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입사 두 달 차, 아이는 방학 한 달 차.
아이는 자라니까(잘하니까) 나만 자라면(잘하면)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초등 3학년인 10살은 마냥 어리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다 컸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나이다.
두 달 전 재입사를 고민할 때, 가장 신경이 쓰였던 점은 방학 중 집에 혼자 있어야 할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는 작년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이는 엄마가 일하는 것을 찬성했고 오히려 지지해 주었다. 나는 아이의 성장에 놀랐고 대견함을 느끼면서도 아쉬운 마음까지 상당히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럼에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있을 아이에게 마음이 쓰였다.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아이에게 연락해 밥은 먹었는지 뭐 하고 있는지 물었다. 엄마의 걱정과 달리 아이는 내가 싸놓고 온 도시락도 혼자서 남김없이 잘 먹었고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에도 스스로 시간을 잘 지켜서 갔다.(아직 핸드폰이 없지만 학교 교문을 통과하면 알림 문자가 오고 학원에 가면 등원했다는 알림 문자가 오므로 알 수 있다.)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가 고맙고 기특했다.
어제는 아빠가 야근이라 둘이서 저녁을 먹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보고 일 하라고 한 거 후회하지 않아?"
아이가 말했다. "아니. 돈 벌어야지." 아이의 대답에 내가 다시 물었다. "엄마가 돈 벌면 뭐가 좋은데?"
아이가 말했다. "뭐 이사도 가야 하고.. 내가 갖고 싶은 것도 많이 사줄 수 있잖아."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에 내가 일하는 것을 반대했던 아이를 설득하며 신랑이 했던 말이기에 정말 아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곧바로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혼자 있으면 책 읽어주는 어플 들어도 돼서 좋아."
순간 나는 아이의 마음을 눈치챘다. 아이의 성장에 다시 한번 대견함과 아쉬움을 느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엄마인 나는 집에 혼자 남아 있을 아이가 외롭고 쓸쓸해 보였지만, 아이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엄마의 간섭 없이 혼자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오히려 자유롭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생각하며 느낀 외로움과 쓸쓸함은 내 것이었던 것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의 마음이라고 여겼던 내 마음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