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화 까치고개 주막 조사

포도청 수사관, 윤진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윤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방의 말에 토 달기가 힘들었지만, 사건이 참으로 이상했다. 동길을 범인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거 같았다.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거 아주 쉬운 일이었다. 여러 사람이 작당모의하면 멀쩡한 ‘사슴’을 ‘말’이라고 우길 수 있었다. 바로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흑!”


동길 어머니가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그가 윤진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윤생원님, 우리 아들은 절대 도둑질할 리 없어요. 우리 집은 가난한 집도 아니에요.”


억울함을 호소하던 동길 어머니가 순간, 아! 하며 소리쳤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김진사 어르신이 … 우리 며늘아기를 탐냈어요. 첩으로 삼고 싶다고 저한테 말한 적이 있어요. 이혼하면 큰돈을 준다고 했어요. 그때 말했어요. 우리 아들 부부는 금술이 참 좋다고 했어요. 그렇게 거절했어요.”


“네에?”


그 소리를 듣고 윤진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동길의 부인은 곱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읍내에서 절색으로 손꼽혔다.


‘아! 그렇구나!’


윤진이 이제 깨달은 듯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진사는 첩이 여럿 있었다. 그는 유명한 호색한이었다.


이방이 동길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인상을 팍 쓰며 동길 어머니에게 말했다.


“동길 어머니, 지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게요? 지금 읍내에서 존경받는 김진사 어르신을 모함하는 거요? 이는 경을 칠 일이요!”


그 소리가 무서웠다. 동길 어머니를 당장 잡아서 가둘 거 같았다.


윤진이 급히 양 입술에 침을 잔뜩 묻혔다. 그가 사또에게 말했다.


“사또,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청이라고? 그게 뭐요?”


사또 김두수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윤진에게 물었다.


윤진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까치고개 주막과 김진사댁으로 가서 범행을 재현하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또 윤두수가 깜짝 놀랐다.


“뭐, 뭐라고?”


윤진이 말을 이었다.


“범행을 재현하고 목격자들과 동길을 대질해서 그 진위를 명백히 가리겠습니다.”


사또 김두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윤생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모든 진술을 다 받았고 우리 사령(관아 심부름꾼)들이 김진사댁을 다 살폈소. 그 보고도 다 받았고.”


“진상을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거듭 부탁드립니다.”


“부탁이라?”


사또 김두수가 잠시 생각했다. 그가 이방을 찾았다. 이방이 인상을 찡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윤진의 뜻을 따르지 말라는 신호였다. 김두수가 고개를 끄떡였다.


“흐흐흐!”


사또 김두수가 웃음을 흘리고 입을 열었다. 뭔가가 말하려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 거 같았다. 그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좋소, 윤생원의 뜻을 따르겠소.”


그 말을 듣고 이방이 울상을 지었다. 사또가 자기 뜻을 따르지 않았다.


사또 김두수가 토를 달았다.


“윤생원, 단 한 가지만 약조해 주시오.”


윤진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사또, 뭘 약조해야 합니까?”


“동길이 범인이 확실하면, 다시는 송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조하면 그리하겠소.”


이방이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이 제안은 이미 나왔던 말이었다. 윤진이 이방에게 말했었다. 오판하면 다시는 송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사또가 이를 다시 확인했다. 이는 도장을 꾹 찍고 쐐기를 박겠다는 뜻과 같았다. 윤진이 다시는 동헌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려는 강력한 조치였다.


윤진이 씩 웃었다.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 말은 이미 이방에게 한 말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사또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까치고개 주막과 김진사댁에 가서도 동길이 범인이 아니라는 걸 밝히지 못한다면, 다시는 송사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이를 푸른 하늘에 제 이름 윤진 두 글자를 걸고 약조하겠습니다.”


“하하하! 시원해서 좋구먼. 선비의 말에 거짓이 있으면 안 되오. 그건 사특한 짓이요.”


윤진이 힘을 주어 말했다.


“사특함은 제가 가장 멀리하는 마음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아주 시원해서 좋군.”


“저는 미지근한 건 싫어합니다. 시원한 걸 좋아합니다.”


윤진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또 김두수가 그 말을 듣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윤진의 성격이 참으로 시원시원했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은 보기 드물게 아주 아주 시건방진 놈이지만, 한겨울 살얼음처럼 시원시원해서 보기는 좋군. 내 사람이면 참 좋겠어. 흐흐흐!’


사또 김두수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여봐라! 어서 까치고개 주막과 김진사댁으로 갈 행차를 해라! 주모와 김진사 어르신께 본관이 간다고 어서 알려라! 오늘 판결을 내리겠다. 동길이도 포박해서 데려가라!”


“예이, 알겠습니다. 사또.”


이방이 넙죽 절하고 분부에 따랐다.



**



사또 일행과 윤진이 길을 떠났다. 반 시진(1시간) 후 까치고개에 다다랐다. 동길은 포승줄에 꽁꽁 묶인 채 나졸들이 따라갔다. 그는 여전히 죄인 신분이었다. 동길 어머니가 울면서 아들을 따라갔다.


까치고개는 높은 언덕이었다. 길이 아주 가파랐다.


그 높이를 보고 사또 김두수가 기겁했다. 경사가 급해 말을 타고 오를 수 없었고 가마를 타고 오를 수도 없었다. 걸어서 올라야 했다.


김두수가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렸다.


“뭐, 뭐야? 고개가 왜 이리 높아? 저 깝치는 윤생원 때문에 내가 별의별 고생을 다 하는구나. 으이구!”


옆에 있던 이방이 살살거리기 시작했다.


“사또, 이번 기회에 윤생원 저자의 얼굴에 망신살이 뻗치게 하소서. 그러면 다시는 사또에게 덤비지 않을 겁니다. 축축 늘어지는 엿가락처럼 고분고분한 자가 될 겁니다.”


사또 김두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래야지 암. 저 윤생원이라는 자의 콧대를 돼지코처럼 아주 납작하게 만들 생각이야. 그러면 여기 양반들도 나를 우습게 보지 않겠지."


“맞습니다, 사또. 아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얼음 동동 평양냉면처럼 아주 속 시원하신 말씀입니다. ”


“흐흐흐. 이건 아주 좋은 기회야. 백성들에게 내 영민함을 보여줄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어.

내가 윤생원을 보기 좋게 꺾으면, 내가 바로 가장 똑똑한 자가 되는 거야. 내 말이라면 모두 다 설설 길 거야.”


사또 김두수가 입맛을 다셨다. 달콤하고 차디찬 동치미를 먹고 싶은 거 같았다. 그가 이방에게 말했다.


“유향소(지방 수령을 보좌하는 자문 기구)로 사람을 보내라.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에게 동길이 판결을 김진사댁에서 하겠다고 알려라. 내 판결을 많은 이에게 보여주겠다.”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들이 사또의 명판결을 보고 분명 감복할 겁니다.”


사또가 말을 마치고 사령을 불렀다. 사또의 뜻을 전했다. 사령이 급히 움직였다. 유향소로 달려갔다.


한 식경 후(30분) 윤진과 사또 일행이 가파른 언덕길을 다 올랐다. 그들이 심호흡하며 숨을 골랐다. 뒤이어 동길과 동길 어머니도 언덕 정상으로 올라왔다.


동길이 무척 숨 가빠했다. 그는 이미 곤장을 많이 맞았고 포박이 되어 팔을 쓰지도 못했다. 그런 몸으로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그래서 숨이 턱까지 올라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홍당무 같았다.


언덕 위에 주막이 있었다. 주막은 나그네와 보부상들이 주로 머무는 곳이었다. 20명을 숙박할 수 있는 큰 집이었다.


주막 평상에 일꾼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깜짝 놀라서 바닥에 조아렸다. 사또가 주막까지 행차했다. 그러자 다른 일꾼들도 바닥에 조아렸다.


관아에서 먼저 출발한 사령이 사또의 행차를 주막에 알렸지만, 사또가 진짜로 모습을 보이자, 모두 가슴이 콩콩 뛰었다.


“사또!”


평상에 앉은 손님들도 모두 사또에게 예를 갖추었다.


사또 김두수가 에험! 헛기침을 한 번 하고 평상으로 걸어갔다.


그때, 부뚜막에서 한 아낙이 나왔다. 키가 작고 통통한 30대 여인이었다. 사또를 보고 깜짝 놀라 얼음이 되었다. 그녀는 주모(주막 주인) 길녀였다.


“주모 길녀는 사또에게 예를 갖춰라!”


이방이 큰소리로 주모 길녀에게 말했다.


주모 길녀가 황급히 정신 차리고 바닥에 조아렸다. 그리고 말했다.


“사, 사또!”


사또 김두수가 고개를 끄떡였다. 백성들이 그에게 극진한 예를 표했다. 그가 마치 왕이 된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생원, 한번 그 유명한 솜씨를 보여주시오. 얼마나 조사를 잘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보겠소.”


“알겠습니다. 사또.”


윤진이 공손히 답하고 주막 사람들에게 말했다.


“주모와 일꾼들은 모두 여기 평상으로 모이시오. 어젯밤 김진사댁에 출몰한 도둑이 과연 누구인지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이 몸을 일으켰다. 윤진이 가리키는 평상으로 모였다. 평상은 그 크기가 컸다. 열 명이 한 번에 앉을 수 있었다. 뜨끈한 국밥과 콸콸 잘 넘어가는 막걸리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모인 사람들은 주막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주모 길녀가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님, 벌써 나졸이 다 조사했습니다. 우리는 사실대로 다 말했습니다.”


윤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번 조사는 추가 조사요. 조사에 성실히 임해주시오.”


“추가 조사요?”


주모 길녀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추가 조사를 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곧 받아들였다.


이는 다른 사람도 아닌 윤진의 말이었다. 윤진은 서산군에서 알아주는 인재였다. 송사에서 아주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길녀도 윤진의 소문을 익히 들었다. 속으로 그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주모 길녀가 수긍했다.


윤진이 주막을 쭉 둘러봤다. 주막에 커다란 평상이 여러 개 있었다. 그가 주막 손님들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손님들은 잠시 저쪽 평상으로 모여 있으시오. 부탁하오.”


“네, 알겠습니다.”


손님들이 구석 자리 평상으로 이동했다. 윤진이 한 번 헛기침하고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가 주모 길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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