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배우는 이유
올해 2월, 집사람의 권유로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처음엔 단순히 “취미 삼아 해보라”는 말에 발걸음을 옮겼지만, 어느새 토요일 오전이면 자연스럽게 학원으로 향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학원은 집 근처라 오가기 편하고, 커리큘럼도 알차서 꾸준히 다니기에 참 좋은 곳이다. 매주 토요일 4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은 생각보다 긴 시간인데, 한 과정이 두세 달 정도 걸리다 보니 완주할 때마다 제법 큰 성취감이 느껴진다.
처음엔 네 시간 내내 서서 칼을 잡고 불 앞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평소 회사 생활로는 쓰지 않던 근육들이 요리 수업에서 깨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반복되다 보니 몸이 적응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무엇보다도 늘 따뜻한 말투로 수업을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부담감이 사라졌고, 요리에 대한 두려움 대신 자신감이 조금씩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한식과 카페 브런치 과정을 네 개 마쳤다. 갈비찜, 잡채, 청국장찌개 같은 익숙한 메뉴부터 샌드위치, 프리타타, 프렌치토스트 같은 브런치 메뉴까지 배워보니, ‘요리’라는 것이 단순히 배움의 영역이 아니라 창의력의 놀이터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재료를 다듬고 불 조절을 익히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집중의 즐거움이 크다.
수업이 끝나면 만든 음식을 도시락통에 담아 집으로 가져온다. 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냄새에 집사람이 먼저 달려와 “이번 주엔 어떤 요리 배웠어?” 하고 묻는다. 그때의 표정이 꽤 기대에 차 있어서 나도 덩달아 뿌듯해진다.
둘이 마주 앉아 한입씩 나누며 “오늘은 간이 딱 맞네” “이건 조금 덜 익었네”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작은 식탁이 대화의 무대가 된다. 요리를 배우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어쩌면 이런 소소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내가 요리를 계속 배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나는 먹는 걸 좋아하고 음식의 맛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내 몸에 맞는 건강한 식단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둘째, 좋은 식재료와 정성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요리의 묘미, 그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셋째, 올해 들어 집사람이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하면서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내가 ‘집밥 담당’이 되었고, 그 역할을 즐겁게 해내고 싶었다.
넷째, 가족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말보다 따뜻한 밥 한 끼가 더 큰 마음을 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중식과 일식도 배워볼 생각이다. 볶음밥 하나에도 깊은 불맛이 다르고, 회나 초밥 같은 일식은 칼질 하나에도 정성이 담긴다. 이렇게 여러 나라의 요리를 익히다 보면, 식탁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고 매 끼니마다 색다른 즐거움이 펼쳐질 것이다.
이제 요리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내 하루의 활력이고, 가족과 나를 이어주는 따뜻한 끈이 되었다. 주방에 서서 요리를 할 때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지고, 팬 위에서 지글지글 나는 소리에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녹아내린다.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건, 결국 음식이란 ‘사람의 손맛’이 아니라 ‘마음맛’이라는 것이다. 정성껏 만든 한 접시 음식을 식탁에 올리고, 함께 먹으며 웃는 그 순간이 참 좋다.
이제는 잘 만든 요리 한 그릇이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되었다. 요리를 통해 하루를 기록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