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윤진 서산군 인재로 뽑히다

포도청 수사관, 윤진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그때 한 사람이 냇가로 왔다. 윤진이었다. 윤진이 의관을 챙겨입고 냇가로 걸어왔다.


그는 오전에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수업을 마치고 배가 출출했다.


윤진이 점심을 먹으려 했을 때 한 아이가 찾아왔다. 동길이 어죽을 끓였다고 어서 냇가로 오라고 전했다. 이에 기쁜 마음으로 냇가로 오는 길이었다.


“윤생원님!”


동길이 윤진을 보고 크게 외쳤다. 무척 반가운 목소리였다.


윤진이 환하게 웃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동길의 몸이 다 나았다. 튼튼한 몸이라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았다.


“동길이 축하하네. 다시 건강해졌어.”


윤진의 말에 동길이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다 윤생원님 덕분입니다. 오늘 어죽을 팔팔 끓였습니다. 최대한 솜씨를 발휘해 맛있게 끓였습니다. 고춧가루를 팍팍 넣었습니다. 칼칼한 맛이 제대로일 겁니다.”


“하하하! 아주 좋구먼. 동길이가 만든 어죽이라면 죽은 사람도 어죽을 얻어먹으려 벌떡 일어날 거야.”


“자. 이제 드시지요.”


동길의 말에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돗자리에 앉았다. 동길이 따뜻한 어죽 한 사발이 윤진에게 건넸다. 윤진이 사발을 받고 그 냄새를 맡았다. 고소한 냄새가 일품이었다.


“하아! 이거 정말 맛있겠군.”


윤진이 숟가락을 들었다. 그가 한 입 먹으려다가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윤진이 빙긋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먹고 싶니?”


아이들이 너도나도 소리쳤다.


“네! 먹고 싶어요! 윤생원님.”


윤생원이 동길이에게 말했다.


“어죽이 많으니, 아이들에게도 어죽을 나누어 주게나.”


동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럴 참이었습니다. 먼저 윤생원님이 드셔야죠.”


“알았네.”


윤진이 숟가락에 어죽을 듬뿍 담아 입에 넣었다. 어죽이 참 부드럽고 고소했다.


오늘 바람이 좀 쌀쌀했다. 쌀쌀한 날에는 어죽이 최고였다.


동길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어서 줄을 서라! 맛있는 어죽을 나눠주겠다.”


“우와! 동길이 아저씨 최고!”


아이들이 우르르 동길이 앞으로 몰려들었다. 다들 어죽 한 사발을 받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거 참, 맛있게도 먹는구나.”


윤진이 흡족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열심히 숟가락을 놀렸다. 윤진도 아이들처럼 열심히 숟가락을 움직였다. 젓가락으로 김치를 척 들고 어죽과 함께 먹었다.


그 맛이 참으로 꿀맛이었다. 환상의 조화였다. 그렇게 윤진과 아이들이 동길이가 끓인 어죽에 대만족했을 때


누군가가 냇가로 뛰어왔다. 그 발소리가 급했다.


“윤생원님!”


익숙한 목소리였다. 윤진이 고개를 들었다. 한 사람이 냇가로 달려왔다. 그는 형방 차진성이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거 같았다.


“무슨 일이 있나?”


윤진이 급히 달려오는 형방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형방이 윤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윤진이 형방에게 말했다.


“형방도 한 그릇 들게나. 동길이가 어죽을 끓였어. 그 맛이 귀신도 울고 갈 정도야.”


“윤생원님, 지금 한가하게 어죽을 먹을 때가 아닙니다.”


“뭐라고? … 그건 아니야. 동길이가 끓인 어죽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와야 해. 별미 중의 별미야. 우리 읍내 사람들도 다 인정하는 맛이야.”


윤진이 어죽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형방도 고소한 어죽을 먹고 싶은지 군침을 꿀컥 삼키고 말했다.


“그럼, 어죽을 빨리 드세요. 사또께서 윤생원님을 찾으십니다.”


“사또께서 나를 찾는다고? 무슨 일이 있나?”


“네, 형조에서 명이 내려왔습니다.”


“형조? 조정에서 명이 내려왔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 일 때문에 사또께서 윤생원님을 급히 찾습니다.”


“알겠네. 그럼,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가겠네.”


윤진이 말을 마치고 뜨거운 어죽을 호호 불며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을 형방이 지켜봤다. 그도 먹고 싶은지 입에서 침을 흘렸다.


형방이 군침을 흘리며 윤진에게 말했다.


“저, 윤생원님 어죽 냄새가 참으로 고소합니다.”


“그럼, 아주 고소하지.”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동길이가 형방에게 말했다.


“형방 나리, 걱정하지 마세요. 나리 어죽은 따로 챙겨두겠습니다.”


“오우, 그러면 정말 고맙지!”


형방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윤진이 어죽을 다 먹었다. 그가 동길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리를 떴다.


“그럼, 동길이 난 가보겠네. 어죽 참 맛있게 먹었네.”


“네, 어서 가보세요. 급한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동길이 말을 마치고 넙죽 윤진에게 절했다.


윤진이 미소를 짓고 걸음을 옮겼다. 형방과 함께 길을 나섰다.



**



윤진이 서산군 관아, 군수 집무실로 들어갔다. 사또 김두수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옆에 이방 정호림이 서 있었다. 둘이 긴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윤진이 나타나자, 사또와 이방이 함빡 웃었다. 윤진을 간절히 기다린 거 같았다. 사또 김두수가 윤진에게 말했다.


“아이고, 우리 윤생원님이 오셨군. 어서 자리에 앉으시게.”


“네, 감사합니다.”


윤진이 빈 자리에 앉았다.


“헤헤헤! 윤생원님.”


이방이 활짝 웃었다. 그 태도가 참으로 살가웠다.


이방은 동길이 사건으로 사또에게 심한 꾸지람을 받았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이방의 섣부른 행동으로 동길이가 자칫하면 장독으로 죽을 뻔했다. 그 이후로 윤진에게 살살 기었다.


사또 김두수가 혀로 윗입술을 쓱 핥았다. 군침이 도는 일이 있는 거 같았다.


윤진이 사또에게 말했다.


“조정에서 명이 내려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찾으셨다고요?”


사또 김두수가 격하게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맞소. 형조에서 공문이 내려왔소. 지금 한성에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소.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인재를 모집하고 있소.”


“아, 그렇군요. 혹 그게 홍장군 사건인가요?”


“맞소!”


사또의 말에 윤진이 정색했다. 그도 홍장군 소문을 들었다.


한 달하고 열흘 전쯤 한성에 20년 전 난을 일으켰던 홍장군이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홍장군은 역적죄로 참수된 자였다.


죽은 자가 다시 돌아올 수는 없었다. 귀신의 소행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홍장군을 사칭하거나 20년 전, 홍장군이 죽지 않은 거였다.


경성에 다시 나타난 홍장군은 아주 잔인하고 흉측했다. 벌써 여러 사람을 죽였다는 풍문이 돌았다.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억울하게 죽은 홍장군이 그 사무친 원한을 갚기 위해 귀신이 되어 돌아왔다고 여겼다.


윤진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성부 사건이라면, 한성부와 형조, 포도청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국에서 인재를 모집한다고요?”


사또 김두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소. 홍장군 일당이 한성에 등장해 여러 사람을 죽이고 감쪽같이 종적을 감췄소.

한성 한복판에 벌어진 일이지만, 한성부, 형조, 포도청에서 단서를 잡지 못했소. 이에 주상께서 진노하셨소. 어서 빨리 홍장군을 잡으라고 형조에 명을 내리셨소.

형조에서 전국 관아에 공문을 보냈소. 우리 관아에도 공문이 도착했소. 홍장군 사건을 해결한 인재를 추천하라는 공문이었소.”


“그렇군요. 그럼, 사또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사또 김두수가 웃음을 흘렸다. 그가 간곡한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본관은 우리 윤생원이 한성으로 올라가 공을 세우길 바라오.”


“제가요? … 저는 그럴 재간이 없습니다. 한성부, 형조, 포도청에서도 해결 못 하는 일을 제가 풀 수는 없습니다.”


이방이 그 말을 듣고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윤생원님의 총명함이라면 해결하고도 남습니다.”


사또 김두수가 맞장구쳤다.


“이방 말이 맞소. 윤생원의 총명함이라면 사건을 해결하고도 남소. 어제 윤생원을 추천하는 장계를 올렸소. 오늘 짐을 꾸려서 내일 일찍 한성으로 올라가시오.”


“네에?”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사또, 이는 불가한 일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제가 한성으로 가면 누가 어머니를 돌보겠습니까?”


이방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윤생원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사또께서 동길 어멈에게 부탁했습니다. 쌀을 내리고 윤생원님 어머님을 잘 돌보라고 말했습니다. 동길 어멈이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네에? 벌써 그렇게 하셨다고요?”


윤진이 깜짝 놀랐다. 사또가 벌써 일을 다 처리했다. 윤진을 반드시 한성으로 보내겠다는 심산이었다.


사또 김두수가 신이 난 표정으로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이 한성으로 가서 홍장군 사건을 해결하면 윤생원뿐만 아니라 본관도 나라에 큰 공을 세우는 거요. 본관은 상을 받고 싶소. 훌륭한 인재를 조정에 추천한 상을 받고 싶소.”


“아, 그렇군요.”


윤진이 사또의 속셈을 알아챘다. 사또 김두수가 조정에 공을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 같았다. 사또는 욕심이 많은 자였다. 그자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윤진은 반드시 한성으로 가야 했다.


사또 김두수가 말을 이었다.


“윤생원은 사건을 푸는 걸 즐기지 않소? 이번 기회에 어려운 사건을 풀고 상을 두둑이 챙겨보는 게 어떻겠소? 사건을 명쾌하게 풀면 주상 전하께서 그 공을 크게 치하할 거요.”


윤진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사또 말대로 어려운 사건을 푸는 걸 좋아했다. 아울러 억울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건 해결에 매진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서산군 사건이 아니었다. 나라의 수도인 한성과 조정과 관련된 중대한 사건이었다.


홍장군은 다른 죄도 아니고 역모죄로 처형된 인물이었다. 사건 해결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윤진이 머뭇거리자, 사또 김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진중한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이 일은 본관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일이요. 주상 전하께서 홍장군 사건으로 매일 근심한다는 소식을 들었소.

조정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사건을 해결해야 민심의 동요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소.

우리 윤생원은 서산군에서 으뜸가는 인재요. 그 재능을 나라를 위해 쓸 때가 드디어 왔소. 이제 큰물로 나가시오. 나라를 위해서!”


윤진이 ‘민심의 동요’라는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홍장군 사건은 사또의 말대로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20년 전처럼 민심이 다시 동요할 수 있었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20년 전,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한성으로 올라가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겠습니다.”


윤진이 시원한 목소리로 답했다.


사또 김두수와 이방이 그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또가 아주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어서 집으로 돌아가 한성으로 갈 채비를 하시오. 내가 몸종 하나를 붙여주겠소. 영리한 아이요. 일을 잘 처리할게요. 내일 아침 일찍, 본관이 배웅나가리다.”


“네, 알겠습니다.”


윤진이 고개 숙이고 답했다. 그렇게 윤진이 서산군 인재로 뽑혀 한성으로 올라가게 됐다.


한성을 떨게 하는 홍장군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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