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좌포도대장의 간절한 부탁

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 참수 장군

by woodolee

윤진과 돌이가 포졸의 안내를 받으며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종사관 집무실이었다. 종사관은 좌포도청의 수장인 좌포도대장을 보좌하는 중요한 직책이었다.


방에 책상이 있었고 책상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종사관 관복을 입은 젊은 무관이었다.


무관은 윤진처럼 20대 후반이었다. 중간 키에 단단한 체격이었고 얼굴에 무관의 기질이 보였다. 턱이 강했고 눈썹이 두꺼웠다. 코가 컸고 입술이 가늘었다. 한마디로 용맹한 인상이었다.


윤진과 돌이 집무실로 들어오자, 종사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윤진의 얼굴을 잠시 살피다 입을 열었다.


“나는 좌포도청 종사관 임혁이네. 자네가 서산군에서 추천받은 윤진이라고?”


윤진이 고개를 조아리고 답했다.


“네, 나리. 그렇습니다. 윤진이라고 하옵니다.”


“음~!”


임혁 종사관이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가 고개를 내렸다. 서산군에서 보낸 문서를 살폈다. 고개를 들고 말했다.


“복시에 붙지 못했다는 데 그게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임혁 종사관이 그 말을 듣고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원이나 진사가 아니라면 글을 공부하는 선비에 불과했다.



종사관 집무실에 불편한 기운이 흘러내렸다.



그때, 한 사람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포교(포도군관)였다. 포교는 종사관을 보좌하고 포졸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키가 작고 덩치가 아주 좋은 자였다. 곰 같은 인상이었다. 눈과 눈 사이가 멀었다. 30대 중반 남자였다.


포교가 종사관에게 말했다.


“윤진이라는 선비가 왔다고요?”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지금 여기에 있네.”


포교가 침을 꿀컥 삼켰다. 반달곰 같은 사내가 유진을 향해 걸어왔다. 그가 걸음을 멈추고 윤진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나는 포교 김척이라고 하네.”


“네, 저는 윤진이라고 합니다.”


윤진이 공손한 목소리로 답했다.


김척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드디어 한 명이 왔군.”


그 말을 듣고 윤진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포교 나리, 전국에서 인재를 모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왔다고요? 혹 좌포도청에 온 사람이 저밖에 없는 건가요?”


“응, 그렇지.”


김척 포교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윤진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소생은 충청도 서산군에서 왔습니다. 한성과는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경기도는 한성과 아주 가깝습니다. 경기도에서 온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아무도 없어. 윤진 자네가 처음이야. 다들 명을 받은 후, 몸을 사리고 있더군. 인재가 아예 없다거나, 인재가 몸이 아프다면서 한성으로 인재를 보내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네에?”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김척 포교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윤진 자네를 보니 배짱이 좋은 거 같군. 배짱이 얼마나 좋은지 한번 보자고. 주상 전하가 이 사건을 주목하고 계셔. 사건을 어느 때보다도 잘 풀어야 할 거야.”


“그렇군요.”


“자네가 왔으니 다른 지방에서 한시름 놓을 거야. 인재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좋아하겠지.”


“그게 무슨?”


윤진이 김척 포교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김포교의 말은 사실이었다. 사건을 맡은 좌포도청에 도착한 인재는 윤진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거 같았다.


홍장군 사건은 매우 민감한 역모 사건이었다. 다들 그 사건을 맡기 싫어했다. 사건을 잘 풀지 못하면 무능하다고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했다.


그렇게 어려운 사건을 윤진 혼자 맡아야 했다. 사건을 잘 풀면 모든 공을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능하다고 손가락질당하고 내쳐질 수 있었다.


돌이가 김척 포교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포교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거 같았다.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또가 이방과 의기투합해서 나를 한성으로 보낸 이유가 이거였군. 내가 사건을 풀면 그 공을 나눠 가질 수 있고 사건을 풀지 못하고 고향으로 오면 나를 무시하려는 속셈이었어.

그래서 이방이 신이 난 거였어. 이방은 항상 날 경계했는데 그렇지 않았어. 사또와 이방 입장에선 이건 꽃놀이패야. 사건을 풀면 풀어서 좋고, 못 풀면 내 코가 납작해졌다고 좋아할 거야. 그렇다면 … 반드시 사건을 풀어야 해.’


윤진이 각오를 다졌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산군 군수와 이방은 신경 쓰지 않고 나라의 근심을 덜기로 했다.


김척 포교가 윤진에게 말했다.


“윤진, 자네가 왔으니 이제 한시름 덜었어. 우리로서는 반가울 따름이야. 조정에서 사건을 빨리 풀라고 하도 닦달해서 그동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어. 이렇게 인재가 왔으니 다행이야. 자네만 믿겠네.”


임혁 종사관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었다. 윤진은 초시에 통과했지만, 복시에는 통과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벼슬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임종사관은 어릴 적부터 총명한 자였다. 그는 윤진과 결이 달랐다. 약관의 나이에 무과에 응시해 당당히 장원급제했고 좌포도청 포교를 역임한 후 종사관이 되었다.


윤진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힘을 내어 말했다.


“저는 서산군에서 뽑힌 사람입니다. 사또와 함께 많은 송사를 처리했습니다. 그 경험이 있습니다. 비록 재주가 부족하지만,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기백이 넘쳤다.


그 말을 듣고 임혁 종사관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젊은 나이였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을 상대했었다. 이렇게 당당한 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윤진, 이자한테 뭔가가 있기는 있는 거 같군. 그러니 생원 진사도 아닌데 서산 군수가 추천했겠지. 생원이 아니더라도 수사에 도움을 주면 그만이지. 지금 더운 밥 찬반 가릴 처지가 아니야.’


임혁 종사관이 생각을 마치고 윤진에게 말했다. 친절한 목소리였다.


“그래, 윤진 자네만 믿겠네. 현재 사건 해결이 오리무중이야. 우리로서는 난감할 따름이네. 자네가 왔으니 지원군이 온 거나 마찬가지야. 그동안 갈고 닦은 출중한 재능을 보여주게나.”


“과찬의 말씀입니다.”


윤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돌이가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나리님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윤생원님은 그 재주가 하늘에 닿고 귀신도 울고 갈 정도라고 서산군 영감, 대감님들이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똑똑히 들었어요.”


“그래?”


돌이의 말에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정에서 고위직을 역임하고 서산군에 사는 영감, 대감들이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윤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김척 포교가 웃으며 윤진에게 말했다.


“포도대장님께 인사드려야지. 어서 가자고.”


“알겠습니다.”


윤진이 답을 하고 의관을 다듬었다. 좌포도청의 수장 포도대장을 만나야 했다.


윤진이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를 따라갔다. 돌이는 따라가지 않고 집무실에 남았다.


포도대장 집무실 앞에서 셋이 걸음을 멈췄다. 임종사관이 말했다.


“임종사관입니다. 기다리던 인재가 왔습니다. 서산군 선비 윤진입니다.”


“오우! 어서 들어오시게.”


임혁 종사관이 집무실 문을 열었다. 포도대장 집무실은 종사관 집무실과 비슷했다. 대신 방이 두 배 이상으로 컸다. 집무를 보던 좌포도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중간 키에 무척 마른 남자였다. 나이는 40대 초반이었다.


“자네가 윤진인가?”


좌포도대장의 말에 윤진이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했다. 그가 말했다.


“네, 영감. 서산군에서 온 윤진이라고 하옵니다.”


“그래, 반갑네, 나는 좌포도대장 허식이야. 어서 자리에 앉게. 김포교, 차를 내와.”


“네, 영감.”


김척 포교가 공손히 말하고 집무실에서 나갔다.


잠시 후, 김척 포교와 나이가 지긋한 다모가 차를 갖고 돌아왔다. 다모가 차를 따랐다. 다모는 관아에서 차 심부름을 하는 여자 노비였다.


윤진, 포도대장, 종사관, 포교 넷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허식 포도대장이 윤진에게 말했다.


“서산 군수를 역임한 형조 참판한테 자네 말을 들었네, 아주 훌륭한 인재라더군. 그래서 기대가 커.”


“과찬의 말씀입니다.”


포도대장의 말을 듣고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초라한 선비, 윤진에게 뒷배가 있었다. 그는 고위직인 형조 참판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었다.


허식 포도대장이 말을 이었다.


“윤진, 아니 윤생원. 형조 참판이 그러더군. 윤진 자네가 생원이 아니지만, 존중하는 의미에서 윤생원으로 불렀다고. 나도 그걸 따르겠네.”


허식 포도대장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자네들도 윤진을 윤생원이라고 부르게.”


“아, 알겠습니다.”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가 대답했다.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포도대장의 분부였다. 반드시 따라야 했다.


허식 포도대장이 두 손을 모으고 윤진에게 말했다. 매우 간절한 목소리였다.


“윤생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지금 내 자리가 아주 위태위태하네. 조정에서 나를 주목하고 있어. 사건을 조속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관직을 박탈당하고 낙향할 처지네.

그래서 사건의 조속한 해결이 절실히 필요하네.”


“아, 그렇군요.”


윤진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조정에서 좌포도대장을 마구 몰아붙이고 있었다.


사건 수사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한데 조정은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역모 사건이라 마음이 급한 게 분명했다.


허식 포도대장이 말을 이었다.


“형조 참판 이칙림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네. 그 사람이 허튼소리를 할 리가 없어. 그래서 자네를 굳게 믿겠네, 사건을 조속하게 해결하게나.

여기 있는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는 경험이 많은 노련한 수사관들이네. 그런데도 그동안 수사에 진척이 없었네.

이번 사건은 아주 괴이한 사건이라 볼 수 있네. 마치 귀신이 사람을 죽인 거처럼 범인이 감쪽같이 사라졌네.

그래서 보통 재주가 아닌 탁월한 재주를 가진 수사관, 귀신 같은 인재가 필요한 실정이네. 그 임무를 자네가 맡게.”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에게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서산군의 위상을 올리고 좌포도대장의 명예를 지키고 마지막으로 나라의 근심도 해결해야 했다. 그가 말했다.


“영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식 포도대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자네에게 좌포도청 서리 벼슬을 내리겠네. 사건 해결할 때까지 임시직이야. 여기 있는 무관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면 주상 전하가 큰 포상할 걸세. 나도 성의껏 자네 공을 치하하겠네.”


윤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포상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저는 범인을 잡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불철주야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아주 호탕해서 좋군.”


허식 포도대장이 말을 마치고 손뼉을 짝 쳤다. 윤진이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드는 거 같았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그럼, 바로 사건 수사에 착수하게. 나는 입궐해서 서산군에서 인재가 왔다고 주상 전하께 알리겠네.”


허식 포도대장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좌포도청 사람들과 일면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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