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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 Sep 24. 2023

천국과 지옥은 내 마음 안에 있어_

내 마음에도 가을이 왔군요, 

지난밤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줄 알았다. 마치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 같은 기분 좋게 딱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가을이 왔다. 9월의 시작을 두려워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9월의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나온 날들을 돌아본다. 바쁜 와중에도 동료들과 웃으며 종종 잡담을 나누는 시간이 생겼다. 상담의뢰가 계속 들어오면서 상담사례를 고민하며 나누는 시간도 생겼다. 센터 내에서 각자가 맡은 일이 있지만 서로 소통하고 도우며 일해야 덜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들이 있었다.


전임으로도 프리랜서로도 일해 봤고, 모두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 또한 안다. 나는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해보는 업무들을 맡아하면서 늘 긴장 속에 일한다. 특히 내가 주로 해왔던 상담보단 익숙지 않은 사업 집행, 행정, 기타 잡무가 훨씬 많은 이 자리의 업무에 적응하려면 앞으로도 한참 걸릴 것 같다. 

직장에 소속되어 자유롭지 못하고 하기 싫은 업무도 해야 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힘들다. 그렇지만 그저 견딜 뿐이다. 상담만 하고 싶어 프리랜서로 일해봤지만 그 역시 마냥 만족스럽지 않았다. 배정되는 상담 사례가 많아질수록 소진이 컸다. 전임이든 프리랜서든 이러나저러나 밥벌이는 힘들다. 그저 내가 좀 더 우선하는 가치에 따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나저러나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그냥 일을 하기가 싫은 건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전업주부가 되면 나는 만족스러울까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만 나 자신과 나의 현재, 나의 삶에 만족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데, 나는 늘 잘 만족하지 못한다. 행복은 자기만족이라고 했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행복하지 않은 걸까. 

그렇지만 나는 현재의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두렵지만 시도하고 힘들지만 해보는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지금은 그 어느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결국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은 하기 싫은 일도 하며 견디는 중인 것이다. 

내겐 일이 주는 의미가 특히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하기 싫은 일들도 많지만 어차피 해야 한다면 가능한 좋게 바라보려고 한다. 상황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내 것이라 바꿀 수 있다.       

    

요즘은 오후 두세 시경만 되면 졸음이 쏟아진다. 오늘은 신랑이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자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갔다.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지만, 지금 나는 몹시 졸리다. 요즘은 밤에도 보통 10시면 곯아떨어진다. 잔뜩 날이 서 있던 내 마음이 서서히 무뎌지는 건가 싶기도 하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이전과 같지 않다. 천국과 지옥은 결국엔 내 마음 안에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으로 결정된다. 책 읽기 좋고 글 쓰기 좋고 산책하기 좋은 가을왔다. 지금을 잘 견디고 난 이 계절의 끝엔 지금보다 또 한 뼘 성장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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