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조사관 01편 참수 장군
임혁 종사관이 답했다.
“그건 일부러 북쪽 지방을 차별한다는 헛소문이야. 유능한 인재가 있어도 북쪽 출신이면 아예 뽑지 않는다는 헛소리지.
그 허튼 소리에 속은 자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봉기한 거야. 무척 어리석은 짓을 한 거야.”
“그렇군요.”
“그런 일은 없었어. 있었다면 … 기록에 분명히 남았을 거야.”
임혁 종사관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임혁 종사관이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여태까지 유순했던 태도와 무척 달랐다.
김척 포교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달래는 거 같았다.
“자, 종사관님, 이제 가시죠. 저는 오후에 순찰이 있습니다.”
“그래, 어서 일어나자고.”
임혁 종사관이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가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왔다.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셋이 걸음을 옮겼다. 김척 포교가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은 숙소에 들어가서 좀 쉬도록 해. 좀 쉰 다음에 목격자 조사를 해. 먼길을 걸어왔으니 좀 쉬어야지.”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숙소가 어디에 있죠?”
김척 포교가 웃으며 말했다.
“숙직실이야. 내가 요즘 자는 곳이지. 그놈의 홍장군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간 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어. 숙직실이 이제 내 집이 됐어.”
“그러면 저도 숙직실에서 함께 자는 건가요?”
“그렇지. 아. 하인이 있었지. 하인이랑 셋이 자야 해. 좀 비좁지만, 그게 어디야. 밖에 나가면 숙박비가 무척 비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부뚜막이 있어. 거기에 다모들이 모여있어. 다모들에게 가는 길을 물어봐.”
“네, 알겠습니다.”
윤진이 답을 하자, 임혁 종사관이 한번 헛기침하고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목격자 조사는 내 포졸들에게 일러두지. 숙직실에서 쉬고 있으면, 목격자들을 데리고 포졸들이 올 거야. 그때 조사하면 돼.
난 오후에 한성부에 가야 하네. 한성부와 협조할 게 있어. 그럼, 이만.”
“네, 알겠습니다.”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가 걸음을 옮겼다. 그들 모두 오후에 할 일 있었다. 둘이 저 멀리 사라졌다.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진이 걸음을 옮겼다. 잠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을 때 다모들이 보였다.
이곳은 다모들이 일하는 부뚜막이었다.
윤진이 다모 중에서 나이가 지긋한 사람을 찾았다. 나이가 지극한 다모가 윤진 앞으로 걸어왔다.
윤진이 다모에게 말했다.
“여보게, 숙직실이 어디에 있나?”
그러자 나이가 지긋한 다모가 한 사람을 불렀다.
“예인아!”
“네!”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처자가 달려왔다. 그녀는 좀 전에 차 심부름을 했던 다모 예인이었다.
예인이 윤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관들과 함께 있었던 아주 잘생긴 선비가 다시 보였다.
나이가 지긋한 다모가 예인에게 말했다.
“나리를 숙직실로 안내해라. 이곳이 처음인 거 같다.”
“네, 알겠습니다.”
예인이 공손히 답하고 윤진에게 말했다. 다소곳한 목소리였다.
“나리, 가시지요.”
“그래, 앞장서라.”
예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윤진이 따라갔다. 열 보 정도 걸음을 옮겼을 때 예인이 고개를 뒤로 돌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리는 처음 뵙는 분이신데 ….”
윤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난 오늘 좌포도청에 온 윤진이네. 서산군에서 뽑힌 인재지. 임시로 여기 서리가 돼서 홍장군 사건을 맡았네.”
예인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말했다.
“아, 그분이시군요. 서산군에 인재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고을 인재는 통 보이지 않는데 서산군에서만 유일하게 인재를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인재가 홍장군 사건을 푼다고도 들었습니다.”
“그래. 소문이 참 빠르군. 내가 바로 그 사람일세.”
“그렇군요. 저는 다모 예인입니다.”
예인이 공손하게 윤진에게 인사했다. 그 모습이 무척 예의 발랐다.
윤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이 예인이라는 다모는 천민 같지가 않아 … 행실이며 말하는 모습이 꼭 양반집 따님 같아. 그렇다면 양반이었다가 천민이 된 건가?’
예인이 한 손으로 저 앞에 있는 집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 집이 숙직실입니다.”
“그렇군. 아, … 됐네.”
예인이 말했다.
“더 시킨 일이 있으신 거 같은데 말씀하십시오.”
“됐네. 돌아가게.”
“저는 관원들의 심부름을 담당하는 다모입니다. 개의치 마시고 말씀하십시오.”
윤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 예인이라는 다모가 눈치가 참 빠르군.’
윤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예인에게 말했다.
“그러면 일이 있네. 임혁 나리 집무실 근처에 내가 데리고 온 하인이 있네. 그 하인을 이리로 데려오게.”
“네, 알겠습니다.”
예인이 답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윤진이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다모 예인의 모습에서 기품이 풍겼다. 좋은 교육을 받은 거 같았다. 양반이었다가 천민이 된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우여곡절이 있는 것만 같았다.
윤진이 숙직실 안으로 들어가 방을 살폈다. 셋이 자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가 잘 됐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행이군, 방이 작지 않아서 ….”
그때,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돌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싱글벙글 웃으며 윤진에게 말했다.
“여기에 참 예쁜 처자가 있네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 처자는 다모 예인이라는 처자다.”
“아, 그렇군요. 그 처자가 다모 예인이군요.”
돌이가 고개를 끄떡였다.
윤진이 돌이에게 말했다.
“이제 좀 쉬자. 좀 쉬었다가 할 일이 있어.”
“맞아요. 좀 쉬어야 해요. 7일 동안 주구장창 걸어 다녔잖아요. 그래서 다리가 무지 아파요.”
“맞는 말이다. 다리를 좀 주물러야겠다.”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
“아니다. 자기 다리는 자기가 알아서 주물러야지. 난 신경 쓰지 말아라. 너는 네 다리를 열심히 주물러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신없이 뛰어다닐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혹 제 손이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세요.
제가 누구보다 잘 주무릅니다. 다들 제 손이 약손이라고 했어요. 제가 주무르면 피곤이 싹 가신다고 말했어요.”
“그래, 아주 용한 재주가 있구나.”
윤진이 말을 마치고 방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두 다리를 정성껏 주물렀다. 그렇게 7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다.
돌이도 마찬가지였다. 두 손으로 두 다리를 연신 주물러댔다.
시간이 흘러갔다. 점심때가 되었다.
윤진과 돌이가 좌포도청에서 나갔다. 근처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국밥 냄새가 구수했다. 해장에 좋은 냄새였다.
“흐흐흐! 냄새가 참 좋네요. 한성은 음식이 다 맛있는 거 같아요.”
“그렇지, 여기는 맛있는 음식이 지천에 깔렸어. 달리 한성이겠어. 임금님이 사시는 곳이야. 산해진미가 있는 곳이지.”
윤진이 맞장구치고 평상에 앉았다. 돌이도 평상에 앉았다. 윤진이 주인장을 불러 국밥 두 그릇을 시켰다.
곧 구수한 냄새가 나는 국밥 두 그릇이 대령했다. 반찬은 총각무와 나물 두 가지였다. 봄나물이 참 싱싱해 보였다.
돌이가 국밥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역시 맛있네요. 한성 주변보다 한성 안 음식이 정말 맛있어요. 간도 딱 맞고 국물도 진해요. 나물도 잘 무쳐서 아삭하고 고소해요.”
“그래, 한성에 왔으니,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자꾸나.”
“네, 나리! 한성에 잘 온 거 같아요. 맨날 먹던 것만 먹다가 아주 맛난 한성 음식을 먹으니 입맛이 막 댕겨요. 설렁탕도 참 맛있었는데 국밥도 설렁탕 못지않아요.”
“그래, 네 말이 딱 맞다. 나도 식욕이 막 돈다.”
윤진이 말을 마치고 국밥을 퍼먹었다. 그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돌이에게 말했다.
“여기는 게국이 없겠지?”
“게국이요? 그거 서산에서 맨날 먹는 거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게국이 갑자기 댕기는구나.”
“윤생원님, 벌써 고향 생각이 나세요? 고향을 떠난 지 7일밖에 되지 않았어요. 저는 고향 생각이 일절 나지 않아요. 한성에 와보니 신기한 게 너무 많아서 정말 재미있어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겠지. 돌이는 나이가 어리니 ….”
“그런 말씀 마세요. 저도 다 컸어요. 몇 살만 더 먹으면 스무 살이에요. 장가갈 나이에요.”
“그렇지.”
돌이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윤진에게 물었다.
“윤생원님, 궁금한 게 있어요.”
“그게 뭔데?”
“지금 혼자시잖아요. 혼사를 치르셔야 할 거 같은데 ….”
윤진이 빙그레 웃고 답했다.
“아직 그럴 마음이 없다.”
“서산군에서 윤생원님을 사윗감으로 점찍은 어르신들이 꽤 많아요. 제가 … 다리를 놔드릴까요?”
윤진이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그는 결혼 생각이 없었다.
잠시 후, 윤진과 돌이의 식사가 끝났다. 돌이가 값을 계산했다. 둘이 흡족한 표정으로 배를 두드리며 좌포도청으로 돌아갔다. 오후에 홍장군 목격자 조사가 있었다.
반 시진(1시간) 후, 포졸이 문을 두들기고 말했다.
“나리, 목격자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방에서 나왔다.
마당에 포졸 둘과 목격자 셋이 서 있었다. 셋의 얼굴에 초조함과 두려움이 엿보였다. 홍장군 사건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거 같았다.
목격자 셋은 경상 대행수 오천석과 우포도대장 황인수의 하인 꺽쇠 마지막으로 보수상단 행수의 친구 이적이었다.
윤진이 셋의 얼굴을 잠시 살폈다. 셋이 서로 쳐다봤다. 그들은 모두 홍장군을 만난 사람들이었다. 무시무시한 홍장군이 다시 떠오르는 듯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윤진이 그 식은땀을 보고 목격자들에게 말했다.
“여보게들, 고정하게나. 지금은 한낮이야. 홍장군이 설령 귀신이라고 해도 낮에는 나타나지 않을 걸세. 그러니 안심하게.”
“그런건가요?”
경상 대행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지. 그리고 홍장군은 처음부터 자네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어. 충분히 죽일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어. 그러니 공포심에 떨 필요가 없어. 마음을 편히 갖고 내 질문에 사실대로 답해주게.”
“그렇군요.”
경상 대행수가 고개를 끄떡였다. 다른 목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윤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셋이 평정심을 되찾았다. 얼굴에 여유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윤진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목격자들이 본 대로 들은 대로 말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마음이 편안해야 했다.
윤진이 사방을 살폈다. 저 앞에 널찍한 평상이 있었다. 그가 목격자들에게 말했다.
“모두 저 평상에 올라가 편안히 앉게.”
목격자들이 모두 신발을 벗고 평상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솔솔 불었다. 시원한 바람이었다.
윤진이 평상 앞에서 목을 다듬었다. 그가 목격자 조사를 시작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