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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Nov 15. 2024

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33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33화_사라진 담당자, 이동희 대리


유강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앞에 있는 남자가 낯설지 않았다.


김동인 영업과장이었다. 어디선가 본 거 같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살인 사건 현장인 프레스 센터 기자 회견장에서 본 남자였다.


고두희 대표가 입술에 침을 묻혔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방화 위험이 있다며 경찰이 들이닥치고 유명한 탐정인 유강인이 회사를 찾았다.


이는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고대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저는 미라클 북스 대표 고두희입니다.”


“반갑습니다. 대표님.”


유강인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고두희 대표가 말을 이었다.


“오늘 출간 기념회에서 큰일이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백두성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는데 … 그 말이 사실인가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백두성 회장님이 출간 기념회 행사 중 사망하셨습니다.”


“아이고! 정말 사실이었군요. 참 애석한 일입니다. 그리고 … 백회장님 집에도 불이 났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백회장님 집에 불이 났습니다. 방화범이 불을 지르고 도망쳤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정말 나쁜 놈들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집에 불까지 지르다니 …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탐정님, 우리 출판사도 … 방화 위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소리입니다.”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했다. 고두희 대표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적극 협조할 거 같았다.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백두성 회장님은 독을 마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독살입니다.”


“네? 독, 독살이요? 정말입니까?”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응급실 의료진 판단과 여러 정황상 독살 같습니다.”


“그렇군요.”


“백회장님이 사망한 후 집에 불이 났습니다. 방화범의 소행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은 백회장님 자서전과 관련된 거 같습니다.”


“자서전이라고요? 그게 말이 되나요? 책을 출간한다고 사람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다니요?”


유강인이 정색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백회장님 자서전은 평범한 자서전이 아닙니다. 자서전을 통해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세상에 폭로하려고 했습니다.

비밀을 지키려는 자들이 이를 눈치채고 재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백회장님을 독살하고 집에 불을 지른 거 같습니다.

백회장님 입을 막고 증거를 인멸한 소행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고두희 대표가 깜짝 놀랐다. 옆에 있는 고혜정 팀장, 김동인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유강인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표님, 지금 백회장님 자서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서전 안에 중요한 내용이 있는 거 같습니다.”


고대표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책이 다 나오지 않았습니다.”


“출간 기념회를 했는데도 책이 없다는 말인가요? 그게 말이 되나요?”


고두희 대표가 대답 대신 옆자리에 앉은 고혜정 팀장을 바라봤다. 대신 답하라는 뜻이었다. 이에 고팀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유탐정님, 책은 현재 1권만 출간됐습니다. 2권과 3권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아! 그렇군요. 아직 2, 3권을 출간되지 않았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오늘 출간 기념회는 출간된 1권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유강인이 백두성의 말을 떠올렸다, 1권은 맛보기에 불과하고 2권과 3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서전에서 중요한 내용은 2권과 3권에 있는 게 분명했다.


고혜정 팀장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지금 1권을 갖고 올까요?”


유강인이 서둘러 답했다.


“1권보다는 2권, 3권 내용을 지금 확인하고 싶습니다. 2, 3권은 출간되지 않았지만, 한글 파일 같은 건 있을 게 아닙니까? 그 파일을 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담당 직원을 부르겠습니다.”


고팀장이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고두희 대표가 매실차를 다 마시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출간된 1권은 제가 다 확인했습니다. 이전 자서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몇몇 에피소드만 추가됐습니다.”


“그렇군요. 2권과 3권을 확인하고 1권도 확인하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매실차를 들었다.


5분의 시간이 흘러갔다.


유강인과 고두희 대표를 유심히 보던 황정수가 씩 웃었다. 둘 다 멀쩡했다. 이에 안심하고 찻잔을 들었다. 매실차를 훌쩍 마셨다.


맛이 있는지 미소를 짓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괜찮구먼, 괜히 걱정했네. 참 맛있는 매실차네. 흐흐흐! 한 잔 더 먹고 싶네.”


황정수가 맛있는 매실차를 즐기고 있을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혜정 팀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말했다.


“혹 무슨 일이 있나요?”


고팀장이 답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게, 담당 직원이 없어요. 아침에 출근했는데, 지금 보이지 않아요, 전화해도 받지 않아요.”


“네에? 담당 직원이 없다고요? 사실입니까?”


유강인이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회사에 없습니다. 오늘 외근이 없는데 무단으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고혜정 팀장의 말에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악의 마수가 미라클 출판사까지 뻗친 거 같았다.


고두희 대표가 서둘러 말했다.


“담당자는 … 동희씨잖아!”


고팀장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맞아요. 이동희 대리가 백두성 회장님 자서전 담당자입니다.”


“계속 연락해봐.”


“알겠습니다.”


고혜정 팀장이 핸드폰을 들었다. 이동희 대리에게 다시 연락했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신호음만 계속 울릴 뿐이었다. 받는 이가 없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자서전을 담당하는 직원이 감쪽같이 사라졌어. 이는 불길한 징조야. 자서전을 어서 확보해야 해! 시간이 없어.’


유강인이 고두희 대표를 찾았다. 그가 말했다.


“자서전 원고 파일을 지금 당장 확인하겠습니다. 2권, 3권 원고 파일이 회사에 있나요?”


고대표가 답했다.


“자서전은 이동희 대리가 전적으로 담당했습니다. 직원 컴퓨터나 USB에 원고 파일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동희 대리 컴퓨터를 확인하겠습니다. 안내해주세요.”


“네, 그렇게 하세요. 고팀장 어서 움직여.”


“네, 대표님.”


대표의 말에 고혜정 팀장이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이동희 대리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2층이었다. 탐정단과 형사 둘이 고팀장을 따라서 계단을 내려갔다.


유강인이 고혜정 팀장에게 물었다.


“1권은 … 출간이 된 게 확실하죠?”


“네, 그렇습니다. 창고에 1권 1쇄가 있습니다.”


“총 몇 부를 인쇄했죠?”


“5,000부를 인쇄했습니다.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하면 2쇄 바로 인쇄할 예정입니다.”


“2권과 3권은 언제 출간할 예정이죠?”


“2권과 3권은 현재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담당자인 이동희 대리가 어제 오후에 보고했습니다. 대필작가들한테 원고를 받아서 교정, 교열을 끝냈다고 진행 과정을 알렸습니다.”


대필작가라는 말에 유강인의 두 눈이 커졌다. 그가 급히 말했다.


“대필작가라고요? … 백두성 회장님이 직접 글을 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신 글을 썼다는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그렇군요. … 백회장님이 워낙 고령이시라 다른 사람이 대신 글을 썼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


“계속 말씀하시죠.”


“유탐정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인데 혹 모르실까 봐 알려드리겠습니다.

자서전 대부분은 본인이 직접 쓰지 않습니다. 이는 나이랑 상관이 없습니다. 대필작가들을 고용해서 작업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요? 그게 일반적인가요?”


“네, 자서전은 기본적으로 책 한 권 분량이라 글 전문가가 아니면 직접 쓰기 매우 어렵습니다.

평생 장문의 글을 쓰는 소설가들도 장편 소설을 단독으로 제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대필작가가 꼭 필요합니다. 대필작가들을 보통 글쓰기의 세르파(sherpa)라 부릅니다.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을 오를 때 길을 안내하는 현지인들을 세르파라고 부르잖아요. 대필작가들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전문 등산인도 세르파가 필요한데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어요. 그래서 자서전을 쓸 때 세르파, 대필작가들이 필요합니다.

대필작가는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주로 고소장 등을 대신 썼습니다. 아주 오래된 직업입니다.”


“그러면 대필작가가 실제 저자군요.”


“그렇죠. 하지만 대부분 경우, 의뢰인만 단독 저자로 올라가고 대필작가는 정체를 숨깁니다. 세르파와 같습니다. 히말라야 높은 산봉우리에 올랐을 때 길을 안내해준 세르파 이름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대필작가를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로 부릅니다.


“고스트 라이터요?”


“네, 유령 작가라는 뜻이죠.”


“아, 그렇군요. … 유령 작가라! 그럴듯하군요.”


유강인이 고스트 라이터, 대필작가를 생각했다.


‘백두성 회장이 자서전을 직접 쓰지 않고 대필작가를 고용했다는 말인데. 그럼, 대필작가도 자서전 내용을 안다는 말이잖아. 그 사람도 위험할 수 있어. 대필작가도 비밀을 알고 있어!’


유강인이 서둘러 말했다.


“자서전 대필작가가 누구죠?”


고혜정 팀장이 답했다.


“총 세 명입니다.”


“세 명이나 된다고요?”


“네, 1권, 2권, 3권마다 대필작가가 따로 붙었습니다.”


“이름을 말해주세요.”


“1권은 남태호 작가, 2권은 지인태 작가, 3권은 최윤희 작가입니다. 모두 이쪽 바닥에서 유명하신 분들입니다.”


유강인이 셋의 이름을 숙지했다. 그가 급히 말했다.


“고팀장님, 지금 대필작가 셋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네에? 위험하다고요?”


고팀장이 깜짝 놀랐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자서전에 커다란 비밀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 내용을 아는 자는 누구든지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필작가들의 신원을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대표님께 연락하겠습니다.”


고혜정 팀장이 대표에게 전화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고두희 대표가 말했다.


“연락처는 내가 다 갖고 있어.”


“알겠습니다.”


고팀장이 전화를 끊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대표님한테 연락처가 있습니다.”


유강인이 정찬우 형사를 찾았다. 그가 급히 말했다.


“정형사는 대표님을 만나서 대필작가 연락처를 확보해. 셋한테 다 전화해서 현재 안전한지 확인해. 경찰청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고.”


“네, 알겠습니다.”


“어서 서둘러!”


“네, 신속하게 움직이겠습니다.”


정형사가 답하고 대표실로 달려갔다.


“휴우~!”


유강인이 급히 숨을 내쉬었다.


이제 2층 복도였다. 고혜정 팀장이 한 사무실을 가리켰다. 기획 2팀이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고팀장의 말에 탐정단과 백정현 형사가 걸음을 옮겼다.


고혜정 팀장이 사무실 출입문 앞에 섰다. 그녀가 말했다.


“이동희 대리가 여기에서 근무했습니다. 기획 2팀 소속입니다.”


유강인이 걸음을 멈추고 고혜정 팀장에게 말했다.


“이동희 대리한테 다시 연락하세요. 문자도 보냈죠?”


“문자는 이미 여러 통 보냈습니다. 여전히 답신이 없습니다.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고팀장이 다시 이동희 대리에게 전화했다. 신호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연락 두절이었다.


고혜정 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유강인이 이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고팀장님, 이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동희 대리 컴퓨터에서 원고 파일을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서전 파일이 컴퓨터에 있겠죠?”


“네, 있을 겁니다.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하니까요.”


고혜정 팀장이 말을 마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 직원 10명이 있었다. 그들이 무척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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