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35_보트 사고와 장호일의 애정행각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잠시 시간이 흘렀다.


후끈후끈한 히터의 열기에 찬바람이 수그러든 거 같았다. 봄날 같은 온기가 테라스에 가득했다.


테이블 위에 꽃이 가득 담긴 화병이 있었다면 보다 상쾌했을 거 같았다.


유강인이 코코아 잔을 들었다. 코코아를 쭉 마셨다. 잔을 말끔히 다 비우고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놨다. 그가 원로 배우들에게 말했다.


“초대 단장님이 10년 전 보트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실이 맞나요?”


김기호 배우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10녀 전, 그날이 장민국 단장님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지인과 함께 강에 가셔서 보트를 타셨는데, 보트가 그만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물에 빠지셨습니다. 사람들이 황급히 구하러 갔지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같이 배를 탔던 지인은 익사한 채 발견됐습니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입니다.”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네에? 초대 단장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요? 보고서에는 사망한 거로 나왔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급히 이진환 형사를 바라봤다. 이형사가 서둘러 답했다.


“유탐정님, 보트 사고 후 장민국씨 시신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법적으로 사망 처리됐습니다.

선박이 침몰해서 사람이 실종될 경우, 1년이 지나면 법원에서 사망 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관계자들의 요청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된 거군요. 장민국씨 시신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해서 사망 처리된 거군요.”


“네, 그렇죠.”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초대 단장의 사망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물론, 초대 단장 장민국이 물에 빠져 사망했을 수도 있었다. 거센 물살이 그를 드넓은 바다나 강 깊은 곳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좀 이상했다.


유강인이 두 눈을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떴다.


10년 전, 선행을 베풀던 초대 단장의 실종과 사망 선고 그리고 10년 후, 극단폭풍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사건들 ….


유강인이 생각했다.


‘초대 단장은 훌륭한 사람이었어. 그 평판이 좋았어. 그런데 그 사람이 남긴 극단폭풍이 거대한 폭풍에 휩싸여 있어. 혹, 이게 초대 단장의 유산이 아닐까?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고 원로 배우가 말했어. 옛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어.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

현재 벌어지는 사건은 … 그냥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야. 과거의 유산이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거야.’


잠시 테라스에 침묵이 감돌았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두 눈빛이 사파이어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의심의 불길이 확 일었다. 조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초대 단장 장민국은 10년 전 보트 사고로 실종됐다. 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지만, 아직도 그 시신을 찾지 못했다. 혹 살아있을 수도 있었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설마 장민국 단장이 살아있는 건가? 아직도 살아서 일을 꾸미는 건가? 초대 단장이 카르멘인가?’


의심이 불길이 들불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테라스를 향해 걸어왔다.


복도는 테라스에 비해 어두웠다. 그래서 둘의 실루엣만 보였다.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유강인이 긴장감을 느꼈다. 둘의 발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둘이 테라스 근처로 왔다. 그러자 그 모습이 드러났다.


둘은 장철수 단장과 이유리 배우였다. 오늘 오전 이유리가 퇴원했다. 장단장이 퇴원수속을 마쳤다. 둘이 함께 극단으로 돌아왔다.


이유리 배우가 생글생글 웃었다. 곧 퇴원한 환자 같지 않았다. 이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나란히 걷는 장철수 단장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응?”


심상치 않은 눈빛을 확인한 유강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철수 단장과 이유리 배우의 얼굴을 황급히 바라봤다. 이유리는 행복해 보였고 장단장은 좀 어색해 보였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이거, 딱 봐도 이유리가 장단장을 좋아하는 거 같은데 … 애인을 바라보는 눈빛이야. 그렇군, 한창완 감독이 이유리를 짝사랑한 이유를 알 거 같군.

이유리가 좋아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극단 책임자 장철수 단장이었어. 저 눈빛이 그걸 증명해!’


장철수 단장과 이유리 배우가 테라스 안으로 들어왔다. 둘이 걸음을 멈췄다.


장단장이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이유리 배우가 오늘 오전 퇴원했습니다. 퇴원수속을 마치고 곧바로 극단으로 왔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군요, 이유리 배우님이 퇴원하셨군요. … 이유리 배우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이유리 배우가 환한 표정으로 답했다.


“유탐정님, 어제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퇴원했어요. 극단에 다시 돌아오니 정말 기뻐요. 극단 식구들을 어서 보고 싶어요.”


이유리 배우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장철수 단장이 공손한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 둘은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김두희 사무장님이 이유리 배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계속 얘기 나누세요.

아, 두 분 선생님도 오셨군요. 조사가 끝나면 1층 사무실로 내려오세요. 커피를 대접하겠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말을 마치고 테라스에 앉은 일곱에게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가 뒤로 돌아섰다.


이유리 배우도 공손히 인사하고 뒤로 돌아섰다. 둘이 복도를 다시 걸었다.


발소리가 다시 복도에 울렸다.


유강인이 발소리를 들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역시 장단장님은 예의가 바르셔.”


“맞아, 우리 연극계의 인재이고 희망이야. 극단폭풍이 계속 구설수에 오르면 안 돼.”


두 원로 배우들이 장철수 단장을 칭찬하면서 걱정했다.


10분 후, 원로 배우 조사가 끝났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로 배우 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두 분 배우님들, 오늘 협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원로 배우 둘이 답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한 거뿐입니다. 사건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맞아요. 극단폭풍은 우리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어서 사건이 해결돼서 안정을 되찾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네, 수사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반드시 진상을 밝히겠습니다.”


유강인이 공손히 답했다.


원로 배우들이 걸음을 옮겼다. 계단으로 향했다. 둘은 1층 사무실에서 장철수 단장을 만나야 했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신기훈 형사에게 말했다.


“신형사님, 단원들이 극단 건물 안에 있나요?”


“네, 모두 있습니다.”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그럼, 장호일 배우의 폭력을 폭로했던 배우 셋과 양진석 배우님, 투우사 에스카미요 박찬수 배우님을 불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신기훈 형사가 말을 마치고 급히 움직였다. 그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유강인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한강을 바라봤다. 한강 물이 넘실거렸다.


그는 한강 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건이 속 시원하게 풀리기만을 바랐다.


잠시 후, 군인 2역, 군인 4역, 군인 7역, 양진석 배우, 박찬수 배우가 테라스로 들어왔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우님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 바람이 좀 차네요.”


단역 3인과 양진석 배우, 박찬수 배우가 자리에 앉았다.


유강인 옆에는 이진환 형사만 있었다. 조수 둘과 신기훈 형사는 2층 복도에 있었다.


유강인이 앞에 앉은 다섯을 번갈아 쳐다봤다. 눈초리가 매서웠다.


호출된 다섯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차가운 캔 커피는 준비됐나요?”


유강인의 말에 이진환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라스 한쪽 구석으로 가서 캔 커피를 들었다. 총 일곱 개였다. 이형사가 캔을 돌렸다.


“먼저 커피부터 마십시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캔 따개를 땄다.


탁! 하며 캔 따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유강인이 커피를 쭉 들이켰다. 맛이 참 고소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을 부른 건 …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입니다. 적극적인 협조 부탁합니다.”


“뭐가 궁금하시죠?”


박찬수 배우가 커피를 마시다가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 궁금증이 가득했다.


유강인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 고 장호일 배우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자, 장호일이요?”


장호일이라는 말에 호출된 다섯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조사 결과, 장호일 배우는 ‘호세와 카르멘’ 연극을 통해 최지나 배우를 만났습니다. 이후 최지나 배우와 사귀었습니다.

장호일 배우는 분장실에서 죽기 전 한 사람과 통화했습니다. 통화한 자를 확인해보니 최지나 배우였습니다.

최지나 배우도 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장호일 배우와 사귀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두 알고 계시나요?”


단역 배우 셋이 고개를 끄떡였다. 군인 2역이 입을 열었다.


“젊은 형사님이 좀 전에 브리핑하셨습니다. ”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박찬수 배우와 양진석 배우에게 물었다.


“두 배우님께 묻겠습니다. 혹 이 사실을 예전에 알았나요?”


박찬수 배우가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


“네, 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게 티가 났습니다. 사귀는 사람끼리 뭐 그런 게 있잖아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게 있었습니다.”


유강인이 양진석 배우를 바라봤다.


양진석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저도 그런 거 같았습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배우들을 쭉 둘러보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장호일 배우님이 최지나 배우 말고 다른 여배우들과도 사귀었나요? 아는 대로 말해주세요.”


그 말을 듣고 배우들의 얼굴이 철근 콘크리트처럼 굳어졌다. 그들이 서로 쳐다봤다. 뭔가를 알고 있지만, 말하기가 곤란한 거 같았다.


이는 고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극단폭풍의 평판과도 직결됐다.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했다. 그가 힘을 주어 말했다.


“여러분,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 책임자인 제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안입니다. 혹 장호일 배우의 애인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며 솔직히 말해주세요.”


잠시 시간이 흘렀다.


단역 배우들이 쭈볏쭈볏 했다. 그러다 군인 7역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 이미 돌아가신 분이지만, 사건 해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시니 아는 대로 다 말하겠습니다.

장호일 배우는 한편으로 우리를 때렸고 다른 편으로는 여배우들과 사귀었습니다.”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가 말했다.


“어느 배우와 사귀었죠?”


그때 양진석 배우가 헛기침했다. 박찬수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소리를 듣고 군인 7역이 머뭇거렸다.


그 헛기침은 진실을 말하지 말라는 거 같았다. ‘누워서 침 뱉기’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때, 군인 4역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진실은 감춘다고 감추어지는 게 아니었다.


“장호일 배우는 모든 여배우에게 들이댔습니다. 집적거렸습니다. 윤미래 배우와도 사귀었고 이유리 배우와도 사귀었습니다. 다른 여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군인 4역에게 물었다. 군인 4역이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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