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예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임혁 종사관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제가 존경하는 나리입니다. 나리께서 제 면천을 약조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면천은 불가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슬퍼서 울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에게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제가 싫다고 한들 결국, 나리의 첩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저 혼자만 면천 받고 부모님은 여전히 관노비 신세를 면할 수 없습니다. 그게 서러워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예인에게 참 딱한 사정이 있었다. 두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일이었다. 그가 예인에게 물었다.
“혹 양반 가문의 딸이었다가 천민이 된 거냐?”
예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나리. 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하셨고 그래서 어머니와 저도 천민이 되고 말았습니다.”
“뭐? … 역모라고?”
윤진이 역모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버지가 역모의 주모자냐? 아니고 가담한 정도냐?”
“주모자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
예인이 말을 흐렸다. 그 얼굴에서 사무친 억울함에 느껴졌다. 정황상 아버지가 억울하게 역모에 연루됐다는 거 같았다. 역모 주동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도 역모죄에 걸려들 수 있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왕과 조정이 그렇게 몰아가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운이 나쁘면 당할 수 있었다.
“음~!”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역모에 연루된 자는 그 주모자가 아니더라고 그 죄를 용서받기 어려웠다. 말이 쉽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가족 모두 면천받으려면 나라는 구하는 큰 공을 세워야 가능했다.
‘어떻게 해야 사면받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윤진이 빙그레 웃었다. 그가 예인에게 말했다. 침착한 목소리였다.
“예인아, 큰 공을 세우면 너뿐만 아니라 네 가족도 면천될 수 있다. 주모자가 아니라 가담한 정도라면 가능할 거 같다.”
“네? 크, 큰 공이라고요?”
예인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큰 공을 세웁니까? 저는 여기 다모에 불과합니다. 관원들 심부름하고 차를 따르는 게 제 일입니다.”
윤진이 씩 웃고 말했다.
“홍장군 일당을 잡으면 그건 아주 큰 공이다. 나라를 위한 일이지.”
“네에?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인지?”
예인이 ‘이게 뭔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윤진이 힘을 주어 말했다.
“예인아, 나를 도와라. 나를 도우면 큰 공을 세우는 것과 같다. 마침 수사를 도울 다모가 필요했다.
내가 양반집 따님과 마님을 직접 수사할 수는 없다. 이는 예법에 어긋난 일이다. 네가 그 일을 맡아줬으면 좋겠다.”
“네에? 제가 인재님을 도우라는 말인가요?”
“그렇지!”
“일을 도우면 큰 공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요?”
“물론! 홍장군 일당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다. 이는 나라의 근심을 없애는 일이다. 아주 큰 공이다.
그렇게 큰 공을 세운 후, 주상 전하와 조정에 네 사정을 고하겠다. 너와 네 부모님의 면천을 간곡히 요청하겠다.”
예인이 입을 크게 벌렸다. 매우 놀란 듯 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예인이 입을 다물고 침을 꿀컥 삼켰다. 그렇게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윤진에게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 인재님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예인은 외모가 출중할 뿐아니라, 그 성격과 언행도 똑 부러지는 처자였다.
어릴 적 좋은 교육을 받은 거 같았다. 수사에 참여하면 도움이 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예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나리, 홍장군 일당을 잡으면 … 약조한 걸 반드시 지켜주셔야 합니다. 주상 전하와 조정에 저와 제 부모님의 면천을 꼭 요청하셔야 합니다.”
“물론이다. 반드시 지키겠다. 홍장군 일당을 잡으면 그에 합당한 상이 있을 것이다. 그 상을 받기에 앞서 네 처지를 말하고 면천을 요청하겠다.”
예인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울면서 말했다.
“나, 나리,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말만 들어도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한이 풀리는 거 같습니다.”
예인이 무척 기뻐했다. 그녀에게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가 쑥 내려와 손을 내민 거 같았다.
드디어 자신과 부모님이 면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윤진의 말대로 홍장군 일당을 잡아서 큰 공을 세워야 했다.
윤진이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이 무척 믿음직스러웠다. 윤진은 무척 총명해 보였다. 눈빛이 이를 증명했다. 신출귀몰한 홍장군 일당과 한판 붙어볼만 했다.
예인이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그녀가 옷매무새를 고치고 윤진에게 공손히 절했다.
윤진이 예인에게 말했다.
“그래, 어서 들어가서 자라. 밤이 늦었다. 내일부터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나리 명을 받들겠습니다.”
예인이 환하게 웃고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윤진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반달이 여전히 휘황찬란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내일 밤이 중요해. 홍장군 일당이 분명 나타날 거야. 군사 5백 명을 따돌리며 주상 전하, 조정, 한성을 농락할 거야. 그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암!
목에서 딱 기다려야 해. 놈들이 나타날 때 올가미처럼 꽉 붙잡아야 해.”
윤진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내일 밤을 기다리는 거 같았다. 사특한 홍장군 일당을 잡기 위해서 ….
다음날 5월 26일 신시(申時, 오후 4시)
한성으로 군사 5백 명이 은밀히 들어왔다. 모두 사복을 입었다. 군복을 입고 사대문 안으로 들어오면 백성들이 놀랄 수 있었다. 큰일이 생겼다고 동요할 수 있었다.
이에 군사들이 상인으로 위장했다. 큰 수레를 끌고 이십 명씩 사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사대문 안으로 들어온 군사들이 군복으로 갈아입고 한성부 앞에 집결했다. 한성부는 광화문 앞, 육조 거리에 있었다. 모인 군사들은 모두 정예병이었다.
한성부 책임자, 판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칠성 대감이었다. 50대 초반 남자로 중간 키에 무척 마른 남자였다. 눈썹이 진했고 코는 매부리코였다. 양 볼이 푹 들어갔다.
이칠성 대감이 앞에 도열한 군사들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본관은 한성부를 책임지는 판윤 이칠성이다. 그대들은 홍장군 일당을 잡기 위해 한성부에 들어온 평양의 정예병이다.
홍장군 일당은 주상 전하와 조정을 조롱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해치며 한성부에 출몰하고 있다. 그자들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자들이 설령 귀신일지라도 잡아야 한다. 잡아서 모두 요절을 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군사들이 큰 목소리로 답했다. 군사들은 판윤 이칠성의 말대로 평양에서 온 정예병이었다. 장군 최설이 군사들을 이끌었다.
최설은 북방에서 큰 공을 세운 장수였다. 국경지대에 출몰하는 도적 떼를 소탕해 장군으로 승진했다.
최설의 외모는 남달랐다. 호랑이처럼 몸이 컸다. 6척(대략 180cm) 장신에 몸이 남산처럼 당당했다. 목이 두꺼웠고 두꺼비상이었다. 눈과 코가 작았고 입이 아주 컸다.
장군 최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작은 눈이 솔방울처럼 커졌다. 반드시 홍장군 일당을 잡겠다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판윤 이칠성이 장군 최설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
“최장군만 믿겠네. 우리 한성부 군사들과 잘 협조해서 사특한 홍장군 일당을 꼭 잡도록. 주상 전하의 뜻이네. 일을 잘 처리하면 큰 상이 있을 걸세.”
“대감, 어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신고식이 끝났다. 장군 최설이 한성부 관아로 들어갔다. 군사들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모습을 윤진이 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윤진 옆에 돌이와 예인, 김척 포교가 있었다.
임혁 종사관은 좌포도청에 남았다. 그는 오늘 밤 순찰을 점검했다. 윤진의 말에 따르면 오늘 밤 순찰이 매우 중요했다.
이에 어느 때보다 포졸들의 정신 상태와 무기, 횃불 점검에 힘을 썼다.
돌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김척 포교에게 말했다.
“포교 나리, 저 군사들이 좀 이상해요. 왜 좌포도청은 신경도 쓰지 않아요?”
김척 포교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대체 왜 그런 건지 … 순찰은 좌포청, 한성부랑 같이 도는데 …. 저 군사들은 한성부에만 있구나.”
윤진이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보아하니 수사를 책임지는 좌포도청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만들려는 거 같습니다.”
“뭐라고?”
김척 포교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윤진의 말은 한성부와 정예병들이 좌포도청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말과 같았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니 왜? 우리 좌포도청을 왜 무시해? 우리가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데 ….”
윤진이 군사들의 동향을 살피다가 답했다.
“한성부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 같습니다. 저 군사들은 한성부와 한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성부는 … 이번 순찰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뭐, 뭐라고?”
김척 포교가 그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윤생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성부가 우리랑 따로 논다는 거야? 왜 그러는데? 그럴 리가 없어. 홍장군 일당하고 같은 편이 아닌 이상 그럴 리가 없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윤진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한성부를 의심하고 있었다. 홍장군의 신출귀몰함은 순찰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성부의 소행 같았다. 하지만 아직 이를 밝힐 때가 아니었다.
예인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돌이가 그 말을 듣고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가 그게 무슨 말이야?”
예인이 슬쩍 웃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생원님이 말씀하셨잖아. 한성부에서 우리를 멀리한다고 …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돼.”
“그런 거야?”
돌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돌이와 예인은 비슷한 연배였고 같은 관노비였다. 그래서 통하는 게 있었다. 둘은 곧 친구가 됐다.
예인은 윤진의 말대로 총명한 처자였다. 윤진이 말하는 뜻을 바로 알아챘다. 윤진의 말뜻은 한성부가 좌포도청의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윤진이 한번 헛기침했다. 그가 김척 포교에게 말했다.
“한성부판윤 대감님 댁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대감님 댁에?”
“네,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먼 곳에 있나요?”
“그리 먼 곳은 아니야. 청계천을 따라가면 다리가 있어. 다리 북쪽에 대감님 집이 있어.”
“어서 갑시다.”
“윤생원, 갑자기 판윤 대감님 댁에 왜 가려는 거야?”
윤진이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그의 눈빛이 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났다. 반드시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에 김척 포교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모든 수사는 윤진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좌포도청이 수사를 벌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에 어명을 받고 올라온 유일한 인재, 윤진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김척 포교가 윤진에게 말했다.
“그럼, 윤생원. 나를 따라와.”
“알겠습니다.”
김척 포교가 앞장섰다. 그 뒤를 윤진과 돌이, 예인이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