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맞게 먹는 중입니다.

내가 선택한 대로 내가 된다.

by 이상한 나라의 폴

잘 먹는 것이 곧 다이어트이다.


'다이어트'는 굶거나 특정 음식을 제한하는 고통스러운 처벌 행위로 오해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제한은 결국 우리 몸의 대사를 망가뜨려 요요현상이라는 악순환을 반복시킨다.


진정한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이라는 일시적 목표를 넘어, '노화라는 질병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적극적 생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골고루 편중되지 않게 잘 먹는 것'에 있다.


정제되고 가공된 식품은 우리 몸의 균형을 깨뜨리는 독소가 되지만, 현명하게 조리된 자연식품은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고 뇌 기능을 최적화하는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이 된다.


우리의 뇌와 장은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그 기능이 결정된다.


장-뇌 축과 마이크로 바이옴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한 브레인 포그, 종잡을 수 없는 기분 변화 같은 우리의 고민은 '장'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장과 뇌는 '장-뇌 축(gut-brain axis)'으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 소통의 중심에는 수조 마리의 장내 미생물이 있다. 우리는 뇌가 최종 컨트롤 타워로 알고 있지만, 그 뇌는 장에 있는 마이크로 바이옴이 요청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우리 몸의 주인은 마이크로 바이옴인가? 우리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의심이 드는 순간이다.


* 마이크로 바이옴(Microbiome)
인간의 장 속에 공존하는 수조 개의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 집단 전체를 일컫는다. 이 미생물들은 유전자를 포함해 무게가 1~2kg에 달하며, 소화, 면역, 신경 전달 물질 생성 등 다양한 생명 활동을 수행한다. 과학자들은 이 마이크로 바이옴을 '또 하나의 장기'로 간주한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필수 영양소는 아니지만, 노화와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강력한 방패 역할을 한다.


파이토케미컬의 대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미생물은 이 파이토케미컬을 단쇄지방산(SCFA)이나 신경전달물질과 같은 유익한 대사산물로 변환시킨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은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을 섭취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다이어트 중인데 밤에 치킨이 땡긴다고 스스로 자책하지 말자. 장내 미생물이 요구하는 거다.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 마음이라도 편해지자.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위한 전략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따라 섭취된 음식(파이토 케미컬)의 영향은 매우 제각각이다. 따라서 아래 예시는 그냥 예시일 뿐 아무에게나 통용되는 건 아니다. 그냥 예시다. 여기 얘기한 대로 먹었는데 왜 효과가 없냐고 따질 필요 없다.


장내 미생물 환경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같은 약을 먹어도 누구에게는 약발이 좋고 누구에게는 약발이 없는 거다. 확대해서 해석하면, 제발 누가 나와서 특정한 음식을 먹고 살을 뺏다고 너도 나도 그 제품을 사 먹으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장내 미생물 환경이 광고한 사람과 비슷한지 확인했고 그래서 그 사람을 따라 했다면 모를까...


시너지

좋은 식재료를 '어떻게' 먹는지가 중요하다. 조리 방법은 파이토케미컬의 보존율과 흡수율을 극적으로 변화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채소를 조리할 때 '찜(Steaming)'은 영양소의 80% 이상을 보존하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


또한, 특정 음식을 함께 먹는 '푸드 시너지' 효과를 활용한다. 강황에 약간의 검은 후추와 올리브유 같은 지방을 추가하면 커큐민의 체내 흡수율을 극적으로 높인다. 레몬의 비타민 C는 녹차의 카테킨 성분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 흡수율을 5배 이상 높여준다.


영양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행위는 조리법과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한식처럼 다채로운 색이 어우러진 상차림이다.


행복 호르몬

몸 전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약 90%는 뇌가 아닌 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의 주역은 장내 미생물이다. 특정 미생물들은 음식 속 트립토판을 원료로 사용하여 세로토닌으로 전환하는 데 직접 관여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GABA 역시 활발하게 생성한다.


식단이 단순히 신체 건강을 넘어 정신 건강과 감정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를 결정하고, 그 미생물들이 기분을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것이다.


뇌 건강

요즘의 정제 가공된 식품에는 뇌 건강과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중요한 폴리페놀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의 평균 폴리페놀 섭취량은 하루 500mg 미만이지만, 과학자들이 권장하는 목표는 500mg에서 1500mg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과 미네랄을 챙기면서 뇌와 장 건강의 핵심인 폴리페놀도 열심히 찾고 있다. 차, 커피, 코코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500mg에서 1000mg의 폴리페놀을 쉽게 보충할 수 있다.


MIND 식단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MIND 식단'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늦추기 위해 고안된 식단이다. MIND는 '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의 약자로, 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고혈압 예방을 위해 고안된 식이 요법)의 장점을 결합하여 뇌 건강에 특화된 식단 전략이다.


한 연구 결과(*주 1)에 따르면, 이 식단을 꾸준히 실천할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최대 53%까지 감소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 MIND 식단의 핵심은 녹색 잎채소, 베리류, 견과류, 콩류, 통곡물 등 파이토케미컬과 건강한 지방의 핵심 공급원들이다.


뇌 건강을 지키는 것은 복잡한 치료법이 아니라, 매일 무엇을 먹는지에 대한 우리의 식탁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강력하고 실용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 1. MIND 식단을 소개한 주요 연구에 따르면, 식단을 엄격하게 따른 참가자(가장 높은 3 분위)는 가장 낮은 참가자 대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최대 53%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출처: Morris, M. C., et al. (2015). MIND diet associated with reduced incidence of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 Dementia, 11(9), 1015-1022.)

오늘의 선택

우리의 식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조리법 하나가 영양소 흡수율을 2000%까지 변화시키고, 섭취한 음식이 장에서 행복 호르몬의 90%를 만들어낸다. 뇌 건강을 지키는 파이토케미컬은 결코 멀리 있지 않으며, MIND 식단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존재한다.


과학은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천은 의외로 단순한 방식이다.


다양하게, 다채롭게, 자연 그대로, 발효시켜, 그리고 현명하게 조리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을 통해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 된다.


오늘, 우리의 뇌와 장내 미생물을 위해 어떤 다채로운 '선물'을 식탁에 올릴지 선택한다.


자, 지금 어떤 음식이 떠올랐다면, 장내 미생물이 우리 뇌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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