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청 수사관, 윤진 01편 참수 장군
“어젯밤 농사꾼 동길이 이 주막에서 술을 먹은 게 확실하오?”
주모 길녀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맞습니다. 동길에게 술을 팔았습니다. 파전 안주에 막걸리를 먹었습니다.”
“동길이 혼자 있었소? 일행이 있었소?”
“일행은 없었습니다. 혼자였습니다.”
“분명하오?”
“분명합니다. 제가 똑똑이 봤고 우리 하인들도 다 그렇게 기억합니다.”
“알겠소.”
윤진이 말을 마치고 이번에는 주막 하인들을 쭉 살폈다. 모두 네 명이었다. 20대 아낙 둘에 20대 장정 둘이었다.
여자 하인은 몸매에서 차이가 났다. 한 명은 살이 쪘고 다른 한 명은 몸이 말랐다.
장정은 둘 다 몸이 좋았다. 단 키에서 차이가 났다. 한 명의 키가 꽤 작았고 다른 장정은 보통이었다.
윤진이 주모 길녀에게 말했다.
“주막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다 온 게요?”
“다 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음!”
윤진이 매의 눈으로 하인들을 살폈다. 하인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윤진의 날카로운 시선이 부담스러운 거 같았다.
윤진이 걸음을 옮겼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하인들의 얼굴을 살폈다. 맨 왼쪽에 살이 찐 아낙이 있었고 그다음에 마른 아낙, 그다음에 키 작은 장정, 마지막에 보통 키의 장정이 서 있었다.
윤진이 하인들의 눈썹에 집중했다. 그의 바람과 달리 하인 중에 눈썹이 진한 사람은 없었다.
‘이런.’
윤진이 인상을 찌푸리고 낙담했을 때
‘어!’
윤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순간, 움찔했다. 한 사람을 주목했다. 그건 세 번째로 서 있는 사람, 키 작은 장정이었다. 장정의 미간에 회색빛이 감돌았다.
윤진이 즉각 키 작은 하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키가 작은 대신 얼굴이 컸다. 넙데데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작았다.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었다. 키가 작은 건 짧은 다리 때문이었다. 상체는 우람하고 컸다.
‘그렇군.’
윤진이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애써 감추었다.
그때, 까악! 까악!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까치고개에 까마귀가 서너 마리가 날아들었다. 까치 고개에 까마귀가 날아들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까마귀와 까치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 덩치에 차이가 좀 있지만, 까마귀 몸에 흰색 깃털과 푸른색 깃털이 있으면 까치였다.
“재수 없게 쓰리!”
이방이 까마귀를 보고 투덜거렸다.
반면 동길 어머니는 까마귀를 보고 반색했다.
“왔네!”
두 사람이 까마귀를 보고 정 반대 생각을 했다. 이방은 까마귀를 흉조로 여겼고 동길 어머니는 길조로 여겼다. 누구의 생각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었다.
시끄럽게 들리는 까마귀 소리를 잠시 듣던 윤진이 이번에는 하인들의 옷을 살폈다.
하인들의 옷은 깨끗하지 않았다. 손님을 접대하는 주막은 할 일이 참 많았다. 깨끗한 옷이라도 한 식경(30분)만에 지저분해질 수 있었다.
윤진이 하인들이 상의를 살피고 고개를 내려 하의를 살폈다. 그가 긴장감에 입술에 침을 묻혔을 때, 두 눈이 진주처럼 반짝거렸다.
하인 한 명의 바지 아랫단에 마른 진흙이 묻어 있었다. 그 하인은 미간에 회색빛이 돌았던 키 작은 장정이었다.
윤진이 서둘러 키 작은 장정의 짚신을 살폈다. 짚신을 잠시 살피던 윤진이 하인들에게 말했다.
“여보게들, 짚신 바닥을 보여주게. 먼저 오른발을 보여주고 다음에 왼발이야.”
“네에? 짚신 바닥이요?”
하인들이 그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진이 난데없이 짚신 바닥을 보자고 말했다. 하인들이 서로 쳐다봤다. 주모 길녀가 서둘러 말했다.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어? 윤생원님 말씀을 따라야지. 지금 사또도 행차하셨어. 어서 말씀에 따라.”
“네. 아, 알겠습니다.”
하인들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왼쪽 끝에 있는 하인부터 짚신 바닥을 보여줬다.
윤진이 등을 굽히고 하인들의 짚신 바닥을 자세히 살폈다.
첫 번째 하인과 두 번째 하인이 차례대로 짚신 바닥을 보였다.
이제 키 작은 장정 차례였다. 그가 발을 들었다. 다른 사람처럼 짚신 바닥을 윤진에게 보였다. 짚신 바닥에 바지 아랫단처럼 진흙이 묻어 있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마지막 하인의 짚신 바닥을 다 살피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좋소. 이만 물러가시오.”
윤진의 말에 하인들이 윤진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물러났다.
“음!”
윤진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걸음을 옮겼다. 주막을 빙 둘러봤다. 주막 앞에 삶은 돼지머리가 장대에 걸려 있었다. 그 냄새가 심했다.
윤진이 주막 앞마당과 본채, 행랑채, 광, 측간, 담벼락 등을 살피고 수사를 시작했던 평상으로 돌아왔다. 그가 주모 길녀에게 말했다.
“주모, 어젯밤 자시에 동길이 주막에서 떠난 게 분명하오?”
“네, 맞습니다. 자시에 동길이 주막에서 떠났습니다.”
“동길이 거하게 취했소?”
“취하기는 취했습니다. 그게 기억이 납니다.”
“동길이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걸 봤소?”
“네, 봤습니다. 술값을 받고 문 앞까지 배웅했습니다. 어두우니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당부했습니다. 우리 하인 중 한 명이 등을 들고 언덕길까지 배웅했습니다.”
윤진이 급히 말했다.
“동길을 배웅한 하인이 누구요?”
주모 길녀가 고개를 돌렸다. 하인 중 한 명을 바라봤다.
키가 중간인 남자 하인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제가 등을 들고 동길이를 배웅했습니다. 그때 동길이가 좀 취했습니다. 그래도 걷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알겠소.”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동길의 진술을 떠올렸다. 주모와 하인의 진술과 일치했다.
윤진이 주막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동길의 진술에 따르면, 언덕을 내려가 산길을 걷다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져 잤다고 했소. 여기 사람 중에 길바닥에 쓰러진 동길을 본 사람이 있소?”
주막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본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윤진이 질문을 이었다.
“당시 주막에서 술을 먹거나 머물던 사람들이 누구요?”
주모가 눈을 오른쪽으로 치켜뜨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덕수 아범과 막둥이가 술을 먹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부상과 나그네였습니다. 모두 외지인들입니다. 외지인들은 모두 아침에 주막을 떠나서 외지로 갔습니다.”
“외지인 중에 동길이처럼 키가 아주 크고 눈썹이 진한 사람이 있었소?”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 키가 작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눈썹도 반 토막에 희미했습니다. 동길처럼 부리부리한 눈썹은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덕수 아범과 막둥이는 언제까지 술을 먹었소?”
“둘은 읍내에서 유명한 고주망태입니다.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해 뜰 때까지 술을 마시다가 평상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걸 주모가 봤소?”
“저는 자러 들어갔습니다. 여기 하인 하나가 봤습니다.”
“그 하인이 누구요?”
키 작은 남자 하인이 입을 열었다.
“윤생원님, 제가 봤습니다. 덕수 아범과 막둥이가 밤새도록 술 마시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래서 자중하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자 덕수 아범이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덕수 아범한테 물어보세요. 그렇게 대답할 겁니다.”
“알겠소.”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이방 옆에 서 있는 형방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형방이 윤진에게 달려왔다.
형방은 차진성이었다. 30대 중반 남자였다. 아전 중에서 형벌을 담당했다. 중간 키에 반달곰처럼 듬직한 체격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항상 웃는 낯이었다. 그는 윤진과 잘 아는 친구 사이였다. 냇가에서 어죽을 나눠 먹으며 친해졌다.
형방이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님, 무슨 일이 있나요?”
윤진이 작은 목소리로 형방에게 물었다.
“형방, 여기에 수상한 사람이 있소. 나졸을 시켜 그 사람을 감시해야 하오.”
“수상한 사람이라고요?”
형방이 윤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주막 사람들과 손님들만 보였다. 수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님, 제가 보기에 수상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가 수상한 사람이죠?”
윤진이 답했다.
“주막 남자 하인 중 키 작은 하인이 수상하오. 넙데데한 얼굴에 다리가 아주 짧고 상체가 큰 자요.”
“아, 저 남자 하인 말하는 거군요.”
“그렇소. 나졸들이 저 하인을 철저히 감시해야 하오. 반드시 이곳에 잡아 두시오. 내가 여기를 떠나면 입고 있는 바지와 짚신을 압수하시오.”
“바지와 짚신이요?”
“그렇소.”
“알겠습니다.”
형방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오랜 세월 윤진과 알고 지냈다. 윤진의 영특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그럼, 동길이 범인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소. 아직 증거가 더 필요하오. 나머지 증거는 김진사댁에서 확보하겠소. 운이 좋다면 증거를 잡을 수 있을 거 같소.”
“아이고, 그렇군요. 저도 동길이 범인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목격자 증언이 너무나도 확실해서 이방의 말에 감히 토를 달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윤진의 눈빛이 번쩍였다. 그가 급히 말했다.
“이방이 동길이 범인이라고 분명히 단정했소?”
“아침에 출근했을 때 동길이 범인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였습니다.
도둑이 도망치자, 김진사댁에서 제가 아니라 이방을 불렀습니다. 이 일은 제 소관인데도 이방이 저 대신 조사했습니다. 그래서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군.”
윤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이방을 찾았다. 이방이 사또 옆에서 실실 웃고 있었다. 그 교활함이 넘치다 못해 바닥에 흥건히 넘쳐흘렀다.
서산군 전임 군수 이칙림은 이방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주 질책했었다. 이에 이방이 기를 펴지 못했다.
이방은 읍내에서 유명한 향리 집안이었다. 대를 이어서 이방직을 맡았다. 이방은 무척 수완이 좋았고 영민했다. 전임 군수 이칙림도 그걸 인정했다.
하지만 이방은 오만했다. 그리고 사람을 차별했다. 있는 자에게 누구보다 굽신거렸고 없는 자에게 막말하고 하대했다.
전임 군수 이칙림은 이방의 그릇된 성품을 지적하고 훈계했었다. 그때마다 이방은 고개를 조아리고 사죄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 못된 버릇을 여전히 고치지 못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딱 들어맞았다.
형방이 급히 움직였다. 그가 날랜 나졸들을 불렀다.
윤진이 사또에게 말했다.
“사또, 주막 조사가 끝났습니다. 이제 김진사댁으로 가서 마지막 조사를 하겠습니다.”
“좋소!”
사또 김두수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수행원들이 그를 따랐다.
“사또, 편히 가십시오.”
주막 사람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정중히 몸을 굽혔다. 그렇게 예를 다했다.
사또가 주막에서 떠나자, 날쌘 나졸 둘이 급히 움직였다. 그들이 키 작은 하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을 보고 키 작은 하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나리, 왜 그러시죠?”
나졸 중 한 명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지랑 짚신을 벗어야겠다.”
“네에?”
키 작은 하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