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영 Oct 22. 2023

미달

“숫자 많이 줄어들었으니 식사나 하고 오시죠?” 

경석은 점심도 거르고 모니터 화면만 주시하고 있는 교무부장 박이경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박이경은 밥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고 먼저 식사하고 오라는 답변만 한 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각 학교에 나가 계신 선생님들의 자료가 실시간으로 카운트되고 있었다.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마이너스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나빠진 원인에 대한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괴롭혔다. 특히 학과 개편 시 현재의 학과 체계가 아닌 학생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학과 변경을 요구했던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더 컸다. 그때 더 싸워서라도 학과를 바꾸지 못한 것이 아쉽게 다가왔다. 학과명이라도 현재 트렌드에 맞춰 개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방식으로는 홍보에 자신 없다고 했던 자신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정 그러시면 커피와 함께 이 파이라도 좀 드셔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어서 좀 드셔요.”

교무부장 박이경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입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을 떨쳐내려고 경석이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지만, 파이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이제 고지가 눈앞인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지역의 특성화고 모두가 정원을 채운 상황에서 자신의 학교만 미달을 낼 수는 없었다. 미달을 막기 위해, 모든 선생님이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었다. 

마감까지 2시간,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결국 미달,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였지만 현실은 이렇게 나타났다. 



“선생님 퇴근 안 하세요? 지난 3주 내내 야근하셨는데 오늘은 좀 쉬셔도 되지 않나요? ”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박이경에게 경석이 조심스레 말을 붙였다.

“아, 네 아직 정리할 것이 좀 있네요. 증빙서류 관련 서류도 정리해야 하고 취업 희망서 평가 관련 서류 정리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이 끝이 없으시네요. 미달난 이 상황에서도.”

경석은 어렵게 '미달'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으나 그 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박이경의 모습에 더 안쓰러움이 일었다. 

“선생님 오늘 점심도 못 드셨는데, 우리 저녁이라도 먹고 와서 일하죠. 제가 오늘 선생님 좋아하시는 냉면 살게요. 같이 나갔다 오시죠?”

박이경은 딱히 내키는 눈치는 아니었으나 경석의 계속된 재촉에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학교 앞 냉면 가게에 마주 앉은 둘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오늘 마감한 입시로 이어지고 있었다.

“올해는 이렇게 결론 났지만 내년은 더 힘들겠죠?”

“그렇다고 봐야지요.”

박이경의 짧은 대답에 한동안 둘은 말을 잇지 못했다. 때마침 나온 냉면으로 시선을 옮겼고 그렇게 둘은 냉면을 먹었다. 많이 지쳐 보이는 박이경이 묵묵히 냉면을 다 먹기를 기다려 경석은 말을 이었다. 

“오늘 냉면 면 줄기가 더 질긴 것 같지 않아요?”

평소라면 경석의 투정에 면을 워낙 좋아하는 박이경이 가볍게 맞받아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없이 종이컵에 물을 따랐다.

“중학생들이 보기에 우리 학교가 참 매력이 없나 봐요.”

박이경의 지적에 경석도 말없이 물을 들이켰다. 

하지만 차가운 냉면으로 풀지 못한 속상함이 물 한 잔으로 해소되지는 않았다. 

“이제 우리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겠죠. 이제 옛날에 기대어 입시를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홍보도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고”

“아니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홍보만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어요. 올해 홍보부에서 한 것만 봐도 할만한 것은 다했어요. 유튜브에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상담방 운영 등등, 수업하는 교사가 더 어떻게 하겠어요?”

“현장에 나간 교사들 탓일까요?”

“아뇨. 모두 다 열심히 뛰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현장에 나가신 선생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고 봐요. 학교 자체가 매력이 없으니, 학생 지원이 없는 것이지, 홍보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이번에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사이버 홍보 노력 덕분에 유튜브나 SNS, 학교 홈페이지 등의 학생 접속 건수는 작년에 두 배이상 기록했지만, 그것이 지원의 결실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우리 학교 학과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서울대가 홍보를 합니까? 안 해도 학생들이 몰리고 지방대는 아무리 홍보해도 학생들이 가지 않잖아요? 똑같은 상황인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봐요.”

고개 끄덕임으로 동의의 의미를 표한 경석은 자기가 생각한 해결책을 꺼내 들었다.

“결국, 남녀공학과 학급 축소를 준비해야겠죠.”

“그것도 한 방법이긴 하겠죠. 하지만 제가 더 크게 걱정하는 문제가 있어요. 선생님도 알다시피 중학교에 어느 사이에 커트 학교로 인식되고 말았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올해 상황을 겪으면서 이 지역에서 학교의 서열이 고정되어 갈 수 있다는 것이에요. 더구나 우리 선생님의 마음에도 외부에서 하는 말들이 굳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그 모습이 싫어요. 그런데 더 속상한 것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요.”

“그것은 우리만 인정하고 있지 않았을 뿐 이미 예상된 것 아닌가요? 우리 학교가 나름 선두에 서 있을 때 어떤 모습이었나요? 학교 건물에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학교는 그렇지 않아요. 거기에 답이 있음을 선생님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행동에 옮기고 있지 않다고 봐요. 마치 다이어트를 할 때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다들 말로는 학교를 위한다지만 힘들고 귀찮은 일을 나서서 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아요? 대표적으로 야간 자율학습 지도 하나만 봐도 선생님이 진학반 담임을 맡아 역할할 때 남아 지도하신 횟수에 비하면 1/10도 아니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은 것 보셨잖아요. 그리고 시대가 변하고 상황도 예전 같지 않아요.”

경석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박이경의 마음이 무거웠다.

“선생님 생각에도 몇 년 전처럼 우리 학교가 다시 돌아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글쎄요. 쉽지 않다고 봐요. 가장 큰 것은 제도적인 측면이 먼저 자리하고 있기에 동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에요. 특성화고 대입 전형 비율이 5% 유지될 때는 공부시켜 대학 보내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 제도가 1.5% 줄어든 탓에다 입학하는 아이들 점수도 낮아지다 보니 학습력도 떨어져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성화고 취업률 높이라면서 교육과정을 다 바꿔 놓은 것도 큰 이유잖아요. 교육과정 없이 교사들이 야간에 하는 보충수업만으로 그것들을 해결할 수 없잖아요?”

경석의 말을 박이경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인 것도 분명했다. 한때 Hn고가 주변 인문계보다도 높은 진학률을 자랑할 때 분명 제도의 도움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진학자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서울 상위권 대학에 다수의 입학생을 배출했었던 것은 특성화고 특별전형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입시 결과의 입소문에 의해 많은 학생이 학교를 지원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년에 차라리 1학년 담임들을 다 바꿔 보는 것도 답이 아닐까요?”

경석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박이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만 요즘 홍보 다녀보면 재학생들의 불만족 때문에 학교 지원을 꺼리는 경우도 많았어요. 특히 올해 1학년에서 사안들이 많았었잖아요.”

합격점수 하락한 탓에 중학교에서부터 문제 소지가 있는 학생의 입학 숫자도 늘었고 그로 인해 학급에서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직접 경험한 사실인가요?”

아름아름 홍보에 마이너스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전언은 있었지만, 그 문제의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박이경은 경석의 말을 통해 그동안 품었던 막연한 걱정이 뚜렷한 현실로 다가왔다.

“제가 홍보 지원 나간 T 중에서도 2명이 그런 말을 했다고 담임 선생님 전하시더라고요. 언급하신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라 뭐라고 항변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표면으로 드러난 것도 문제지만 숨어 있는 숫자도 많다고 봐요. 아이들 사이의 소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전달되고 있으니까요.”

“그 문제 해결책이 1학년 담임에 있다는 것인가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합격점수가 떨어져 반 아이들과 관계 형성도 힘들고 수업하기도 힘들다고 말씀하시지만, 솔직히 그 학생들과 유대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가 더 본질이 아닐까요? 

홍보하면서 그토록 힘들게 데리고 온 아이 하나하나를 잘 돌보지 못하는 학교에서 다음의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단적인 사례가 송재훈 선생님이 보여주셨잖아요? 누구도 맡기 싫어한 반에서 학생 문제 사안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게 만들어낸 결과물이요. 비법을 묻는 제게 재훈 선생님 그러셨어요. 면담 한 시간씩 한 학기에 다섯 번 정도만 하면서 아이들과 만나고 설득한다면 담임의 말을 무시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자기가 하기 싫어하는 일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몸소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어요. 대표적으로 그 반 청소가 그랬다고 해요. 아이들에게 청소 안 시키셨대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이라 아이들에게도 안 시키고 그냥 혼자 하셨다고 해요. 그랬더니 2학기부터 아이들 스스로가 남아서 하더라는 것이에요. 아이들이 마냥 어린것이 아니라고 그들도 다 보고 있다고, 그런데 이런 것을 하는 선생님이 많이 사라져 아쉽다고.”

“선생님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거창하게 의식까지 말할 것은 아니고 단지 1학년 때에 우리 학교가 목표로 하는 학생 모습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아이들에게 격려와 관심의 손길을 베풀어준다면 그 효과가 2, 3학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사실 아시지만, 우리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정에 굶주린 아이들이잖아요? 성취감도 못 느껴봤고 그 아이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심어 줄 수 있는 시기가 1학년 아닌가 생각해 본 것이에요.”

좋은 아이디어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마다 업무분장 시 담임 신청자는 줄어들고 있었고 인사 규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다 보니 관리자라 해도 함부로 임의로 담임 배치를 하기 어려웠다. 

“좋은 생각이네요. 하지만 교과 배정도 그렇고 인사 규정도 존재하니,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강해요. 비상 상황에 어울리는 단호한 대책 없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냐고요. 해마다 똑같이 반복하면서 나아지길 바란다는 것만큼 모순적인 일은 없다고 봐요.”

“오늘 많이 화난 것 같은데, 참으셔요.”

“화난 것 맞아요. 선생님한테라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런 기분 저나 선생님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마 모두 느끼고 있다고 봐요. 단지 누가 좀 더 치열하게 생각하는가? 여부에 차이는 있을 수 있죠.”

“제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학급 수 감축과 그로 인한 학교 이동을 겪은 탓인지 이런 문제 앞에서 더 예민한 것 같아요.”

“아 그도 그럴 것 같군요.”

 중학교 학급 수 감축으로 인해 고등학교로 이동해 온 경석이 느끼는 감정은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해 온 자신이 모르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그래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선생님의 도끼날이 너무 날카롭게 서 있어 더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도끼날이요?”

“네, 얼마 전에 지인이 도끼날 이야기를 보내주셨는데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도끼가 그렇다고 하네요. 너무 날이 서 있으면 장작에, 모탕에 날이 찍혀서 빼내기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무뎌야 장작이 잘 패질 수 있다고. 그 의미는 주변의 자극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으로 감정 소모가 너무 큰 저를 걱정해 주시는 말씀이었는데 오늘 보면 선생님이 그런 것 같아요.”

“말씀 듣고 보니 제가 선생님 앞에서 조금 선을 넘은 것이죠? 오늘 제일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셨을 선생님에게 제 푸념만 늘어놓았네요.”

“아니에요. 이게 다 선생님이 학교를 생각하는 열정이 있어서 그런 것 다 알아요. 그리고 저를 위로해주고 싶은 그 마음 제가 왜 모르겠어요. 오늘 모두가 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모저모로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것일 뿐이에요.” 

“정말 답을 찾을 수 없을까요? 언제까지 이렇게 홍보 다니느라 마음 졸이고 살아야 하는지 속상해요.”

박이경도 그동안 나름의 대안을 찾아 고민해 왔지만,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학급 수 감축에서부터 학과 재구조화, 남녀공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방안을 염두에 두고 살폈지만, 어느 하나도 해결책이 못 되었다.

먼저 외부적 환경의 악화가 가속되고 있었다. 학령인구 저하와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특성화고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나 매력은 마땅하지 않았다. 예전에 갖고 있었던 수업료 면제 카드도 고교 전면 무상교육 실시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고졸 사원을 바라보는 사회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흔히 역할 모델로 비교하는 독일과 유럽의 학교 구조처럼 장인이나 고졸 사원이 대우받는 세상도 아니었다. 더구나 최근에 있었던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의 죽음은 사람들에게 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강화한 꼴이었다. 

큰 틀에서 우리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포용해 주면서 한 명의 사회 구성원이자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손을 놓고 있는 문제가 가장 컸다. 

 내부 역시 성장 동력을 찾기 쉽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교사들의 조직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직선제로 뽑힌 교장이 상징하는 민주적 학교 문화는 장점도 많았지만,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 문화가 주는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먼저 나서 무엇을 하기보다는 자기가 감당할 일의 최소화를 통해 자기의 편함을 찾고자 하는 경향도 늘고 있었다. 더구나 무조건 나는 못 한다고 나오는 교사를 함께 하도록 끌어들이기 쉽지 않았다. 막무가내 몇몇 교사가 남기고 간 폐해를 쉽게 따라 하려는 문화도 은근히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관리자의 리더십 부족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교사 직급 체계가 갖는 구조적 모순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학교도 부서와 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일반 회사와 달리 서열화된 구조라 볼 수 없었고 오히려 각 부서장에게 많은 일이 몰리다 보니 서로 부서장을 하지 않으려는 구조였다. 더구나 아이들과 뒤엉켜 무엇인가를 하다 보면 늘 크고 작은 일을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데, 그것을 감당하며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교사들에 대한 보상은 기대할 수 없었다. 반면에 문제 발생 시 떠안아야 하는 책임은 커지다 보니 굳이 문제 상황 속에 뛰어들고자 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었다. 이경은 언제부터인가 하고자 하는 사람의 기를 죽이는 조직이 되어 가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다양한 학교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회의와 협의회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끝났을 때, 만족감을 얻고 끝난 경우는 너무 드물었다. 

“안 그래도 힘드셨을 텐데, 제가 너무 어려운 질문을 던진 것 같네요. 이럴 때는 부장님이 담배를 태우시거나 술이라도 잘 드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스트레스 풀 방법도 찾아야 할 텐데…….” 

“스트레스는 저만 받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냉면도 사 주시고 저를 도와주고 위로해 주시는 분이 있으니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고마워요” 

경석은 오히려 박이경의 마지막 말에서 그가 감당하고 있는 고민의 폭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냉면집을 나서 학교 쪽으로 발길을 옮긴 박이경의 축 처진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전 13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