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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Sep 18. 2023

2023.09.09 거울 배치, 조명 실험

지난 2개월 동안 우리 공간에 어울리는 거울을 찾기 위해 정말 수백 개의 거울을 찾아본 것 같다. 사실 1층 세면대나 습식 화장실의 거울은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았다. 그 공간의 거울 형태는 원형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크기와 마감 소재, 프레임의 색상과 디자인 정도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다만 안방의 세면대는 화장대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보니 거울 선택이 참 어려웠다. 일단 세면대 두 곳은 서서 사용하므로 거울이 비교적 높게 설치되어야 한다. 화장대는 앉아서 사용하므로 거울이 낮아야 한다. 또한 같은 공간이므로 디자인의 통일성도 있어야 하며 너무 요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디자인이었으면 했다.


사각이나 원형, 팔각 등 단순한 형태의 제작 거울은 마음대로 치수를 결정할 수 있지만 디자인의 한계는 명확했다.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목욕탕 같은 느낌이 날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웠다. 수입 제품은 디자인적으로는 매우 훌륭했지만 세면대와 화장대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치수를 제공하지 않았다. 같은 디자인의 다양한 크기를 가진 거울이 생각보다 없다 보니 선택이 어려웠다.


그렇게 결정한 거울은 펌리빙의 폰드 미러이다. 자유롭게 흐르는 물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은 비정형의 거울인데 둥근 형태와 길쭉한 형태 두 가지가 있다. 둥근 형태의 거울은 세면대에, 길쭉한 형태의 거울은 화장대에 적용할 생각이다. 가격도 생각보다는 합리적이었고 브라스의 금속 테두리가 공간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렸다. 세면대 거울이 약간 작은 감은 있었지만 면도경이나 몇 가지 액세서리 설치를 생각하면 공간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자가 설치를 하기 위해 고정 방법을 살펴보았는데 역시나 고정 방식이 특이했다. Hook Screw라는 유럽에선 나름 보편적인 철물을 벽에 고정하고 거울을 거는 방식인데 문제는 동봉된 Hook Screw가 짧아 떠발이 한 벽타일 안쪽의 콘크리트 골조까지 닿지 않는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90mm짜리 Hook Screw와 그 길이에 맞는 칼블럭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쓰이는 부속이 아니다 보니 해외 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또 경험이 쌓인다.




2층의 꼴도 보기 싫은 레이스웨이를 해체하였다. 이 공간의 주인공은 높은 박공지붕과 수직으로 솟아있는 책장이다. 하지만 조명을 고정하기 위한 천장의 레이스웨이 때문에 공간이 가려져 버렸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광원에 대한 고민은 모르겠지만 조명 기구 자체에 대한 고민과 설계는 턱없이 부족했었다는 반성을 한다. 조명 기구는 이질감 없이 공간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야 하며 때로는 오브제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루이스폴센, 아르떼미데 등의 회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영역을 주차장에서나 쓰는 고작 몇만 원짜리 레이스웨이로 마감하려 했다는 계획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다.


결국 여기에는 업라이팅 조명 하나만 와이어로 고정하기로 결정하였다. 먼저 기존의 레이스웨이를 사용하여 간단히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역시나 천장의 골조면이 좋지 못해 조명을 벽에 가깝게 붙이지는 못할 것 같았다. 위의 사진처럼 빛이 맺히는 현상뿐만 아니라 거친 골조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단 알루미늄 각재로 목업을 만들어볼 생각인데 큰 이질감이 없다면 그대로 사용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미려한 디자인의 기성 조명을 사용할 생각이다. 물론 가격은 사악하다.


https://www.nemolighting.com/product/linescapes-pendant-horizontal/


책장을 비추는 월워셔 조명은 조명기구가 책장을 가리는 관계로 제거할까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당초 가구 업체와 책장 설계를 진행할 때 책장에 조명을 매립하는 건데 이래저래 참 슬픈 결말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론은 아무런 힘도, 설득력도 없다.


2023.09.09 요약

안방 세면대 거울 배치

2층 도서관과 방 천장의 조명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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