 시작했다. 수북하게 쌓였던 낙엽들이 옆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수색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유강인과 조수 둘은 대원의 안내를 받으며 산비탈을 내려가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경사가 급해요.”


대원의 말에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천천히 산비탈을 내려갔다.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자칫하면 산비탈에서 넘어져 구를 수 있었다.


“아이고, 경사가 너무 급해요!”


황정수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황수지가 말했다.


“천천히 가면 돼요.”


유강인이 계속 조심스럽게 산비탈을 내려갔다. 저 앞에 대원 십여 명이 있었다. 그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커다란 나무 근처였다. 기동 대장도 보였다.


“응?”


기동대장을 확인한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수색 중 대원들이 모여 있다면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걸음을 재촉했을 때


“헉!”


“시, 시신이 있다!”


커다란 소리가 산속에서 울렸다.


“시신이라고?”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파른 산비탈이었지만, 그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조수 둘도 유강인을 따라서 달렸다.


대원들이 무덤 봉분처럼 수북하게 쌓였던 낙엽 더미를 치우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 사람은 검은색 코트와 검은색 바지를 입은 30대 초반 여자였다. 두 발에 신발이 없었다. 흰색 양말만 보일 뿐이었다.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딱 봐도 죽은 거 같았다.


“윤미래인가?”


기동대장이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에서 윤미래 배우의 사진을 찾았다. 사진 속 얼굴과 시신의 얼굴을 비교했다.


두 얼굴이 똑같았다. 낙엽 더미 속에서 죽은 이는 윤미래 배우였다.


“맞는구나! 윤미래가!”


기동대장이 말을 마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이끄는 수색대는 어젯밤 능선길 옆 산비탈에서 시신 하나를 발견했다. 시신의 정체는 용의자 중 하나인 최상일 스태프였다.


수색대는 오늘 아침에도 수색을 이어갔다. 정밀 수색을 시작하고 두 시간 후, 산 중턱 산비탈 낙엽 더미 속에서 다른 용의자인 윤미래 배우를 발견했다.



기동대장 뒤에서 나뭇잎 밟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과 조수 둘이 기동대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다른 소리도 들렸다. 산 아래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셋이 산기슭에서 허겁지겁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 장철수 단장이었다.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위로 올라왔다.


기동대장이 침을 꿀컥 삼키고 뒤로 돌아섰다. 유강인과 조수 둘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서 있었다.


기동대장이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드디어 찾았습니다. 큰 나무 옆 낙엽 더미 속에서 윤미래 배우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적어도 일곱, 여덟 시간 전에 죽은 거 같습니다.”


“시신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지 오래입니다.”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두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커다란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커다란 나무 옆에 여자 시신이 있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검은색 코트와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양말은 흰색이었다. 흰색 양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주인을 잃은 신발 두 짝은 흩어져 있었다. 하나는 주인 곁에 있었고 다른 짝은 저 멀리에 있었다.


유강인이 이를 꽉 깨물었다. 시신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사람이 또 죽고 말았다. 네 번째 사망이었다. 불길한 예측은 이상하게도 항상 맞기 마련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신 앞에서 경찰들과 조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조의를 표하는 듯했다.


그때,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 장철수 단장이 유강인 근처로 다가왔다.


“유강인 탐정님!”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을 불렀다.


그때, 유강인이 움찔했다. 뭔가를 발견한 거 같았다. 시신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 주머니에서 뭔가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건 하얀색 종이였다.


“조, 종이?”


유강인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품에서 흰 장갑을 꺼냈다. 흰 장갑을 양손에 끼고 코트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종이는 반으로 접혀 있었다.


종이를 펼치자, 그 내용이 드러났다. 프린트로 뽑은 프린트물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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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윤미래는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이승을 하직한다.


내가 바로 진짜 카르멘이다. 조인수를 사주해 장호일을 죽였다. 장호일은 내 애인이었지만, 나를 매몰차게 버리고 아주 못된 최지나와 사귀었다.


그 사실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이에 장호일의 목숨을 거두었다.


못된 최지나도 용서할 수 없었다. 이에 최지나 머리에 조명을 떨어트렸다.


조인수, 최상일은 내가 죽였다. 저승길을 같이 갈 친구가 필요했다.


나는 한 사람을 죽였다. 그 이후로 못할 일이 없었다.


조인수는 사람을 시켜 두들겨 패 죽였고 최상일은 독약을 먹였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을 이용했다.


무대 감독 한창완은 내 부탁에 따른 거뿐이다. 그는 조명 기기를 움직인 죄밖에 없다.


나도 역시 독을 먹고 죽는다. 양발에 신발이 없으니 아주 홀가분하다. 저승길에 신발은 필요 없다. 신발은 주변에 버리라고 부탁했다.


무대에서는 조연 미카엘라였지만, 극단 안에서는 내가 카르멘이었다. 모두 내 말을 잘 따랐다. 저승에서도 마찬가지이길 바란다.


나는 낙엽 더미 속에 묻힌다.


그동안 잘 놀았다. 모두 안녕.


미카엘라이자 카르멘인 윤미래의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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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유강인이 종이를 다 읽고 매우 놀랐다. 종이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이자, 삶의 마지막이 담긴 유서였다.


“이, 이럴 수가?”


유강인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시신의 얼굴을 살폈다. 시신의 얼굴은 평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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