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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머물지 않는 사랑

솔직한 사랑이 외로움을 만들다.

by 세린

나는 사랑 앞에서 진심이었다

나는 사랑을 할 때 솔직하다.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한다.

계산도 없고, 밀고 당기기도 서툴다.

어쩌면 요즘 시대의 연애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게 나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내 마음은 늘 끝이 조용했다.

처음에는 나를 좋다고,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하나둘씩 멀어졌다.

애정이 식었다기보다는, 마치 마음은 있지만 미래를 같이 할 정도는 아니라는 듯이,

그들은 나를 머물 곳이 아닌 ‘잠시의 감정’으로 여겼다.


나는 사랑을 확인받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좋아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지, 이 사랑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사랑을 한다면, 그 끝에 함께할 미래를 상상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대부분 고개를 돌렸다.

나에게 그들과의 미래를 말하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나의 손을 잡은 채로, 마음은 한 발자국쯤 뒤에 서 있었다.

진심을 내밀면, 그들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내일의 우리를 말하지 않았다.

마치 그저 ‘지금만’ 괜찮은 사랑을 원하는 듯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슬펐다.

나 혼자 미래를 그리고, 나 혼자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사람은 단지 오늘만 따뜻하면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늘 사랑 안에서 오래 머문다.

상대가 아직 멀리 서 있을 때도, 나는 이미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주 상처를 입었다.

내가 너무 앞서갔기 때문인지, 그들이 애초에 그 길을 함께 걸을 생각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다.

나는 사랑받고 싶고, 더 깊은 관계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진심을 ‘무거움’으로, 내 미래를 향한 시선을 ‘부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가볍고 자유로운 사랑을 원했고, 나는 그 자유 안에서 점점 불안해졌다.

그들의 마음에 내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미래에는 분명 내가 없었다.

그 차이를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는 순간, 마음이 허물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솔직하고 싶다.

가끔은 나도 마음을 숨기고, 덜 표현하고, ‘쿨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그러면 덜 상처받을까? 관계가 오래 갈까?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이 아니다.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순간은, 사랑할 때 진심을 다할 때다.


나는 여전히 사랑받고 싶다.

나의 감정을 ‘무겁다’고 하지 않는 사람, 내 솔직함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사람,

되려 고마워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질리는 사람’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이고 싶다.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는 사람과, 같은 온도로 손을 맞잡고 같은 곳을 보며 걷고 싶다.

내 사랑이 가벼운 즐거움이 아닌, 깊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그런 사람.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머물고 싶은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사랑이 한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함께할 내일이 되는 그런 사람을 만나기를,

바보같지만 오늘도 나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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