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한성부, 좌포도청

포도청 수사관, 윤진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다음날 5월 18일 묘시(卯時, 아침 6시)


닭이 큰 소리로 울었다. 곧 해가 밝았다. 윤진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당으로 나가 세수하고 몸을 풀었다.


“아, 좋다. 아주 상쾌해!”


윤진이 아침의 상쾌함을 만끽했다. 마당에서 소리가 들리자,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아들 윤진이 무예를 연습하고 있었다. ‘얍’ 소리를 내며 발치기를 하고 주먹을 내지르며 날쌘 솜씨를 뽐냈다.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었다. 그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한성으로 갈 때 활과 화살도 챙겨 가라.”


윤진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방긋 웃고 있었다. 그가 답했다.


“일어나셨군요. 그런데 활과 화살이요?”


어머니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혹시 모르잖니. 한성에 올라가면 위험할 수도 있어. 홍장군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며 … 홍장군은 벌써 여러 사람을 죽인 인물이야. 항상 조심해야 해. 아들이 활을 잘 쏘니 요긴할 때가 있을 거야.”


윤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어머니 말이 맞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혹 필요할지도 모르죠. 봇짐에 활과 화살도 챙길게요. 그러면 짐이 좀 커지겠어요. 활이 좀 커서 ….”


“관아에서 종이 온다고 했잖아. 그 종이 크고 무거운 걸 들고 가면 돼.”


“그러면 되겠네요. 그렇지만, 혼자 무거운 걸 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짐을 나누겠습니다.”


“그래 그래. 알아서 해라. 우리 아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어머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진과 어머니가 아침상을 준비했다. 모자가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미역국이었다. 윤진은 미역국을 참 좋아했다. 그가 미역국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미역이 참 맛있네요.”


“그럼, 장에 가서 신선한 걸로 골랐어. 우리 아들이 내일 아침 든든히 먹고 한성에 가야 한다고 말하니 주인장이 덤을 듬뿍 더 주더라. 윤생원이 내 아들이라고 하면 다들 장한 아들을 뒀다고 손뼉을 치더라고. 두 그릇 먹고 가. 그래야 든든하지.”


“알겠습니다. 두 그릇 뚝딱 해치우겠습니다.”


윤진이 신이 난 표정을 말했다. 그가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머니는 오랜 와병으로 초췌했다. 한성으로 올라가면 병약한 어머니와 오랫동안 이별해야 했다.


그래서 한성으로 떠나기 전, 어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모자가 정답게 말을 나누며 식사했다. 잠시 후, 식사가 끝났다. 그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누가 왔나 보네.”


어머니의 말에 윤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윤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윤생원님.”


윤진이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갔다. 마당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서산 관아에서 일하는 종이었다. 키가 크고 체격이 당당한 사내로 근육질 몸이었다. 대야처럼 크고 둥근 얼굴에 이목구비가 작았다.


종은 사또의 분부에 따라 윤진을 수행해야 했다. 그가 윤진에게 공손히 절하고 말했다.


“윤생원님, 돌이라고 합니다. 서산 관아에서 일하는 종입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사또 김두수의 말대로 아침 일찍 관아에서 일하는 종이 집으로 찾아왔다.


“그래, 알았다. 그런데 네 이름이 돌이라고?”


“네, 돌입니다.”


“돌?”


“네, 맞습니다.”


“이름이 정말 간단하구나!”


“아버지가 돌처럼 단단한 사람이 되라고 돌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졌구나. 몸이 아주 단단하구나. 돌이 아니라 바위 같다.”


“바위요?”


“응, 바위!”


“헤헤헤. 감사합니다. 바위라 들으니 기분이 좋은데요. 그렇지만, 제 이름은 돌입니다.”


“알았다. 돌아. 관아에서 얘기는 다 들었지?”


“네, 사또와 이방 나리한테 윤생원님을 잘 모시라고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 사또는 어디에 계시니?”


“마을 어귀에 계십니다. 윤생원님을 기다리십니다.”


“아이고. 일찍 행차하셨구나. 그럼, 나도 서둘러야겠구나.”


윤진이 말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어머니에게 공손히 큰절하고 말했다.


“소자, 한성에 가서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아들, 윤생원이 큰일을 할거로 믿어. 어서 가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고 돌아와. 그러면 마을 잔치가 있을 거야. 어미가 잔치 국수 좋아하는 거 알지? 어서 와야 해.”


“네, 알겠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시일이 한 달이나 두 달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몸조리 잘하세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동길 어멈이랑 잘 지내고 있을 테니 … 집 걱정은 일절 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성으로 가겠습니다.”


윤진이 말을 마치고 일어났다. 그가 의관을 갖췄다. 봇짐 두 개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봇짐 하나를 돌이에게 주고 말했다.


“돌아, 이 봇짐을 메고 가라.”


돌이가 윤진이 멘 봇짐을 보고 급히 말했다.


“나리, 봇짐을 하나로 해서 제가 메고 가면 됩니다.”


윤진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그럴 필요 없다. 짐은 나눠야 힘이 덜 들어.”


“그렇지만 ….”


“어서 봇짐을 메라. 사또께서 기다리신다.”


“알겠습니다.”


돌이가 봇짐을 맸다.


어머니가 마당으로 나왔다. 윤진의 두 손을 꼭 잡고 아들에게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항상 나라에 보탬이 되고자 하셨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어. 우리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야 해.”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윤진이 말을 마치고 어머니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돌이도 공손히 윤진 어머니에게 인사했다.


“자, 가자!”


윤진이 새벽에 떠온 냉수처럼 시원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이 ‘예이!’를 외치고 그 뒤를 따랐다.


어머니가 두 손을 모았다. 점점 멀어져 가는 아들을 바라봤다. 그녀가 천지신명께 빌었다. 아들이 무탈하기만 바랐다.



한 다경 후(15분)


저 멀리에 마을 어귀가 보였다. 마을 어귀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또 김두수와 아전, 사령들이었다.


윤진이 사또 일행을 보고 걸음을 재촉했다. 돌이도 서둘렀다.


잠시 후, 윤진과 돌이가 사또 김두수 앞에서 멈췄다. 둘이 예를 표했다. 사또 김두수가 껄껄 웃으며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꼭 공을 세우시게. 그래야 우리 서산군이 반짝반짝 빛이 나네.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면 본관뿐만 아니라 우리 군민들도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사또.”


윤진이 결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사또 김두수가 돌이에게 말했다.


“돌아. 너는 총명한 아이다. 윤생원님을 옆에서 잘 보필해라.”


“알겠습니다, 사또.”


돌이가 공손히 답했다.


이방 정호림이 윤진에게 말했다.


“돌이한테 노잣돈을 든든히 줬습니다. 배곯지 말고 든든히 먹으며 한성까지 올라가세요.”


“고맙소, 이방.”


윤진이 말을 마치고 미소를 지었다. 일이 순조로웠다. 시작이 참 좋았다.


윤진의 친구인 형방 차진성이 환하게 웃으며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님,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어서 빨리 돌아오셔서 어죽을 같이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동길이가 어제 굳게 약조했습니다. 윤생원님이 돌아오시면 어죽을 또 끓인다고 했습니다.”


“오! 어죽 때문이라도 사건을 빨리 풀어야겠군. 알았네. 어죽 먹으러 곧 오겠네. 그럼.”


윤진이 관아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길을 떠났다. 참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하늘에 까치 대여섯 마리가 날아다녔다. 까치 고개 까치들이 오늘따라 마을 어귀 커다란 소나무에 모여 있었다.


‘까악!’ ‘까악!’ 그 소리가 오늘따라 시끄럽지 않고 경쾌했다.



7일 후 5월 25일 사시(巳時, 오전 10시)


두 남자가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여기는 한성부 안이다. 둘이 청계천을 지나 종로를 걸었다. 종로는 한성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돌이가 길에 늘어선 점포와 많은 사람을 보고 입을 쩍 벌리고 말했다.


“우와! 윤생원님, 가게들이 참 많네요. 우리 서산 읍내에는 이런 곳이 없는데 ….”


윤진이 답했다.


“이건 당연한 거야. 서산군은 한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야. 한성처럼 번화할 수가 없어.

여기는 왕족과 귀족, 양반들을 위한 물건을 취급하는 곳이야. 우리가 엄두도 내지 못할 물건들이지.”


“그렇군요. 아! 저기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데요.”


“그래?”


윤진이 냄새가 나는 곳을 살폈다. 그곳은 설렁탕집이었다. 그가 입맛을 다시고 돌이에게 말했다.


“돌아 설렁탕 한 그릇 먹고 좌포도청으로 갈까? 배가 고프다.”


“네, 저도 그래요. 주막에서 아침을 좀 부실하게 먹었어요. 숙박비만 비싸고 음식이 형편없었어요. 외지인이라고 음식을 대충 만든 거 같아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도 주막에서 먹은 아침이 부실하다고 느꼈다. 산나물 세 가지에 보리밥이 전부였다. 그걸 먹고 힘을 낼 수 없었다.


윤진과 돌이가 설렁탕집으로 들어갔다. 둘이 설렁탕 두 그릇을 시켰다. 곧 구수한 냄새가 나는 설렁탕이 등장했다.


“와. 때깔이 좋네요. 흐흐흐!”


돌이가 설렁탕 국물을 보고 군침을 흘리며 말했다.


윤진이 숟가락을 들고 말했다.


“깍두기도 맛있어 보이는구나. 어서 한 그릇 뚝딱하자, 이제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좌포도청이야.”


“네, 알겠습니다. 이제 한성으로 왔네요. 7일이 참 금방 지나간 거 같아요.”


“그래, 마음이 급하니 시간이 빨리 흘러갔어. 그동안 한성에 별일이 없었나?”


윤진이 설렁탕을 맛있게 먹으며 잠시 생각했다. 그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주인장을 불렀다. 주인장이 오자, 입을 열었다.


“주인장, 물어볼 게 있소.”


“네, 나리. 물어보세요.”


나이가 지긋한 주인장이 친절한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홍장군이 최근에 등장한 적이 있소?”


“호, 홍장군이요?”


주인장이 홍장군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사방을 살폈다. 작은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나리, 홍장군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지금 포졸들이 종로 일대에 쫙 깔려 있어요. 모두 사복을 입고 있어요.

홍장군과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잡아가려고 벼르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홍장군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아요. 그런데 손님은 외지인 같네요. 옷차림도 그렇고 ….”


“그렇소. 충청도 서산군에서 왔소.”


“아, 그러시구나. 그래서 여기 물정을 잘 모르시는구나. 그 뭐 장군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절대로! 아셨죠?”


윤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뭐 장군이 최근에 등장했는지만 알고 싶소.”


“네, 등장했습니다. 그 뭐 장군이 며칠 전에 보부상단 사람을 죽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알겠소.”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가 숟가락을 빠르게 놀렸다. 곧 설렁탕을 다 먹었다. 뚝배기를 깨끗이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이는 깍두기가 맛있는지 우걱우걱 씹고 있었다. 윤진이가 일어나자, 돌이가 깍두기를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다시 길을 나섰다. 목적지인 좌포도청으로 향했다. 저 앞에 좌포도청이 보였다. 대문에 포졸 두 명이 창을 들고 문을 지키고 있었다.


“우와 건물이 으리으리하네요.”


돌이가 포도청 건물을 보고 감탄했다. 그럴 만했다. 그는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였다. 서산군 관아가 세상에서 제일 큰 건물인 줄 알았다. 한성에는 서산군 관아보다 큰 건물이 즐비했다.


윤진이 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대문 앞에 섰다. 그러자 포졸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행색이 초라한 양반과 체격이 건장한 종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딱 봐도 잘 나가는 양반은 아니었다. 몰락 양반이 분명했다.


포졸 하나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윤진에게 말했다.


“나리, 무슨 일이시죠?”


윤진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난 서산군 관아에서 추천받은 윤진이라는 사람이네. 홍장군 사건을 풀기 위해 좌포도청으로 왔네. 어서 상전께 내가 왔다고 알리게.”


“아! 그 나리시군요.”


포졸 둘이 서둘러 예를 갖춰다. 포졸 하나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윤진이 한번 헛기침하고 사방을 살폈다. 이곳 역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 많은 사람이 돌아다녔다.


다들 바쁜 일이 있는 듯 걸음이 빨랐다. 서산군에서는 이런 풍경이 없었다. 사람들이 다들 느릿느릿하게 걸어 다녔다.


잠시 후 포졸 하나가 대문으로 돌아왔다. 그가 윤진에게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종사관 나리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았네.”


윤진이 대답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돌이가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윤진이 홍장군 사건을 맡은 좌포도청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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