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 참수 장군
“첫 번째 사건부터 물어보겠네. 경상 대행수는 ….”
경상 대행수가 한 손을 들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제가 경상 대행수 오천수입니다.”
“난, 좌포도청 서리이자, 홍장군 사건을 맡은 윤진이라는 사람이네. 사건을 풀기 위해 서산군에서 급히 올라왔네.”
“아, 그렇군요. 전국 관아에서 인재를 뽑았다고 들었는데 바로 그분이시군요.”
오천수 대행수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윤진이 말을 이었다.
“김척 포교님한테 사건에 대해 이미 들었네. 한밤중에 친구인 만상 대행수와 함께 안주와 술을 즐겼는데 갑자기 밖에서 소리가 났다고?”
“네, 그렇습니다. 같이 두견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밖에서 소리가 났고 행랑아범이 저를 급히 찾았습니다. 그래서 마당으로 나갔는데 하인들이 죽어 있었습니다. 모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게 홍장군 일당의 짓이라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머리가 없는 장수, 홍장군과 그 부하 다섯이 벌인 짓이었습니다. 홍장군이 목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놀라서 까무러쳤는데 깨어나보니 만상 대행수가 죽어 있었습니다. 이마에 홍장군이라는 피로 쓴 글씨가 있었습니다.”
“만상이라면, 북쪽 끝인데 ….”
“맞습니다. 청나라와 붙은 곳, 의주입니다. 그곳에서 무역을 하는 상인입니다. 가장 큰 상단입니다.”
그 말을 듣고 윤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가 오천수 대행수에게 말했다.
“사무역은 조정에서 금지하고 있네. 혹 만상이 사사로이 청나라와 물품을 거래했나?”
“그, 그게 ….”
오천석 대행수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표정에서 진실이 드러났다.
사사로이 물품을 거래한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는 불법이었다. 그걸 말할 수 없는 거 같았다.
윤진이 사방을 둘러봤다. 목격자 셋을 불러온 포졸은 저 멀리에 있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목격자들에게 말했다.
“경상 대행수는 빼고 나머지 둘은 모두 눈을 감게.”
“눈을 감으라고요?”
하인 꺽쇠가 이게 뭔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윤진에게 물었다.
윤진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 경상 대행수에게 긴히 물어볼 게 있네. 둘은 어서 두 눈을 감게.”
“알겠습니다.”
목격자 둘이 눈을 꼭 감자, 윤진이 오천석 대행수에게 말했다.
“만상이 사사로이 물품을 거래했으면 고개를 세 번 끄떡이고 아니면 고개를 가로젓게나.
보는 사람이 없으니 사실대로 고해야 하네. 이 일은 비밀로 붙이겠네.”
“알겠습니다.”
오천석 대행수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세 번 끄떡였다. 만상에서 청나라와 사사로이 물품 거래를 했다는 뜻이었다.
이는 불법이었지만,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만상은 조정과 나라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했다.
말 그대로 불법이라, 잡히면 큰일이었지만, 그만큼 이득이 큰일이었다.
“알겠네. 모두 눈을 뜨게.”
윤진의 말에 목격자 둘이 두 눈을 다시 떴다.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홍장군의 난은 20년 전 평안도에서 일어난 난이야. 만상이 활동하는 의주는 평안도 끝이야. 지역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어.
홍장군이 만상 대행수를 죽인 건 분명 이유가 있는 거 같아. 그런데 토벌군이 아니라 같은 지역 사람을 죽였어. 대체 왜 그랬을까?
만상이 20년 전 홍장군 난 때 무슨 짓을 벌였나? 그래서 복수하기 위해 대행수를 죽인 건가?’
윤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홍장군이 다른 지역 아니라 같은 지역 사람을 죽인 게 이상했다. 그가 전 우포도대장 황인수의 하인 꺽쇠를 바라봤다.
꺽쇠가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급히 입을 열었다.
“저는 영감마님을 모시고 기생집에서 나와서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해가 떨어져서 무척 어두웠습니다. 상월천 인도를 같이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복면과 두건을 뒤집어쓴 괴한이 다섯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경상 대행수 어르신 말씀대로 머리통이 없는 장군 홍장군이 나타나 영감마님을 해치려 했습니다.
그때 머리를 맞고 기절했습니다. 깨어나보니 영감마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만상 대행수 어르신처럼 이마에 피로 쓴 글씨가 있었습니다.”
“그렇군.”
윤진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죽은 보부상의 친구 이적을 바라봤다. 이적이 급히 입을 열었다.
“저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함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같이 먹고 한적한 길을 걷고 있었는데 무슨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괴한 다섯이 나타나더니 머리통이 없는 장수, 홍장군이 나타났습니다.
그때 뭔가를 머리에 맞고 기절했습니다. 깨어나보니 친구가 죽어 있었습니다. 이마에 붉은 피로 홍장군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윤진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목격자 셋에게 말했다.
“만상 대행수 사건은 4월 3일 늦은 밤이고 우포도대장님 사건은 5월 13일 해가 떨어진 후고 마지막 보부상 사건은 5월 22일 해가 떨어진 후라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목격자 셋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초 사건이 4월 23일, 두 번째 사건이 5월 13일, 마지막 사건이 5월 22일이야. 점점 사건이 벌어지는 간격이 좁아지고 있어.
두 번째 사건과 마지막 사건 사이 간격이 채 열흘이 되지 않아. 오늘이 5월 25일이야. 마지막 사건이 벌어지고 삼 일째야
조만간에 또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아. 이런 추세라면!’
윤진이 다급함을 느꼈다. 홍장군이 다시 나타날 것만 같았다. 나타나서 한성 일대를 휘젓고 다니며 조정과 백성들을 농락할 거 같았다.
윤진이 목격자 진술을 상기했다. 그중에서 홍장군 일당이 등장했을 때 큰소리가 났다는 말이 있었다. 그가 목격자 3인에게 말했다.
“홍장군 일당이 등장했을 때 무슨 큰 소리가 났다고?”
“네, 그렇습니다. 홍장군 부하들이 철신을 신고 쿵쿵! 거리며 걸어다녔습니다. 홍장군은 그보다 훨씬 큰 소리를 내며 걸어 다녔습니다. 그 무거운 신발을 신었지만, 아주 재빨랐습니다.”
“철신이라?”
윤진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철신은 아주 무거운 신이었다. 철신을 신고 뛰어다닌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쉬고 있는 포졸들을 불렀다.
포졸 하나가 윤진에게 말했다.
“네, 나리. 시키실 일이 있나요?”
“자네들, 철신을 신고 뛰어다니는 사람을 봤나?”
“철신이요?”
포졸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중의 하나가 답했다.
“철신을 아주 무거운 신입니다. 그걸 신고 어찌 뛰어다니겠습니까?”
“무예가 뛰어나면 가능하겠나?”
포졸들이 모두 고개를 가로젓고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예가 아무리 뛰어나도 철신을 신고 뛰어다닐 수는 없습니다.”
“확실한가?”
“네, 그렇습니다. 예전에 김척 포교님이 말씀하신 게 있습니다. 김척 포교님은 좌우포도청에서 가장 무예가 뛰어난 분이십니다.
그분이 철신을 신고 담을 넘으려 했는데, 실패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담을 못 넘을 뿐 아니라 뛸 수조차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윤진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목격자 3인에게 다시 물었다.
“분명 홍장군 일당이 무거운 신을 신고도 아주 재빠르게 움직였나?”
“네, 맞습니다. 마치 철신을 신지 않은 듯 그 몸놀림이 무척 빨랐습니다.”
“그렇다면!”
윤진이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목격자 셋 중에서 꺽쇠를 바라보고 말했다.
“네 주인이 돌아가신 곳으로 가고 싶구나. 안내해 줄 수 있지?”
“지금이요?”
“응!”
“섬뜩한 곳이지만, 그곳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변에 감나무가 있었습니다.”
윤진이 포졸들을 급히 불렀다.
“지금 상월천으로 가겠네. 여기 꺽쇠와 함께 어서 움직이게.”
“알겠습니다.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두 다경(2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그래, 그래 서두르게.”
“네, 나리.”
포졸과 꺽쇠가 걸음을 옮겼다. 윤진과 돌이가 그 뒤를 따랐다. 돌이가 커다란 봇짐을 메고 있었다. 윤진이 그 모습을 보고 돌이에게 말했다.
“돌아, 봇짐을 왜 메고 있니?”
돌이가 씩 웃으며 답했다.
“마님께서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활과 화살이 든 봇짐을 꼭 메고 다니라고 … 나리가 급할 때 무기가 필요할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 그래, 어머니가 그런 부탁을 하셨구나!”
윤진이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머니가 아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홍장군 일당은 무시무시한 자들이었다. 그자들과 맞서라면 맨주먹으로는 부족했다. 무기가 필요했다. 그 무기를 돌이가 메고 있었다.
“그래, 잘 했다. 어서 가자꾸나.”
“네, 나리!”
윤진이 걸음을 재촉했다. 돌이가 그 뒤를 따랐다.
시간이 흘러 늦은 오후가 되었다.
사건 현장인 상월천에 물이 졸졸 흘러갔다. 물이 참 맑았다. 한 사람이 뜨거운 피를 흘린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장서던 꺽쇠가 걸음을 멈췄다. 인도 옆 감나무를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윤진에게 말했다.
“나리, 이곳에서 우리 영감마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구나.”
윤진이 말을 마치고 꺽쇠 옆으로 걸어갔다. 사건 현장에 특별한 건 없었다. 흘렸던 피는 비가 내려서 이미 씻겨 내려갔다.
참혹한 사건 현장이었지만, 이렇다할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천 변에 넓은 인도가 쭉 이어졌고 근처에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 뒤로 울창한 숲이 있었다.
윤진이 사건 현장 주변을 쭉 살피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홍장군 일당이 등장할 때 무슨 큰 소리가 났어. 목격자 셋의 증언이 일치해. 철신을 신고 걷는 소리 같다고 했어.
그런데 철신을 신고 빨리 걸을 수는 없어. 좌우포도청에서 무예가 으뜸가는 김척 포교님도 이건 할 수 없는 일이라 하셨어.
그렇다면 놈들의 무예가 아주 뛰어난 건가? 홍장군 일당은 여섯이었어. 여섯 모두 무예가 출중했다고? 그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아.
전국에서 따져도 그 정도로 무예가 높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여섯 모두 철신을 신고 빨리 뛰어다녔다는 건 무척 이상한 일이야.
이 일이 거짓이라면 … 그렇구나! 거짓일 수 있어.’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감나무 뒤 울창한 수풀을 바라보고 급히 포졸들에게 말했다.
“저 감나무 뒤 수풀로 들어가보게. 안에 뭐가 있나 살펴보게.”
“저기요?”
포졸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곳은 성인 가슴까지 오는 수풀이었다. 이미 살펴본 곳이었다. 특별한 거 없었다.
포졸 하나가 윤진에게 말했다.
“그곳은 이미 살펴본 곳입니다.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윤진이 힘을 주어 말했다.
“다시 한번 가보게. 땅을 힘껏 때린 흔적이나 바위를 때린 흔적을 찾아보게.”
“네에?”
“어서!”
“알겠습니다.”
포졸들이 급히 움직였다. 감나무 뒤 울창한 수풀 속으로 들어가 땅과 바위를 살폈다. 그러다 한 명이 크게 외쳤다.
“여기에 큰 바위를 때린 흔적이 있습니다!”
“그렇군!”
윤진이 급히 움직였다. 그가 감나무 뒤 울창한 수풀 속으로 들어가 문제의 바위를 확인했다.
작은 평상만한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바위 뒤편을 때린 흔적이 있었다. 바위 귀퉁이가 부서져 있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놈들이 철신을 신고 걸은 게 아니라 철신처럼 보이는 신발만 신었을 뿐이야. 걸을 때 들렸던 쿵쿵! 거렸던 소리는 누군가가 바위를 때려서 낸 소리였어. 걸을 땐 난 소리가 아니었어. 그렇게 놈들이 사기를 친 거야.
마치 철신을 신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속였어. 이는 공포심을 조장한 거야. 결국, 귀신의 소행이 아니야. 이 모든 건 사람이 한 짓이야! 그것도 아주 교활한 자들의 소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