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9_카르멘은 너다!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거미줄>

by woodolee

극단폭풍 2층 연습실은 여전히 연기 연습 중이었다.


카르멘을 사이에 두고 호세와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대치했다.


“호세, 카르멘은 날 사랑해. 헛물 켜지 마라. 이제 깨끗이 물러나라.”


“웃기지 마라, 에스카미요! 너야말로 카르멘에게 접근하지 마라!”


“하하하. 그건 내 마음이다.”


“그렇다면 우리 결투하자. 목숨을 걸고 승부를 내자. 이기는 자가 카르멘을 차지한다.”


“유치한 놈! 못난 놈! 그러면 너는 끝장이야. 그 유명한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실력을 모르는군. 투우사는 목숨을 걸고 황소와 싸우는 사람이야.”


“에스카미요! 나를 무시하지 마라! 난 검술에 일가견이 있다. 유능한 군인이었다.”


호세역 박찬수가 크게 일갈했다. 그러자 투우사 에스카미요역 양진석이 정색했다. 그가 한 손을 번쩍 들었다. 연습이 중단됐다.


양진석 배우가 후배인 박찬수 배우에게 말했다.


“찬수야! 진짜로 화를 내면 안 돼. 냉정하게 연기해야 해. 극적인 상황일수록 더욱 냉정한 연기가 필요해. 지금 너는 화를 막 내고 있어.”


“아, 그런가요?”


박찬수 배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 다시 하자. 냉정한 얼굴로 말해. 알았지? 상대를 잡아먹을 듯하게!”


“네, 선생님.”


박찬수 배우가 말을 마치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둘이 다시 연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


끼익! 하며 연습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차가운 복도의 공기가 연습실 안으로 스멀스멀 들어왔다.


좁은 폭의 발소리가 들렸다.


김두희 사무장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았다.


김사무장이 연습실로 들어오자, 단원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색한 분위기였다. 사무장이 단원들의 연습을 방해했다.


김두희 사무장이 침을 꿀컥 삼켰다. 크게 숨을 내쉬고 단전에 힘을 모았다. 그리고 큰소리 외쳤다. 무척 떨리는 목소리였다.


“다들 연습을 중지하고 한가운데로 모이세요!”


“네에?”


단원들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두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두희 사무장의 행동은 이례적이었다. 사무장이 직접 연습을 중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단원들이 너도나도 수군거리며 연습실 중앙으로 모였을 때


2층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유강인과 조수 둘, 형사 다섯이 연습실을 향해 걸어갔다.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앞장섰다.


1층 로비에는 형사 다섯이 있었다. 그들이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건물 주변에는 지구대 경찰 40명이 건물을 에워쌌다.


씩씩하게 걷던 신기훈 형사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걱정하지 마세요. 놈이 문자를 보낸 후 바로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이후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신형사님, 그 이후에 연습실에서 나온 단원이 있나요?”


“그 이후 밖으로 나온 단원은 세 명입니다. 모두 화장실로 갔습니다.

우리 형사들이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화장실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습니다. 세 명 모두 작은 일만 보고 바로 연습실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군요, 잘하셨습니다.”


유강인이 흡족한 표정으로 답했을 때


그때, 연습실 문이 열렸다. 남자 단원 하나가 복도로 나왔다. 급한 일이 있는 거 같았다. 그가 걸음을 옮기다 깜짝 놀랐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유강인과 형사들이 출입문을 향해 걸어왔다. 그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를 콱 잡으러 온 거 같았다.


남자 단원이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불안한지 침을 꿀컥 삼켰다.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그가 남자 단원에게 말했다.


“선생님, 지금 어디 가시죠?”


남자 단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화장실이요.”


유강인이 신기훈 형사에게 말했다.


“저분을 따라가세요.”


신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단원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랑 같이 화장실 가시죠. 저도 급하네요.”


“네에? 이게 대체?”


남자 단원이 그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연습실 안에 교활하면서도 악독한 카르멘이 있었다. 그는 똬리를 튼 독사와 같았다.


유강인이 양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게 카르멘의 정체를 밝혀야 했다. 무척이나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2초 후, 출입문이 천천히 열렸다.


운명의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진실의 순간이었다.


유강인과 조수 둘, 형사 넷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발소리가 들리자, 김두희 사무장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수사 책임자, 유강인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구나!”


유강인이 등장하자, 김사무장의 얼굴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긴장감은 두려운 진실 앞에서 느끼는 불안감이었다.


김두희 사무장이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방금 화장실로 간 단원만 빼고 모든 단원이 연습실에 모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강인이 정중한 목소리로 답하고 연습실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잠시 후, 단원들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여러분께 전달할 사항이 있습니다.”


“네? 그게 뭐죠?”


단원들이 두 귀를 쫑긋했을 때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무척 슬픈 일입니다. 오늘 오전, 장민국 초대 단장님과 이유리 배우가 임진강에서 사망했습니다.

조사 결과, 극단 내 베일에 싸인 실력자 카르멘은 장민국 초대 단장님이었습니다. 이유리는 그의 하수인이었습니다. 그렇게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네에?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하셨죠?”


“이유리 배우랑 장민국 초대 단장님이 오전에 사망하셨다고요?”


“실종되셨는데 오늘 돌아가셨다는 말인가요?”


“초대 단장님이 카르멘이라고요?”


단원들이 유강인의 말을 듣고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진석 배우가 급히 말했다.


“유탐정님, 형님, 아니 초대 단장님이 오늘 돌아가셨다고요? 그것도 임진강에서요?”


“그렇습니다. 애석하게도 ….”


유강인이 침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이고야!”


단원들이 모두 고개를 푹 숙였다. 처참한 소식이었다. 단원 둘이 또 죽고 말았다. 그것도 10년 전 실종됐던 초대 단장과 이유리 배우였다.


“이유리가 왜 죽은 거지?”


“그러게 말이야. 카르멘의 하수인이라니? 이걸 믿어야 하나?”


단원들이 참 이상하다며 수군거렸을 때 …


유강인이 씩 웃고 말했다.


“그러기를 카르멘이 아주 간절히 바랐지만, 둘 다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이유리 배우는 건강에 이상이 없습니다. 초대 단장님은 병원에 계십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네에?”


그 말을 듣고 단원들이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모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유강인이 자신이 한 말을 번복했다.


“이 자리에 극단의 실력자이자, 살인마 카르멘이 있습니다. 카르멘이 누구인지 명백히 밝히겠습니다!”


유강인이 당당한 목소리로 외쳤다. 연습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순간! 연습실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긴장감은 의심이었다. 단원 중에 살인마, 카르멘이 있었다.


카르멘은 용서할 수 없는 자였다. 동료를 죽인 인면수심이었다. 교활하면서도 흉악한 야수였다.


유강인이 단원들을 쭉 둘러봤다. 그가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 검지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아주 날카로운 칼끝이 심장을 겨누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말했다.


“양진석 배우님!”


“네에? 저요?”


양진석 배우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유강인이 씩 웃고 말을 이었다.


“제 앞으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양진석 배우가 유강인 앞으로 왔다. 그가 커다란 긴장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유강인이 다시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 검지로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


“박찬수 배우님도 앞으로 나오세요.”


“What?(뭐라고?)”


박찬수 배우가 화들짝 놀랐다.


“어서 나오세요.”


박찬수 배우가 대답 대신 사방을 둘러봤다. 동료들이 어서 나가라는 듯 손짓했다. 이에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유강인이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다 한겨울 계곡물처럼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두 분 중에 … 극단의 실력자이자, 살인마인 카르멘이 있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무슨 말도 안되는!”


양진석 배우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찬수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박찬수가 유강인에게 외쳤다.


“Are you crazy?(너 미쳤어?)”


유강인이 정색하고 답했다.


“난 미치지 않았습니다. 박찬수 배우님.”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 이진환 형사가 있었다.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이형사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가자, 핸드폰 벨소리가 연습실에 울렸다. 밀폐된 공간이라 그 소리가 컸다.



삐리릭!



어서 전화 받으라는 듯 벨 소리가 계속 울렸다.


“헉!”


그때!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둘 중에서 한 명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모습을 보고 이진환 형사가 번개처럼 튀어 나왔다.


유강인이 외쳤다.


“전화가 온 자가 바로 카르멘입니다.”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답을 하고 양진석 배우와 박찬수 배우 앞에 섰다.



삐리릭!



이형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벨 소리가 들리는 사람을 찾았다.


잠시 후, 이진환 형사가 미소를 지었다.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오른 검지로 한 사람을 콕 가리키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이 사람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악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힘껏 외쳤다.


“박찬수 배우님! 당신이 바로 카르멘이었군요.”


박찬수 배우가 그 말을 듣고 있는 힘껏 이를 악물었다. 서둘러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이 계속 울어댔다. 주인님을 부르는 거 같았다. 간절히!



삐리릭!



이진환 형사가 씩 웃었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벨 소리가 그쳤다. 연습실이 조용해졌다.


유강인이 오른 검지로 박찬수의 핸드폰을 가리키고 말했다.


“이형사님이 들고 있는 핸드폰은 평범한 핸드폰이 아닙니다. 카르멘 하수인의 핸드폰입니다. 하수인은 임진강에서 이유리 배우와 초대 단장님을 해치고 그 성공을 두목인 카르멘에게 알렸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의 착각이었습니다. 이유리 배우와 초대 단장님은 모두 무사했습니다. 해병대와 서울경찰청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멈췄다. 그가 박찬수의 안색을 살폈다. 박찬수의 안색이 점점 파래졌다. 심장이 쾅쾅 뛰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서 하수인의 전화를 받는 자가 바로 흑막, 카르멘입니다. 따라서 박찬수 배우 당신이 바로 극단폭풍의 실력자이자, 살인마인 카르멘입니다!

카르멘! 당신의 정체가 드러났어! 이제 끝났어!”


“아, 아니야! 나는 아니야!”


박찬수 배우가 크게 외쳤다. 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외쳤다.


“이 핸드폰은 … 내 핸드폰이 아니야. 누가 내 품에 핸드폰을 집어넣은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이걸 내 핸드폰으로 착각한 거야!”


“뭐라고?”


유강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카르멘 박찬수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좋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황정수에게 말했다.


“둘을 불러!”


“네,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답을 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뻔뻔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박찬수 배우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일갈했다.


“우기지 마라! 카르멘. 네가 바로 카르멘이다.”


“아니야! 나는 아니야! 유강인, 나를 범인으로 몰지 마라! 난 억울해! 범인은 다른 사람이야!”


“이것이!”


유강인의 얼굴이 뻘게졌다. 그가 치솟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화를 꾹 참았다.


그렇게 유강인이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때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기훈 형사가 두 명을 데리고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둘 다 수갑을 찼다.


둘은 카르멘의 하수인인 이유리와 30대 남자였다. 모두 임진강에서 잡혔다.


이유리와 30대 남자가 연습실 안으로 들어오자, 박찬수가 뒤로 한발 물러섰다.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다.


유강인이 이유리와 30대 남자에게 물었다.


“두 분에게 묻겠습니다. 여기에 두목이 있나요? 보스가 있으면 그 이름을 부르고 지목하세요!”


이유리와 30대 남자가 그 말을 듣고 서로 쳐다봤다.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만 죽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이 일제히 입을 열고 수갑을 찬 손을 들었다. 그들이 외쳤다.


“박찬수가 카르멘이에요!”


“맞아요! 보스는 박찬수예요!”


“헉!”


박찬수 배우가 휘청거렸다. 하수인 둘이 그를 정확하게 지목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8화탐정 유강인 21_48_덫에 걸린 카르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