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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 Oct 01. 2023

나를 비우고 지켜봐 주는 일_

나 아무것도 없어,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가능하면 완벽하게 준비해 주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씨앗을 뿌렸다고 해서 그 씨앗이  자라는 것까지 우리가 내키는 대로 하거나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다."


"나의 감정을 부정하지도 않고, 아이들을 내 마음에 맞게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문제도 나의 문제도 아니고, 내가 그런 점을 싫어하는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에 대한 발견이고, 서로 비교하고 관찰하면서 특별하고 독특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즐기게 된 아이들은 엄마인 나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너그럽다."


"엄마 노릇은 '나 아무것도 없어.'라며 증명해 보일게 없어질 때, 애가 나 대신 그걸 증명하려고 나선다. 그게 스스로 잘 크는 것이다."


"내 아이를 '가르치지 않고', ' 관찰하기'. 관찰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칭찬이나 비난, 모두 하지 않는 것이다. 칭찬이나 비난 모두 관찰이라기보다는 엄마인 나의 '의견'이다. 혹은 사회적인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지, 아이 자체는 아니다.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본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가장 간단한 질문은 "이건 뭐야?"정도이다."


"더 큰 우리의 소통은 상대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다. 그 관찰의 주인은 각자 자기 자신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타인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나 자신을 비워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위에 적힌 내용들은 <부모는 관객이다>라는 책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와 나의 관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엄마인 나의 기준에 맞춰 아이를 재단하지 말고, 아이가 자신이 타고난 기질대로 자유롭게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자기 자신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줘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상담 역시 이와 비슷하다. 그러고 보면 상담과 육아는 참 많이 닮아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려고 하면 안 된다. 돕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면 많은 것을 해주려고 하게 되고 결국 상담자가 앞서 가게 된다. 상담자가 이끌지 말고, 내담자의 역동에 따라 가주어야 한다. 같이 맞춰 나가야 한다. 내담자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보다 구체화시켜 주어야 한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변화시켜선 안 된다. 이는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담자에게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불안을 견디면서 내담자의 마음을 느껴야 한다.


나는 내가 엄마로서 상담자로서 뭔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늘 느꼈던 것 같다. 내담자와의 회기가 거듭되고 그만큼 관계가 돈독해질수록 나는 자꾸 조언하려 하고 한편으론 잔소리가 되어 마치 부모처럼 내담자에게 가르치려 했다. 뭔가를 자꾸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 그 불안이 내게 늘 있었다. 아이에게도 상담 장면에서도 그 마음을 좀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옆에 있어주고 지켜봐 주고 들어주는 것이, 뭔가를 대신해 주거나 가르치는 것보다 내게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 내 아이나 내담자의 문제를 방관한다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어준다는 것.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지켜봐 준다는 것이.

좋은 엄마, 유능한 상담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엄마로서 상담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너는 내가 아니니까, 너만의 방식대로 네가 만들어갈 방식대로 너의 세상을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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