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남친이자 현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나는 꽃 선물이 싫었다. 꽃을 사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물건을 사면 남기라도 하는데 꽃은 시들면 그만이니 '예쁜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꽃을 보면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나들이를 가거나 산책을 하며 만나게 되는 작은 꽃들조차도 예뻐 보인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피어날 때에 맞춰서 스스로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이 신기하고 참으로 기특하다.
우연히 재작년에 꽃다발과 꽃바구니 만들기 과정을 듣게 되었다.
평소에 꽃에 관심이 있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건 처음이기에 첫 수업부터 설레었다.
일주일에 두 번가는 시간은 나에게는 힐링이었다. 꽃향기를 맡으며 꽃을 다듬고 만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생김이 다른 꽃들은 저마다 향기도 조금씩 다르다.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꽃도 있고 코를 대기 전부터 향기가 올라오는 꽃도 있다. 꽃에 대한 마음이 이토록 진심이었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수업때 만든 꽃다발과 꽃바구니
'맞다. 엄마도 꽃을 좋아하시지.'
만들어 온 꽃바구니는 집에 두기도 하고 엄마께 선물해 드리기도 했는데, 중학교 때 엄마가 꽃꽂이 배우시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YWCA 혹은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배우셨던 것 같다. )
항상 꽃 옆에 서보라며 사진을 찍어대시던 엄마. 진분홍 철쭉은 햇볕을 받아 그렇게나 화사한데, 나의 얼굴은 화사하지 못했던 사진 찍기 싫어 인상 써대던 그 시절의 엄마가 이해가 안 되던 나의 모습도 생각이 난다.
꽃가게에서 파는 꽃도 예쁘지만 요즘은 오히려 길에 피어있는 소박한 들꽃도 예쁘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꽃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저마다의 모습으로 '나 여기 있소'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진을 찍는다고 쪼그리고 앉아 초점을 맞추고 '찰칵'거린다. 언제나 눈으로 보는 색감이 훨씬 예쁘지만.
길가에서 만난 꽃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어렸을 땐 이해가 되지 않던 일들이 커서는 저절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꽃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사진첩에 꽃사진으로 가득 찬다는 것.
나 밖에 모르던 내가 가족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것.
엄마가 왜 꽃을 좋아했는지 어렸을 때 이해가 되지 않던 일들이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보니 나 역시도 꽃을 좋아하게 되고, 젊었을 때 엄마에게 들었던 차조심하라는 잔소리가 지금은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가 되고, 지금 70대인 엄마의 이해 안 되는 행동도 내가 70대가 되어보면 또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될 거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