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야간 순찰을 시작하다!

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청계천 물이 잔잔히 흘러갔다. 그 물을 따라서 쭉 걸어가자, 저 앞에 다리가 보였다. 돌로 만든 튼튼한 다리였다.


다리 북쪽에 큰 길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한성부판윤 대감 집이 있었다.


김척 포교가 청계천 돌다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뒤따라가던 윤진과 돌이, 예인도 돌다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김척 포교가 말했다.


“저기 큰 길이 보이지? 그 길을 따라서 위로 쭉 올라가면 한성부판윤 대감집에 갈 수 있어.”


“그렇군요.”


윤진이 답을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주변을 면밀하게 살폈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한적한 곳이었다. 적은 수의 민가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앞에 보이는 돌다리는 무척이나 튼튼해 보였다. 오래전에 지은 다리 같았다. 커다란 돌들이 세월의 흐름을 이겨냈다.


돌다리 위를 살피던 윤진이 돌다리 아래를 살폈다. 다리 아래로 청계천이 흘렀다. 아직 봄이라 물이 깊지 않았다. 양쪽 끝에 하천 변이 드러났다.


하천 변은 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폭이었고 부드러운 흙이었다.


윤진이 오른손 검지로 아래에 보이는 하천변을 가리키고 김척 포교에서 말했다.


“아래에 보이는 하천 변에서 이 길까지 높이가 어느 정도죠? 대략 성인 남성 키 높이 같은데 ….”


김척 포교가 고개를 내려 하천 변을 유심히 살피다 답했다.


“성인 남성 키 높이 정도는 아니고 가슴 높이 정도는 될 거 같아.”


“그렇군요. 그럼, 사다리가 필요하겠네요. 하천 변에서 길까지 훌쩍 뛰어오르기는 힘들겠어요.”


“그렇지. 사람 가슴 높이를 훌쩍 뛰어넘기는 어렵지. 그런데 웬 사다리?”


김척 포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윤진의 말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윤진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돌다리 아래를 다시 유심히 살펴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 보이는 큰길을 따라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향했다.


윤진이 백 보 정도 걸음을 옮겼을 때, 걸음을 멈췄다. 저 앞에 군사 십여 명이 보였다. 그들은 한성부판윤의 집을 지키는 군사들이었다.


군사들이 집 멀리까지 나와서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군요.”


윤진의 말에 김척 포교가 말했다.


“그래, 이제 더는 갈 수는 없어. 여기에서 돌아가야 해. 대감님 집을 한성부 군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죠.”


윤진이 말을 마치고 등을 돌렸다. 좌포청으로 향했다. 그가 생각했다.


‘오늘 밤, 홍장군 일당이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할 거야. 굿판처럼 소란스럽게 난리를 칠 게 분명해. 그래야 사람들이 깜짝 놀란 거니까 분명 그렇게 할 거야.

놈들이 원하는 건 공포야. 그것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무시무시한 공포! 오늘 밤, 그 공포가 절정에 이를 거야.

군사 오백을 귀신처럼 따돌리는 홍장군 일당이 한성 일대를 두려움으로 몰아넣겠지. 주상 전하와 조정을 혼비백산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야.

그걸 용납할 수는 없지. 어디 한 번 붙어보자! 이 교활한 홍장군 일당아!’


윤진이 각오를 다졌다. 일행이 좌포도청에 도착했다.


포졸들을 일일이 점검하던 임혁 종사관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다 윤진 옆에 있는 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은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처자였다.


임혁 종사관이 윤진에게 서둘러 물었다.


“윤생원, 예인이랑 같이 밖에 나간 건가?”


“그렇습니다. 종사관 나리.”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인은 여기 다모야. 자네와 함께 밖으로 나갈 일은 없어. 왜 데리고 나간 거지?”


윤진이 대답 대신 예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예인이 무안한지 고개를 숙였다.


그녀 곁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그녀와 혼사를 약속한 임혁 종사관이었고 다른 사람은 면천을 약속한 윤진이었다.


윤진이 빙긋 웃고 답했다.


“오늘부터 예인도 수사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양반집 마님과 따님을 면담할 다모가 필요했습니다. 그 역할을 예인에게 맡겼습니다.”


“아! … 그런 거야.”


임혁 종사관이 급히 예인의 얼굴을 살폈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예인이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녀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윤생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수사에 도움이 되고자 같이 밖에 나갔습니다. 저도 홍장군 일당을 체포하는 공을 세우고 싶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래, 알겠다.”


임혁 종사관이 말을 마치고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진의 말대로 포도청 다모들은 양반집 여인들을 수사할 때 동원됐다.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좌포도청 다모 중에서 예인이 뽑힌 거에 불과했다.


임혁 종사관이 한번 헛기침하고 윤진에게 물었다.


“그래, 밖에 나가서 어떻게 됐나? 단서를 잡았나?”


윤진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종사관 나리, 아직 단서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겠습니다.”


“상황을 알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겠다고?”


임혁 종사관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윤진이 뭔가를 내다보는 게 분명했다.


“그게 뭔가? 어서 말해보게.”


임혁 종사관이 윤진에게 물었다. 윤진은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임혁 종사관이 재촉했다. 마음이 급한 거 같았다.


“어서 말해보게. 답답하네.”


윤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늦은 밤이 되면 차차 알게 될 겁니다.”


“늦은 밤이라고?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나는 수사를 책임지는 사람일세. 어서 말해보게. 궁금해 죽겠네.”


윤진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다. 포졸들을 저 멀리에 있었다. 그가 양 입술에 침을 묻히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야간 순찰을 돌 때 홍장군 일당이 나타날 겁니다. 그때 놈을 잡을 생각입니다. 자세한 건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걸 정말로 확신하는 건가?”


임혁 종사관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윤진의 말에 따라 오늘 밤, 야간 순찰을 철저히 준비했지만, 그는 속으로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윤진이 뛰어난 점쟁이처럼 미래를 내다보기는 힘들 거로 여겼다. 그래서 한번 속는 셈치고 야간 순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진이 어제보다 더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 저 종사관 나리,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라고? 그게 뭔가?”


“오늘 밤, 날쌘 포졸 둘과 김척 포교님이 필요합니다.”


“자네 곁에 그들을 두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무슨 생각이 있는 거군.”


윤진이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그 표정에서 결연한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였다.


임혁 종사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윤진을 확실히 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알겠네. 그 정도 자신감이라면 그리하지. 김척 포교!”


“네, 종사관 나리.”


김척 포교가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임혁 종사관이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늘 밤, 날랜 포졸 둘과 함께 윤생원 옆에 있겠나.”


“알겠습니다!”


김척 포교가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돌이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침을 꿀컥 삼켰다. 떨리는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나리, 오늘 밤 홍장군 일당을 잡을 수 있는 건가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답했다.


“놈들이 오늘 밤, 움직일 거야. 놈들에게 오늘처럼 좋은 날은 없어. 그래서 오늘 밤이 매우 중요해. 한성을 마음껏 농락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날이지.”


“헉!”


예인이 그 말을 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윤진이 마치 용한 점쟁이 같았다. 하지만 점쟁이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점쟁이는 예언을 하기에 앞서 점을 치거나 귀신을 불러와야 했다.


그런데 윤진은 그런 짓을 전혀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말하는 거 같았다.


예인이 생각했다.


‘윤생원이라는 분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거 같아! 말로만 듣던 제갈공명인가?’


포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 밤, 야간 순찰이 매우 중요했다.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쳐야 했다.



***



드디어 윤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야간 순찰이 시작됐다. 밤이 꽤 깊었다. 자시(子時, 밤 12시)가 됐다. 한성 거리가 캄캄했다.


순찰을 도는 포졸과 군사들이 횃불을 높이 들었다.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늘 밤, 순찰 인력이 대폭 늘어났다. 평양에서 온 정예병 5백 명이 그 수를 더했다.


조정은 오늘 밤, 어느 때보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변방에서 큰 공을 세운 장군 김척이 큰일을 할거로 믿었다. 그만큼 장군 김척은 조정에서 신뢰받는 장수였다.


왕이 다른 날보다 일찍 취침에 들었다. 오늘 밤만큼은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두 눈을 부릅떠라! 귀신이라도 나한테는 어림도 없다. 나는 변방에서 귀신도 때려잡았다. 귀신을 잡아서 내 칼로 그 목을 내리쳤다.

목이 없다면 허리를 베면 그만이다. 모두 두려워하지 마라!”


장군 김척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힘과 패기가 넘쳤다. 그는 장군 중의 장군이었다.


그렇게 포졸들과 군사들이 횃불을 높이 들고 분주하게 순찰을 돌고 있을 때


윤진과 돌이, 김척 포교, 포졸 둘이 좌포도청에서 나왔다. 윤진이 ‘이제 시작이다!’라는 표정을 짓고 두 손바닥을 쓱쓱 비볐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여인의 발소리였다. 한 처자가 좌포도청 대문에서 뛰어나왔다.


돌이가 처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말했다.


“예인아, 왜 나왔어? 잘 시간이잖아.”


좌포도청 대문에서 나온 처자는 돌이의 말대로 예인이었다. 예인이 가쁜 숨을 고르고 윤진을 찾았다. 윤진이 저 앞에 서 있었다.


윤진이 예인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아, 왜 밖으로 나왔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 오늘 밤은 위험해.”


예인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윤진에게 말했다.


“위험하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쇤네를 공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도 큰 공을 세워야 합니다.”


“뭐?”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인이 서두르고 있었다. 자신과 부모님의 면천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려고 했다.


김척 포교가 ‘큰 공’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아, 물론 홍장군 일당을 잡으면 나라에 큰 공을 세우는 건 맞아. 그렇지만, 이는 아주 위험한 일이야. 네가 가도 도움이 될 건 없어. 그러니 오늘 밤은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마.”


“그래도 혹시 모릅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인은 무척 총명한 처자였다. 발걸음도 빨라 보였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예인에게 말했다.


“그럼, 예인아 같이 가자. 대신 위험한 짓을 하면 안 된다. 여기 김척 포교님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해. 공을 세우겠다는 욕심에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인이 고마움에 윤진에게 꾸벅 절했다.


김척 포교가 이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예인은 가냘픈 처자야. 순찰에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아. 왜 데리고 가려는 거야?”


윤진이 예인의 얼굴을 보며 답했다.


“예인은 공은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를 돕고 싶은 겁니다. 그 뜻을 받아주고 싶습니다.”


“고작 그거 때문에? 예인 때문에 홍장군 체포에 차질이 생기면 그땐 어떡할 거야?”


김척 포교가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윤진에게 말했다. 윤진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여인들은 남자들보다 예민하고 감각이 뛰어납니다. 그걸 활용할 생각입니다.”


“뭐? 여인들이 남자들보다 예민하고 감각이 뛰어나다고?”


“그렇습니다. 제 어머니도 그렇고 다른 여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각과 청각이 좋았습니다. 예인도 그럴 거 같습니다.

방금 보니 몸이 민첩했습니다. 다른 감각도 좋을 거 같습니다.


“아! 그런 거야.”


김척 포교가 말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하긴, 예인이 남다르기는 하지. 발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알아채더라고.”


김척 포교가 말을 마치고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아, 이번 순찰은 홍장군 일당을 체포하는 아주 위험한 일이야. 그러니 내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혼자 움직이면 안 돼!”


“알겠습니다. 포교 나리.”


예인이 방긋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윤진 일행에 예인까지 합류했다. 윤진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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