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시간이 흘러 날이 밝아왔다. 닭이 아침을 알리며 크게 울었다. 신선한 공기가 사람들을 깨웠다.
5월 27일 묘시(卯時, 오전 6시)
한성부판윤 대감 집 앞 바닥에 커다란 거적이 보였다.
그 거적 밑에 홍장군 일당 시신 세 구가 있었다. 그 처참한 모습을 가리기 위해 커다란 거적을 씌웠다.
시신 근처에 창을 든 군사들이 있었다. 좌포도청 포졸들이 삼엄한 경계를 섰다.
한성부판윤 대감 집에서 좀 떨어진 청계천 돌다리에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윤진과 김척 포교, 예인, 돌이었다. 넷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눴다.
윤진이 김척 포교에게 말했다.
“나리, 밤새 일어난 사건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홍장군 일당이 한성부판윤 대감과 관련됐습니다.”
그 말을 듣고 김척 포교가 깜짝 놀랐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윤생원, 어떻게 그런 험한 말을 하나? 대감님이 홍장군 일당과 결탁했다는 말인가? 대감님은 주상 전하의 측근으로 한성을 책임지는 분일세. 그럴 분이 아니야!”
예인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윤생원님, 그럴 리가요? 대감님이 그런 짓을 하다니요?”
둘이 윤진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윤진의 말은 왕의 측근이 도성을 어지럽힌다는 말과 같았다.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윤진이 정색하고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물론, 받아들이기 힘든 말입니다. 하지만 정황이 이를 증명합니다.
제 예상대로 한성을 휘젓고 다니던 홍장군 일당이 이 돌다리를 건넜습니다. 이 돌다리를 건너서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갔습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당시 놈들은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동료 하나가 화살에 맞고 여기 돌다리 근처에 쓰러졌습니다. 그동안 꼭꼭 감춰왔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이에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놈들이 향한 곳이 어디입니까?”
김척 포교가 잠시 생각했다. 그가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답했다.
“그래, 윤생원 말대로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향했지. 그건 사실이야. 그게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야?”
“네,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 우연한 일이 많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를 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
김척 포교가 참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장군 일당이 조정 대신인 한성부판윤과 결탁했다면 이는 정말 큰 일이었다. 왕 옆에 역심을 품은 자가 있다는 말과 같았다.
예인이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가 윤진에게 말했다.
“놈들이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간 게 정말 이상하기는 하네요. 다른 곳으로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
윤진이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말했다.
“한성부판윤 대감 집 앞에는 집을 지키는 군사들이 있어야 하는데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군사들을 물린 거 같습니다. 그렇게 홍장군 일당을 도와준 게 분명합니다.”
김척 포교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하긴 그 점이 이상하긴 해. 낮에 왔을 때 분명 군사들이 집 근처에 있었어. 삼엄하게 경계했어. 그런데 막상 중요한 밤에 집을 지키는 군사들이 없었어.
아! 진짜. 한성부판윤 대감이 의심스럽기는 하네. 이거 참 큰일이네.”
예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그녀가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향하는 큰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생원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한성부판윤 대감을 수사해야 하잖아요. 집도 수색해야 하고 ….”
“그렇지.”
김척 포교가 답을 했다.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무척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진이 그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상대는 조정 대신이었다. 좌포도청이 포교가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말했다.
“나리, 수사가 힘든 건가요?”
김척 포교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지. 내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 포도대장님이 직접 나서야 해. 그렇지 않으면 불가야. 사실 포도대장님도 쉽지 않은 일이야.”
“그렇군요. 그러면 포도대장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현재 한성부판윤 대감이 무척 의심스럽습니다. 홍장군 일당과 결탁한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이는 어떤 의도가 있는 거 같습니다. 일부러 한성 일대에 공포를 심어주고 조정을 압박하는 거 같습니다.”
“저, 정말이야?”
김척 포교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홍장군 일당은 귀신도 아니었고 신출귀몰한 도사도 아니었습니다. 놈들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20년 전 홍장군을 이용해 무슨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 음모는 나라를 어지럽히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일단 한성부판윤 대감과 그 집을 조사해야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야.”
김척 포교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윤진의 주장이 처음에는 지나치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정황이 윤진의 말을 뒷받침했다.
홍장군 일당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달렸고 한 놈이 담 아래 개구멍으로 쏙 들어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간 놈은 한성부판윤 대감을 지키는 군사들에게 피살됐다. 놈을 죽이지 않고 생포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군사들을 지휘하는 이우찬 종사관의 말에 따르면 놈이 저항해서 죽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김척 포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성부판윤 대감 집 안으로 들어간 놈을 집을 지키는 군사들이 죽인 게 영 마음에 걸려. 죽은 자는 말이 없잖아. 그래서 죽인 거 같아.”
윤진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끄떡이고 말했다.
“맞습니다. 놈은 등에 화살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싸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놈이 저항했다는 말은 도무지 믿을 수 없습니다.”
예인이 돌다리 상황을 떠올리다가 말했다.
“놈들이 또 있었어요. 그때 죽은 척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발소리가 들렸어요. 두 명이었어요. 둘이 화살에 맞은 놈을 가차 없이 죽였어요.”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
“아마 그놈들이 나리께 화살을 쏜 거 같습니다.”
“그렇군, 놈들이 또 있었던 거야. 그러면 총 몇 명이지?”
윤진이 답했다.
“돌다리를 처음에 건넌 숫자는 일곱이었습니다. 놈들에게 화살을 쐈는데 두 놈이 화살에 맞고 쓰러졌습니다.
그중에서 한 놈이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렸습니다. 어깨에 커다란 봇짐을 매고 있었습니다. 화살이 봇짐에 맞아 그놈은 무사했습니다.
남은 여섯이 한성부판윤 대감 집 담을 따라서 내달렸습니다. 다시 화살을 쏴서 두 놈을 맞혔습니다. 두 놈이 다시 쓰러졌습니다.”
김척 포교가 그렇군!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맞아. 대감집 담 근처에 두 놈이 쓰러져 있었어. 내가 두 놈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살이 날아왔어. 한 놈이 화살에 정통으로 맞았어. 가슴에 맞아서 그 자리에서 절명했어.
남은 한 놈이 개구멍으로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들어갔고.
화살을 쏜 놈들도 홍장군 일당이었군. 다친 자를 살려두지 않았어. 한성부 군사들도 마찬가지였고.”
셋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돌이가 기겁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이고, 나리님들. 그렇다면 저 대감님 집이 홍장군 소굴이라는 말인가요?”
윤진과 김척 포교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모든 정황이 그걸 가리켰다.
“이, 이를 어떡해요! 대감님이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면서요!”
돌이의 말에 윤진이 사방을 살폈다. 그가 김척 포교에게 말했다.
“임혁 종사관님은 언제 오시죠?”
김척 포교도 주변을 살피고 답했다.
“사람을 보내서 어서 오시라고 전했는데도 오시지 않네. … 아! 포도대장님과 함께 오실 거 같다. 그래서 늦어지는 거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지금 포도대장이 필요합니다. 한성부판윤 대감을 조사하려면 다른 수가 없습니다.”
윤진이 힘을 주어 말했다.
그때, 말발굽 소리와 군사들 발소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청계천 일대를 달리고 있었다. 대략 20여 명의 사람이었다.
소리를 들은 예인이 급히 말했다.
“누가 돌다리를 향해 오고 있어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에요.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뛰고 있어요.”
“그래? 포도대장님이 오시나?”
김척 포교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사방을 살폈다. 예인의 말대로 저 멀리서 누가 오는 거 같았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한 무리의 사람이 돌다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들은 좌포도청 포졸들이었다. 말을 탄 사람은 허식 좌포도대장과 임혁 종사관이었다.
허식 포도대장이 임혁 종사관에게 말했다.
“저기 보이는 돌다리에 사람들이 있군. 저들이 윤생원 일행인가?”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김척 포교가 윤생원과 함께 청계천 돌다리에 있다고 알렸습니다.”
“그럼, 어서 가자고. 홍장군 일당 셋을 죽인 게 확실한 지 확인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둘이 서둘렀다. 말이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포졸들이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좌포도청 사람들이 돌다리 근처에서 멈췄다.
허식 포도대장과 임혁 종사관이 말에서 내렸다. 둘이 걸음을 옮겼다. 돌다리 앞에 윤진 일행이 있었다. 그들이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포도대장이 나타나자, 윤진 일행이 모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허식 포도대장이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자초지종을 말해보게.”
“네, 영감. 사실대로 고하겠습니다.”
윤진이 어젯밤과 오늘 새벽 일을 좌포도대장에게 고했다. 그 말을 듣고 허식 포도대장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윤진에게 말했다.
“그럼, 윤생원은 한성부판윤 대감이 홍장군 일당과 관련됐다는 말인가?”
“정황상 그렇습니다.”
윤진의 답에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포도대장에게 말했다.
“정황상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한성부판윤 대감이 홍장군 일당과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단지 정황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게 우연한 일치일 수 있습니다.”
허식 포도대장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정황에 따르면 윤진의 말이 맞지만, 임혁 종사관 말마따나 이게 우연한 일치일 수 있었다.
윤진이 힘을 주어 말했다.
“이건 우연한 일치가 아닙니다. 놈들은 그동안 한성 일대를 휘젓고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도망친 겁니다. 그래서 신출귀몰했던 겁니다.
포졸들이 백성들의 집을 조사할 수는 있지만, 고관의 집을 조사할 수는 없습니다. 놈들이 이를 노린 겁니다.”
허식 포도대장이 그 말을 듣고 참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윤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왕의 신임을 받는 정2품 한성부판윤이었다. 함부로 조사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