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윤진이 돌이에게 말했다.
“김척 포교님이 두 놈을 잡고 계셔. 그곳으로 돌아가자.”
“네, 그렇게 해요. 어서 가요. 여기는 너무 으스스해요. 수풀 속이 너무 어두컴컴해요. 누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요. 진짜 귀신이 튀어나오면 어떡해요!”
“그래, 어서 움직이자.”
윤진과 돌이가 다시 움직였다. 담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김척 포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앞에 괴한 둘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 등판에 화살을 맞았다.
“으으으~!”
괴한 둘이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고통을 참지 못하는 듯 온몸이 떨렸다.
김척 포교가 꼴 보기 좋다는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놈들 참 꼴 좋다. 네놈들이 바로 홍장군 일당이구나. 우리 윤생원 말이 맞았어!
네놈들은 귀신도 아니고 신출귀몰한 도사도 아니었어. 이렇게 빌빌대는 사람이었어. 사람이니 화살을 맞고 꼼짝도 못 하지. 하하하!”
김척 포교가 매우 기뻐했을 때
갑자기 바람 소리가 들렸다.
휙!
어둠을 헤치며 화살이 다시 날아왔다. 그 화살이 김척 포교 팔뚝을 쓱 지나갔다.
“어?”
김척 포교가 깜짝 놀랐다. 뭔가가 팔뚝을 스쳤다. 감촉이 아주 기분 나빴다.
“악!”
곧 비명이 들렸다. 화살이 괴한의 가슴에 팍 꽂혔다.
커다란 비명이었다. 괴한이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그는 등과 가슴에 화살을 맞고 말았다.
“헉!”
그 모습을 보고 김척 포교가 깜짝 놀랐다.
다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휙!
“아이고!”
김척 포교가 재빨리 움직였다. 그는 놀랐지만, 노련한 포교답게 재빨리 정신 차렸다. 바닥을 구르고 자세를 낮췄다. 흙먼지가 확 일었다.
김척 포교가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들었다. 화살 두 개가 바닥에 꽂혀 있었다. 그를 겨냥한 화살이었다.
“이, 이건 또 뭐야!”
김척 포교가 화살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당장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화살이 또 날아올 것만 같았다. 화살을 쏜 자는 고수였다. 괴한의 심장을 정확하게 맞혔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사방이 고요했다. 인기척은 없었다. 간혹 바람 소리만 들렸다.
“끝난 건가?”
김척 포교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두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화살을 쏜 자를 찾았다. 별빛 덕분에 사방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왼쪽에 높은 담이 있었다. 앞으로는 큰길이었다. 옆으로는 나무가 간간이 있었다. 화살을 쏜 자는 나무 기둥 뒤에 있었던 거 같았다.
나무 기둥에 인기척이 없었다. 화살을 쏜 자는 이미 사라진 거 같았다.
“다행이다.”
김척 포교가 안도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오른손을 들었다. 손이 빈손이었다. 이에 칼을 찾았다. 앞으로 구를 때 칼을 놓치고 말았다.
칼은 근처에 있었다. 그가 재빨리 일어나 칼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김척 포교가 칼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 보이는 담을 따라서 들리는 발소리였다.
“이, 이놈들!”
김척 포교가 사방을 살폈다. 바람처럼 달려 담에다 등을 딱 붙였다. 그렇게 숨었을 때
두 사람이 달려왔다. 둘은 윤진과 돌이였다.
둘을 보고 김척 포교가 다행이라는 듯 높이 쳐든 칼을 내렸다.
윤진과 돌이 쓰러진 괴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괴한이 등판뿐만 아니라 가슴에도 화살을 맞았다.
“이 화살은 대체 뭐야?”
윤진이 깜짝 놀랐다. 괴한의 가슴에 화살이 꽂혀있었다. 그는 괴한의 등판에다 화살을 쐈다. 가슴에 향해 쏜 적이 없었다.
“윤생원!”
윤진을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척 포교가 윤진을 향해 달려왔다.
김척 포교가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이놈에게 화살을 쐈어! 그자는 고수야. 심장을 정통으로 맞혔어.”
“네에?”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급히 사방을 살폈다. 사방은 고요했다. 근처에 누군가가 있는 거 같지 않았다.
“이를 어떡해요!”
돌이가 깜짝 놀라서 안절부절못했다.
윤진이 급히 김척 포교에게 말했다.
“혹시 모릅니다. 몸을 피해야 합니다.”
“그럴까? 그럼, 등을 담에다 붙여. 그게 제일 안전해. 담은 어느 곳보다 어두워.”
“알겠습니다.”
셋이 담으로 달려갔다. 등을 담에다 딱 붙였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화살이 더는 날아오지 않았다.
“괜찮은 거 같아. 아무 일도 없어.”
김척 포교가 말을 마치고 담에서 등을 뗐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윤진과 돌이도 담에서 벗어났다.
셋이 다시 큰길에 모였을 때
“어? 한 놈이 없어졌네?”
김척 포교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바닥에 괴한 한 명만 쓰러져 있었다. 등판과 가슴에 화살을 맞고 절명한 자였다. 괴한 한 명이 더 있어야 했다.
윤진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있어야 할 괴한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놈이 땅으로 꺼진 거야? 아니면 하늘로 솟은 거야?”
김척 포교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윤진이 미간을 확 모았다. 어둠에 잠긴 담으로 걸어갔다. 걸음을 걷다가 멈칫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바닥에 핏자국이 보였다. 그 핏자국이 담으로 쭉 이어졌다.
윤진이 담을 바라봤을 때 뭔가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건 담 밑에 있는 작은 구멍, 개구멍이었다.
“개구멍!”
개구멍을 확인한 윤진이 이를 악물었다. 바닥에 기어간 흔적이 있었다. 그 흔적이 핏자국과 궤를 같이했다.
괴한이 개구멍 안으로 들어간 게 분명했다. 개구멍 앞에 기다린 게 떨어져 있었다. 그건 화살이었다. 괴한이 등판에 박힌 화살을 뽑고 개구멍 안으로 들어간 거 같았다.
“왜 뭐가 있어?”
김척 포교가 윤진 옆에서 담을 바라봤다. 그가 아! 하며 말했다.
“뭐야! 개구멍이 있잖아!”
김척 포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단한 대감집 담 밑에 개구멍이 있었다. 그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놈이 개구멍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구나! 이 집은 한성부판윤 대감집이야. 어서 놈을 잡아야 해!”
김척 포교가 서둘렀다. 몸을 숙이고 개구멍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구멍이 작아서 도통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건 윤진도 돌이도 마찬가지였다. 괴한의 몸집이 작았던 게 분명했다.
윤진이 돌이에게 말했다.
“돌이는 이 개구멍을 지키고 있어. 우리는 대문으로 들어갈께.”
“네, 알겠습니다.”
돌이가 답을 하자, 윤진이 김척 포교에게 말했다.
“어서 가죠.”
“그래, 가자고!”
둘이 달리기 시작했다. 담을 돌아서 솟을대문으로 향했다.
김척 포교가 솟을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문을 쾅! 쾅! 두들겼다. 문을 힘차게 두들겼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 이에 김척 포교가 더욱 힘차게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문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게 누구요? 늦은 밤인데 ….”
“나는 좌포도청 포교 김척이다. 괴한이 한성부판윤 대감 댁으로 들어갔다. 어서 문을 열어라! 괴한을 붙잡아야 한다!”
“네에? … 아, 알겠습니다.”
곧 문이 열렸다. 문 앞에 하인 둘이 서 있었다. 둘이 김척 포교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성난 호랑이가 서 있는 거 같았다. 옆에는 활을 든 잘생긴 선비가 있었다.
“이놈!”
김척 포교가 씩씩거렸다. 잡았던 놈이 쥐새끼처럼 도망치자, 화가 확 치밀어 오른 거 같았다.
“어서 들어가자!”
김척 포교가 말을 마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윤진이 그 뒤를 따랐다.
한성부판윤 대감 집은 아주 넓었다. 마당이 아주 컸다. 마당 한가운데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모여 있었다. 그들은 군사였다. 한성부판윤 대감을 지키는 군사들이었다.
“뭐가 있나?”
김척 포교가 모인 군사들을 향해 내달렸다. 윤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생각했다.
‘괴한이 또 당한 거 같다!’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김척 포교가 달려오자, 한성부 군사들이 길을 비켜줬다. 한 무관이 긴 칼을 들고 정신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군사들이 흩어지자, 바닥에 뭔가가 보였다. 그건 사람이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머리에 두건을 쓴 복면인이었다. 딱 봐도 이미 절명한 거 같았다.
김척 포교가 복면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복면인의 등판을 확인했다. 등판에 화살에 맞은 자국이 있었다. 개구멍으로 도망친 홍장군 일당이 분명했다.
김척 포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애써 잡은 범인이 죽고 말았다.
“이게 뭐야? 이 자를 누가 죽인 거야!”
김척 포교가 군사들에게 크게 외쳤다. 그러자 군사들이 쭈뼛했다.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그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괴한이 들어와 죽였소. 그게 무슨 문제요?”
군사 중에서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남자는 종사관 관복을 입었다. 한성부 군사 책임자였다.
종사관은 20대 후반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었다. 가느스름한 얼굴에 눈매가 쭉 찢어졌다. 코가 높았고 입술이 작았다.
김척 포교가 움찔했다. 그보다 품계가 높은 자가 등장했다. 그가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종사관 나리신가요?”
“그렇소. 종사관 이우찬이요. 한성부판윤 대감님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았소.”
“그렇군요. 혹 저자를 죽이라고 명하셨나요?”
“그건 아니요. 괴한이 침입해서 우리 군사들이 싸우다 그렇게 된 거요. 괴한이 저항했소. 죽이라고 명한 적은 없소.”
“그렇군요.”
윤진이 김척 포교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괴한의 시신을 확인하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애써 잡은 홍장군 일당이 또 죽고 말았다. 그가 두 눈을 떴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서 있는 종사관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우찬 종사관이 윤진에게 말했다.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이었다.
“너는 누구냐? 어찌 불손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냐?”
윤진이 예를 표하고 말했다.
“제가 어찌 불손한 눈빛으로 종사관 나리를 보겠습니까? 저는 홍장군 사건을 풀기 위해 서산군에서 올라 온 인재, 윤진이라고 하옵니다.”
“윤진?”
이우찬 종사관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아! 그자구나. 간 큰 자 한 명이 서산군에서 올라왔다고 들었는데 … 바로 네가 윤진이라는 자구나.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 거군.
나는 한성부판윤 대감님을 지키는 종사관 이우찬이다.”
이우찬 종사관이 자기를 소개하고 씩 웃었다. 한 사람이 죽었는데도 여유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윤진이 생각했다.
‘예상대로 한성부판윤 대감이 홍장군과 결탁한 거야. 그래서 증인인 저 괴한을 죽여버린 거야.
이미 다쳤으니 쓸모가 없어졌고 그래서 해치운 거야. 입을 영원히 틀어막기 위해!’
윤진이 순간, 분을 참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달리 생각하면 좋은 일이기도 했다. 꼭꼭 숨겼던 적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