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니첼(Schnitzel)

오래된 여행의 맛을 다시 불러오다

by 굳데이

10여 년 전, 폴란드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은 늘 작은 긴장과 설렘의 연속이었지만, 그 시간을 풍요롭게 해준 것은 틈틈이 떠난 여행이었다. 주말이나 여름휴가 같은 여유가 생기면 가족들과 함께 유럽 곳곳을 다니며 새로운 풍경과 문화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폴란드 생활에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한 어느 날, 우리는 독일 드레스덴을 찾았다.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주말마다 인근 도시를 둘러보는 게 묘한 활력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드레스덴은 오래전 전쟁의 상흔과 복원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도시라 더욱 인상 깊었다. 집사람과 천천히 거리를 걷다 보니, 마치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르는 곳에 들어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날 우리를 안내해 준 가이드는 드레스덴의 명소들을 소개하다가 한 식당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여기는 옛 소련시절 젊은 푸틴이 독일 유학 왔을 때 자주 들렀던 식당입니다.”

뜻밖의 설명에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정치적 의미를 떠나, 세월과 이야기가 깃든 공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


음식 메뉴판을 펼쳐 들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슈니첼(Schnitzel)’. 우리나라의 왕돈가스와 닮은 모양이었지만, 얇게 펴서 부드럽게 조리한 독일식 커틀릿이라 했다. 우리는 슈니첼을 주문했다. 잠시 뒤 접시 위에 담겨 나온 슈니첼은 얇고 넓게 펼쳐진 모양부터 남달랐다. 칼을 대자 부드럽게 잘려 나가는 느낌에 미소가 지어졌고, 첫 한 입을 먹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느낀 ‘아, 이건 기억에 남는다’는 감각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렷하다.


최근, 문득 그때의 슈니첼이 떠올랐다. 드레스덴의 거리와 가이드의 이야기, 그리고 집사람과 나란히 앉아 여유를 즐기던 장면까지 함께 되살아났다. 그 순간, ‘그래,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음식은 기억을 데려오는 힘이 있다더니, 참으로 맞는 말이었다. 집사람과 함께 재료를 준비했다. 돼지고기를 고르고, 레몬과 빵가루, 아스파라거스까지 장바구니에 담는 일조차 작은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다.


슈니첼은 만드는 과정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특별한 절차가 있다. 고기를 얇게 만들기 위해 망치로 두드리는 작업이다. 탁, 탁, 탁—망치가 고기를 누르는 소리는 마치 오래된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고기를 펴고, 튀김가루—계란—빵가루 순서로 천천히 입히면서 따뜻한 기대감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 재료

.주 재료 : 돼지 등심(돈가스용) 2조각, 튀김가루( 혹은 밀가루) 적당량, 고운 빵가루 적당량, 계란 2개, 소금

약간, 후추(취향껏), 아보카드유(식용유), 레몬 1개

. 가니쉬 : 감자 2개, 아스파라거스 7대, 양송이 버섯 4개, 방울토마토 7개, 소금 약간

. 크린베리 소스 : 건 크랜베리 60g, 알룰로스 20g, 생강파우더 약간, 화이트와인 1/4Cup


# 요리 과정

정육점에서 한번 눌린 고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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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고기가 얇게 되도록 중앙에서 언저리 쪽으로 두드립니다.


얇게 편 고기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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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간을 한 고기에 튀김가루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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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 계란 반죽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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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반죽을 한 고기에 빵가루를 골고루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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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에 식용유와 버터를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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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에 고기를 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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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양송이 버섯, 방울 토마토, 아스파라거스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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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큼직하게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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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삶아 2/3정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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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후추, 바질을 넣고 감자를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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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를 볶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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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크랜베리, 알룰로스, 생강가루에 화이트와인을 넣고 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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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크랜베리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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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슈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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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점심, 집사람과 마주 앉아 직접 만든 슈니첼을 맛보았다. 한 입 베어 물자, 드레스덴의 그 식당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기억력이 나보다 훨씬 좋은 집사람은 “그때 기억나지?”라며 하나둘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집사람의 말을 들으며 희미해졌던 장면들이 차례차례 또렷한 사진처럼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몇 년이 지나면 흐려질 줄만 알았는데, 집사람의 목소리와 우리의 요리가 함께하니 오히려 더 생생해지는 것 같았다.


음식은 때로 여행보다, 사진보다 오래 남는다. 그 한 접시가 우리의 시간을 다시 이어주고, 그때의 분위기를 떠 올리게 한다. 드레스덴에서 먹었던 슈니첼도 단순한 외식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한 시절을 함께 걸어온 시절을 상기시키는 맛이었다. 이번에 집에서 만든 슈니첼 역시 10여 년 전 여행을 다시 불러온 작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한 끼의 요리로 추억을 되 살리고, 그 순간을 함께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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