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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4 할 일은 목표를 쪼개야 보인다

WBS (Work Breakdown Structure)

by 이상한 나라의 폴


“프로젝트가 막막할 때는 잘게 나누어 보라.”


우리는 종종 일을 시작하려고 앉았는데도, 뭘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계획은 세웠지만 실행이 되지 않고, 전체 업무의 얼개는 있지만 디테일이 없다면, 그건 어쩌면 WBS(Work Breakdown Structure)를 따르지 않은 까닭이다.


Work Breakdown Structure(WBS)는 무엇인가요?

WBS, 즉 작업 분할 구조(Work Breakdown Structure)는 프로젝트를 구조적으로 쪼개는 기술이다.
큰 덩어리의 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쪼개면 구체적인 실행 단위가 된다. 그때부터 일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WBS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단계로 구성된다.

프로젝트 수준: 전체 범위와 목표

주요 산출물 수준: 큰 단위의 결과물 분류

하위 산출물 수준: 각 결과물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

작업 패키지 수준: 실행 가능한 단위로의 분해

Task 수준: 실제 수행할 활동

To Do List: 누가, 언제, 무엇을 할지를 명확히 하는 실행 계획

이 과정을 따라가면, 프로젝트의 전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어느 단계에서 누락이 생겼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프로젝트 관리의 시작, 후버 댐

1931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시작된 후버 댐 공사는 현대 프로젝트 관리의 효시로 불린다. 당시로서는 유례없는 규모였던 이 공사는 수천 명의 인력과 수많은 공정이 동시에 돌아가야 했고, 단순한 직감이나 일꾼들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이때 도입된 것이 지금의 WBS처럼, 전체 프로젝트를 산출물로 나누고,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고, 책임자와 일정을 명확히 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NASA의 아폴로 계획, 초고층 빌딩 건설, IT 시스템 개발까지, WBS는 모든 분야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핵심 기법이 되었다.


셜록 홈즈의 추리도 일종의 WBS였다

셜록 홈즈의 추리를 떠올려보자. 그의 프로젝트는 ‘범인 검거’다. 그는 주요 산출물로 사건 분석, 용의자 추적, 증거 수집, 동기 파악, 경찰 협조를 설정한다. 그중 ‘증거 수집’을 세분화하면, 현장 감식, 문서 분석, 목격자 진술 확보 등이 나온다.


‘현장 감식’이라는 작업은 발자국 확인, 혈흔 채취, CCTV 분석 등의 Task로 나뉘고, 각 Task는 왓슨에게 “오전 9시까지 감식 사진을 정리해 보고하라”는 실행 지시로 이어진다. 셜록은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한 게 아니라, 복잡한 사건을 단계적으로 쪼개며 구조화된 사고로 접근했던 것이다. 그는 뛰어난 관찰력 이전에, 탁월한 프로젝트 관리자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탄생하는 과정을 WBS로 구성해 본다면 어떨까?

프로젝트 명은 ‘<기생충> 영화 제작’. 주요 산출물은 시나리오 작성, 캐스팅, 촬영, 편집, 마케팅, 배급 같은 큰 업무들이다. ‘촬영’이라는 항목만 더 들여다봐도, 반지하 세트 제작, 부잣집 로케이션 협의, 장면별 촬영 스케줄 수립 등으로 나뉜다.


그중 ‘반지하 세트 제작’이라는 작업은 다시 평면도 설계, 내부 인테리어 시공, 조명 및 소품 배치 등으로 쪼개진다. 그리고 ‘평면도 설계’는 도면 초안 작성, 감독 피드백 반영, 최종 도면 확정 같은 실제 Task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도면 초안 작성’은 담당자, 시작일, 마감일, 제출 기준까지 명시된 To Do List로 정리되어야 실제 실행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가 보는 132분의 영화는 수백 개의 쪼개진 업무가 정확히 계획되고 실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0250406_185231.png 영화 기생충을 WBS로 구성한 예시

WBS의 목적은 명확하다.

일을 구조화하고,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함은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로 바뀐다. WBS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방향을 잡아주고, 중간에 점검할 기준을 제공하며, 마지막엔 결과물을 정리하게 도와준다.


우리는 WBS로부터 실행력과 명료함을 얻는다. 할 일을 쪼개면 보이기 시작하고, 보이면 움직일 수 있다.

WBS는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를 익히는 순간, 우리도 거대한 프로젝트를 자신 있게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일머리가 있다는 말은 프로젝트 세계에서는 WBS를 알고 있다로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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