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군사 오백 명과 한성부

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 참수 장군

by woodolee

윤진이 말을 마치고 미소를 지었다. 그가 꺽쇠와 포졸들에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네, 나리.”


윤진과 돌이가 좌포도청으로 돌아갔다. 그가 목격자 3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 사망한 자들이 20년 전 홍장군 사건과 관련이 있나? 어서 말하게.”


오천석 대행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만상 대행수는 20년 전 의주에 있었습니다. 홍장군 난이 일어났을 때, 그 일들을 말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무척 어수선했다고 말했습니다. 만상에서 갈팡질팡했답니다.”


“갈팡질팡이라고?”


“네,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아는가?”


“만상 대행수가 자세한 사정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무척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만 말했습니다.”


“그렇군.”


윤진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으로 꺽쇠가 입을 열었다.


“나리, 우리 영감마님은 20년 전, 홍장군 난을 토벌하셨습니다. 그 공으로 공신이 되셨습니다.”


“우포도대장 영감이 홍장군 난을 토벌하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 말을 자주 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도 말씀하셨습니다. 홍장군 난을 토벌해서 공신이 됐다며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그 말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적이 말했다.


“나리, 제 친구도 20년 전 만상에서 일하던 보부상이었습니다. 그때 일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쟁이 나자, 반군과 토벌군을 피해 간신히 남쪽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렇군. 셋 다 20년 전 북쪽, 평안도에 있었군. 홍장군의 난 한복판에 있었어.”


윤진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장군 일당이 죽인 세 명은 토벌군 장수와 만상 사람들이었다. 그가 생각했다.


‘홍장군 일당이 20년 전 토벌군 장수를 죽인 건 이해가 되는 사안이야. 이건 토벌에 대한 복수야.

그런데 만상 상인 둘을 왜 죽였지? 그들은 모두 평안도 출신이야. 이것도 복수의 일환인가? 그들이 무슨 짓을 했나? 홍장군한테 해를 끼치는 일을 한 건가? 혹 배신을 했나? 그래서 배신자를 해치우는 건가?’


윤진이 생각을 이었다.


‘한성에 홍장군 일당이 등장해 한성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어. 이건 조정도 마찬가지야. 홍장군의 난이 다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어. 이는 나라가 불안해지는 일이야.

정황상 홍장군 일당이 노리는 게 있는 거 같아. 셋을 의도적으로 죽인 게 분명해. 그들이 노리는 게 있어.

노리는 게 대체 뭘까? 20년 전 일에 대한 복수? 그 가능성에 일리가 있지만, 복수를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하다니 … 뭔가가 이상해. 충분히 조용히 복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어. 홍장군을 드러내지 않아도 됐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

이자들은 한 술 더 떠서 죽은 자의 이마에 홍장군이라는 글씨까지 썼어. 그것도 죽은 자의 피로 쓴 글씨야.

참수된 홍장군이 다시 나타났다고 그 흉측한 소문을 내려고 안달복달하는 거 같아.’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목격자 3인 조사와 상월천 현장 조사를 마치고 뭔가를 깨달았다. 그건 저의였다. 사건 속에 숨어있는 뜻이 있는 거 같았다.


‘그래, 저의를 파악하자. 그게 사건을 풀 수 있는 지름길이야.’


윤진이 씩 웃었다. 홍장군 일당은 귀신이 아니었다. 복수에 사무친 자들도 아니었다. 뭔가를 노리는 자들이 분명했다. 그들은 공포를 조장하고 복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진상을 앞으로 밝혀야 했다.


윤진이 조사를 마쳤다. 이제 날이 어두워졌다. 김척 포교와 임혁 종사관이 좌포도청으로 돌아왔다.


윤진은 두 무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임혁 종사관에게 말했다.


“나리, 조사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내 집무실로 가지.”


셋이 걸음을 옮겼다. 임혁 종사관 집무실로 향했다.



*



다모 예인이 차를 따랐다. 윤진, 임혁 종사관, 김척 포교가 찻잔을 들고 차를 마셨다.


“그럼, 쇤네는 물러가겠습니다.”


예인이 공손히 말하고 집무실에서 나갔다. 그 뒷모습을 임혁 종사관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얼굴에 애틋함이 보였다.


윤진이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보아하니 둘 사이가 보통 사이가 아닌 거 같군.’


임혁 종사관이 찻잔을 내려놓고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오늘 조사한 사안을 말해보게.”


윤진도 찻잔을 내려놓고 목격자 3인 조사와 상월천 현장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그 말을 듣고 김척 포교가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홍장군이 귀신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홍장군은 귀신이 아닙니다. 귀신인 척 한 겁니다. 교활하게도!”


윤진의 말에 김척 포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귀신이 아니라면 말로만 듣던 홍길동인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무슨 도술을 부리는 건가?”


“귀신도 아니고 도사도 아닙니다. 다 허황한 말에 불과합니다.”


“윤생원, 세상은 그렇지 않아. 용한 무당이 있듯이 무병장수하는 도사도 있을 수 있어. 그 도사가 도술을 부릴 수 있어.”


윤진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저는 여태 용한 무당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자들은 눈치가 빨라서 맞추는 거 뿐입니다.”


“뭐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홍장군 일당이 한성부 내에서 그렇게 신출귀몰할 수 있지? 그게 말이 안 되잖아!”


그 말을 듣고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3초 후, 그가 입을 열었다.


“김척 포교님, 홍장군 사건 관할이 어떻게 되죠?”


“그야 우리 좌포도청이 수사와 순찰을 맡고 있고 한성부가 성문, 성벽 감시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어. 형조에서 이를 감독해.”


“홍장군 사건을 좌포도청, 한성부, 형조에서 관할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윤진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좌포도청은 수사를 맡은 곳이야. 내가 임혁 종사관님과 김척 포교님 함께 수사 중이야. 좌포도대장님이 수사 책임자고.

이곳은 이상한 곳이 아니야. 수사하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어.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내 수사를 어떻게든 방해했겠지.

형조는 서산 군수를 역임하신 이칙림 영감님이 형조참판으로 계신 곳이야. 이칙림 영감님은 누구보다 곧고 바른 분이야. 그분이 형조의 실무를 책임지는 참판이셔. 형조도 문제가 있는 곳이 아니야.

그렇다면 남은 곳은 단 하나, 한성부! 아, 한성부가 좌포도청과 함께 순찰을 돈다고 했어. 한성부가 의심스러워. 홍장군 일당이 신출귀몰할 수 있었던 게 한성부 도움 때문인가?

한성부는 한성부판윤(서울시장 겸 수도 방위사령관)이 책임자야.’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임혁 종사관에게 물었다.


“한성부판윤의 품계가 어떻게 되죠?”


“한성부판윤은 정2품이야. 대감이지. 판서 대감들과 동급이네.”


“아, 그 정도로 높은 관직이군요.”


“그렇지. 우리가 감히 쳐다볼 수 있는 관직이 아니야.”


윤진이 쉽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만약 한성부에 문제가 있다면 한성부판윤이 관련됐을 거야. 그런데 한성부판윤이 그렇게 놓은 관직이라니 … 이칙림 영감보다 높은 관직이야. 이칙림 영감은 종2품이야.’


“왜 그걸 물어보지?”


임혁 종사관이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윤진에게 물었다. 윤진이 급히 둘러댔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한성부에는 처음 왔으니. 궁금한 게 있으며 다 물어보게.”


윤진이 질문 대신 생각에 잠겼다.


‘지금 한성부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섣불리 말했다간 여기 무관들이 크게 화를 낼 거 같아. 한성부판윤을 음해한다고 나를 몰아세울 수 있어. 이 일은 확실한 증거를 잡은 후에 말해야겠어.’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홍장군 일당이 출몰한 날짜를 확인한 결과, 그 시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다시 나타날 거 같습니다.”


“조만간에?”


임혁 종사관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김척 포교도 마찬가지였다. 김척 포교가 급히 말했다.


“그게 언제지?”


윤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세 번째 사건 이후, 7일 이내일 거 같습니다. 5일 이내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범행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 출몰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뭐, 뭐라고?”


두 무관이 깜짝 놀랐다. 김척 포교가 말했다.


“그럼, 요 며칠 사이 순찰을 대폭 강화해야겠군. 윤생원 말에 일리가 있어. 범행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제가 볼 때, 홍장군 일당이 노리는 게 있습니다. 그건 공포입니다. 범행 간격을 줄이며 공포심을 아주 확실히 심어주고 있습니다.”


임혁 종사관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사람들이 점점 공포심에 빠지고 있어. 조정에서도 마찬가지고 오늘 갔다 온 한성부도 마찬가지였어. 한성부판윤 대감님 얼굴이 반쪽이었어.”


“맞는 말입니다. 저도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저잣거리 사람들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날이 어둡기도 전에 문을 다 닫았습니다.”


김척 포교가 맞장구치고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분명 홍장군 일당이 귀신도 아니고 홍길동도 아니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내일 군사 5백 명이 한성에 들어올 거네. 정예군대지. 어명에 따라 홍장군을 잡으려는 군대야. 순찰대에 군사 5백이 합류하면 홍장군 그놈을 잡을 수 있겠군. 흐흐흐!”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군사 5백 명이 한성에 들어 온다고요?”


“응, 주상 전하의 어명에 따라 한성으로 들어오는 군대야.”


“그렇군요.”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다면 홍장군은 내일 밤 출몰할 거 같습니다.”


“뭐라고? 진짜야? 그렇게 단언할 수 있어?”


무관들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윤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홍장군 일당은 한성부에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내일 밤 군사 5백 명을 따돌리면 그 공포심이 배가 될 겁니다. 그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기겁할 겁니다. 그걸 노릴 거 같습니다.”


“뭐라고? 그걸 홍장군이 어떻게 알지? 비밀 유지를 위해 사복을 입고 들어온다고 들었어.”


윤진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한성부판윤이 떠올랐다. 그는 고위직 관리였다. 그자가 홍장군과 한통속이라면, 군사 5백 명이 한성으로 들어오는 걸 쉽게 알릴 수 있었다.


윤진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관들한테 한성부판윤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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