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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04 오늘이 제일 중요합니다

계획이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한 아주 단순한 원칙

by 이상한 나라의 폴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매우 명확하다. 모든 일이 다 그런데 마음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모든 일의 제일 첫 번째 순서이다. 예외는 없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일이 진전되지 않을 때가 있다. 계획을 세운 것 같지만 실행되지 않고, 몸은 바쁜데 결과는 없다. 그럴 땐, 다시 가장 단순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는가?"


스타트업 CEO로서 하루하루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비전 설정부터 자금 조달, 팀 관리, 제품 출시까지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의 최종 책임은 CEO에게 있다. 목표가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실행력 부족’이 원인일 경우가 많고 그 실행력 부족은 대부분 ‘목표를 충분히 잘게 쪼개지 않은 계획”에서 비롯된다.


"목표를 작게 쪼개고, 매일매일 오늘 할당된 조각을 끝낸다면 결국 큰 목표는 이뤄진다."


프로젝트의 관리의 세 가지 핵심: 무엇을, 언제까지, 누가

스타트업 CEO들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 즉 프로젝트 관리의 대상은 (교과서에 의하면) 딱 3가지이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 범위 (Scope)

언제까지 해낼 것인가? – 시간 (Time)

누가 그것을 할 것인가? – 자원 (Resource)


꿈이 목표가 되는 순간

스타트업들은 “이루고 싶은 꿈”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창업을 한다. 예를 들면 “SNS 메신저용 이모티콘 1위 등극”일 수도 있다. 이것이”범위(Scope)”이다.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꿈,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정의다.


하지만 이 꿈이 목표로 바뀌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시간(Time)"이다.

“올해 안에 사용자 10만 명을 달성하겠다”, “6월 말까지 앱스토어 1위를 하겠다”

이렇게 이루고 싶은 꿈과 시간이 결합될 때, 비로소 ‘계획’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범위를 자르는 기술: WBS

꿈과 시간은 정했지만 여전히 막막하다면, 그건 일이 너무 크고 뭉뚱그려져 있어서다.

그럴 땐 ‘쪼개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도구가 BS(Breakdown Structure)이다. 나누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OBS (Objectives Breakdown Structure), WBS(Work Breakdown Structure)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업무는 WBS의 형태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OBS는 가구 조립도와 같은 용도에서 주로 볼 수 있다.


WBS

프로젝트 level: 전체 프로젝트를 한눈에 보여주는 큰 그림

주요 산출물 level: 달성해야 할 핵심 결과물

하위 산출물 level: 각 산출물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

작업 패키지 level: 실행 가능한 관리 단위로의 분해

Task level: 실제 수행할 활동 단위로 분해하여 일의 내용과 양을 파악

To Do List: 최종적으로 누가 언제 무엇을 수행할지 명시한 실행 가능한 항목


목표에서 오늘까지의 길: Backward Planning

계획은 순차적으로 만드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거꾸로 미래의 목표에서 현재로 거꾸로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목표를 달성한 미래에서 주요 단계를 내려다보아야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오늘의 할 일”정의할 수 있다.


이게 바로 Backward Planning의 핵심이다.

도착지부터 정한다 – “8월 1일 제품 출시”

직전 단계는? – “7월 15일까지 베타 테스트 완료”

그전엔? – “6월 30일까지 MVP 완성”

더 전엔? – “6월 1일까지 주요 기능 기획 마무리”

그래서 오늘은? - 주요 기능 기획 담당자 선정


거꾸로 계획을 세우면 “오늘 누가 무슨 일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
미래의 목표는 그렇게 오늘로 다가온다.


시간을 흐리게 만드는 말들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 또 하나의 흔한 이유시간이 흐릿하기 때문이다. “내일”, “다음 주”, “조만간” 같은 말들은 달력에도, 시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책임이 없는 말이다.


Tomorrow never becomes today.

미팅 중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오늘 2개 공급사에서 제시한 서로 다른 2개 제품을 비교 검토한 내용을 다음 주 수요일까지 공유해 주세요.”

회의록에 그대로 기록되었고, 그 내용을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보았더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공유해 주세요”. 회의 참석을 못하고 회의록만 본 인원은 다음 주 수요일이 언제인지 참석자를 찾아서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회의록에 기록된 ‘다음 주 수요일’은 언제 다시 보아도 “다음 주 수요일”이므로 검토 결과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 영원히 미루어진다.


내용을 의도적으로 과장했다. 회의록 날짜가 있으니 계산하면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요점은 시간을 표현하는 부정확한 용어들(흔히 우리가 편하게 쓰는 용어들)이 업무상에서는 혼선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

그래서 시간은 이렇게 써야 한다.

범위 : 제품 비교 table 공유

누가 : 조달팀 김 과장

언제 : 5월 2일(수요일) 오후 3시까지 (GMT+9)


시간은 추가적인 질문이 필요 없도록 날짜와 시간으로 쓰는 것이 계획의 기본이다. 그래야 실행이 시작된다. 시차가 있는 외국과 미팅을 했다면 표준 시간대도 적어 주어야 명확하다.


실행은 계획의 역순이다.

스타트업은 어질리티가 특징이다. 그래서 애자일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어떤 스타트업 CEO는 애자일 기법이 오늘 받은 피드백에 맞추어 빠르게 변신하는 것이라고 믿고 계획보다는 시장 피드백에 빠른 반응에 집착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애자일 기법으로 시장의 피드백에 빠르게 반응하여 변신할 수 있는 점은 강점이 되겠다. 하지만 계획(즉 미래의 목표로 향하는 내비게이션) 없이 시장에 반응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길을 잃고 헤매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같다. 반응의 저 끝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계획은 우리를 시장 피드백을 분석하여 목표를 향해서 대응하도록 이끌어 준다. 계획은 미래에서 오늘로 내려오고, 실행은 오늘부터 미래로 올라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오늘의 할 일을 오늘 마무리하는 것.

결합(실행)은 분해(계획)의 역순이다. 미래(목표)는 언제나 오늘(실행)의 반복 끝에 도착한다.

오늘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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