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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n 16. 2023

전원생활의 최적시기는 5월부터 10월

 시골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

  


전원주택의 최고의 계절은 언제일까?

내가 8년간 겪어본 바로는 일단 겨울은 탈락이다


시골의 겨울은 춥다 못해 이가 시릴 정도다

나무보일러면 충분한 나무로

찜질방처럼 만들 수 있겠지만 사유지도 없으면

나무를 구해오는 것도 문제다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아파트의 보일러 값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파트의 단열효과에 발꿈치도 못 미치는 게 전원주택이다.

아무리 단열재를 많이 넣어서 지어도

위아래 옆으로 수많은 세대가

단열재 역할을 대신해 주는 아파트 보다 따뜻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여유만 된다면 겨울엔 아파트에서 지내고

전원주택은 5월부터 10월까지 지내는 게 가장 좋다






1. 봄

햇살좋은 봄날의 귀여운 청룡다온이

봄에는 겨울 동안 잠자고 있던 많은 생명들이 꽃을 피우는 시기이다.

다소 밋밋했던 전원주택의 겨울과는 달리

봄이 되면 파릇파릇한 잔디가 나기 시작하며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이 시기가 되면 여러 모종과 예쁜 꽃들을 구입해 화단에 곳곳에 심기 시작한다.

4-5월이 되어 날씨가 더욱 따뜻해져서 데크에 앉아 차를 마시며 꽃이 핀 걸 보고 있으면 향이 퍼지듯 아름다움과 행복이 마음속으로 잔잔히 퍼져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수줍음이 꽃말인 작약과 자목련 앞에선 청룡 다온

4월은 라일락, 5월이 되면 장미가 가득한데

울타리에 장미가 많으면 습기가 차 벌레가 쉽게 모이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매우 고되다

결국 부모님은 울타리에 바람이 쉽게 잘 들어오도록 많은 장미들을 정리하셨다.

장미가득한 곳에서 낮잠 자고 있는 다온이와 실내에서 바라본 장미풍경
라일락 나무와 함께 화단의 예쁜 꽃들과 청룡 다온이
라일락과 행복하게 웃고 있는 청룡 다온이






2. 여름

여름 초입 개구리 합창 소리 감상 중인 청룡이
초여름 모내기 중인 논의 하얀 학

여름은 전원주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마당에 잔잔한 인디음악을 틀어놓고 밖에서 바비큐를 구워 먹고

밤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별들이 시골에서는 별자리를 그릴 수 있을 만큼 가득하다

개구리 소리와 함께 향기로운 시골의 정취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마당에서 걷기 운동 후 들어와 샤워를 한 뒤 수박을 한 입 베어 먹으며

선풍기 바람을 쐬면 저절로 시원한 상쾌함이 온몸을 감싼다

밤늦도록 TV를 보며 가족들과 수다를 떨고

잠자리에 들면 그야말로 숙면을 취하게 된다

도시에서의 불면증도 스트레스 없는 자연의 삶 속에서는 싹 사라진다.

마당이 있는 야외생활의 장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계절이다.






3. 가을

코스모스 목걸이를 한 청룡이
푸른 논들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앉아있는 청룡이와 밭에서 수확한 사과대추를 바라보는 다온이
가을 노을과 청량한 하늘을 마음껏 즐기는 청룡다온이


한층 선선해진 산바람으로 인해 가을이 오는 것을 바로바로 느낄 수 있다.

익어가는 초록색 벼를 보며 감성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더웠던 여름을 지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와서

높고 푸른 하늘들을 보며 아기 얼굴 같이 붉은 얼굴을 하고서 지는 노을들을

실컷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아직 여름의 끝자락이 붙잡고 있는 해로 인해

낮은 덥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아버지는 가을이 되면 매일 시원한 바람을 맞으시며 자전거를 힘껏 몰며 운동을 하시곤 한다.

집 마당을 강아지와 발맞춰 걸으며 부드러운 털을 만지며 뛰어놀면 이 세상에서 더 바랄 것이 없다.

저녁이 되면 드디어 사색 끝판왕인 불멍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치킨을 가장 많이 먹는 계절이기도 하다.





4. 겨울

눈 오는 날 발랄하게 뛰어오는 귀여운 청룡이


추운 겨울을 달래주는 것의 가장 큰 즐거움은 야외에서 숯불에 고구마를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에어프라이에 금방 돌려서 먹는 것과는 다른 맛이다

은박지에 싸서 고구마를 올린 뒤 익으면 손으로 껍질을 까서 호호 불며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한 입 먹을 때의 그 달큼한 맛이란 ,

아무리 딱딱한 사람이라도 스르르 녹아버려

미소가 가득하게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조심스레 고구마를 먹으며 배시시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온기에 추운 몸도 마음도 서서히 녹아내린다

 

눈이 많이 왔을 때 아버지가 만든 눈사람과 송아지 방한복을 입은 청룡


눈 내리는 걸 보는 감성소년 청룡이


겨울이 되면 강아지들은 항상 송아지 방한복을 입는다. 사실 패딩처럼 따뜻하고 튼튼한 중대형견 옷들이 잘 없어 송아지 방한복을 찾아 입히기 시작했다.

덩치가 큰 청룡이에게는 너무 졸려서 결국 등을 잠그지 않고 끈으로 묶어버렸다. 얼떨결에 중대형견 수제 옷을 만든 셈이다.

덩치가 작은 다온이에게는 송아지 방한복이 딱 맞았다.

하얗게 눈이 내린 날에는 방한복을 입고 강아지들은 유독 신나 한다.

펑펑 내린 눈 위에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걱정 없이 뛰어노는 개구쟁이 소년 소녀 같다.

눈에 강아지 작은 발자국이 총총 나있으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부모님과 함께 아주 커다란 눈사람을 만든 뒤

강아지 청룡, 다온이와 다 함께 사진을 찍었던 것이 아주 즐거웠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직장 다닐 때는 출근 시간에 늦을세라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콘크리트 건물로

출근하면서 모니터를 보는 것이 다였다.

퇴근길에는 어느덧 어둠이 자리하고 있고 하루하루는 컴퓨터와 함께 금방 지나가버리고

계절의 변화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부터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서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느낌이다.


정해진 시각마다 마당에 찾아오는

귀여운 새의 지져 귀는 소리,

옹기종기 대야에 앉아 물을 먹는 참새들,

여름밤만 되면 옆 논가에 몰려들어

목소리가 누가 큰지 시합하는 개구리 소리,

한여름 짧은 생 동안 실컷 우는 매미 소리,

봄이 되면 간질간질하고 말랑말랑한 따스한 바람이

내 볼을 스치며 지나갈 때의 설렘,

산속 풀 내음이 높고 푸른 가을 하늘 바람에

수줍게 실려올 때의 상쾌함

눈이 쌓였을 때 강아지의 발자국과 바로 옆의 나의 큰 발자국, 그리고 사각사각 걷는 소리들


이 모든 것을 음미하듯이 느낄 수 있는 푸릇푸릇한 건강함이 깃든 지금이 좋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나를 건강하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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