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안의 고독
나는 분명히 알았다. 그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 없는 말투, 책임지지 않는 태도, 그리고 언제나 흐릿하게만 남는 우리 사이의 경계선.
그럼에도 나는 계속 그 옆에 있었다. '이쯤이면 사랑일까?'라는 물음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그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버텼다.
"우리 무슨 사이야?"라는 질문을 꺼내는 것이 두려웠다.
혹시 그가 나를 떠날까 봐, 혹은 그의 대답이 내가 원치 않는 진실일까 봐. 그래서 나는 애써 입을 다물었다. 마치 아무 문제 없는 연인처럼 행동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항상 허전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느낌. 그 결핍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졌고,
결국 내 감정은 안개처럼 흐려져 갔다.
하루하루 그와 함께 있는 순간이 좋아서, 놓기 싫었다.
동시에 그와 함께 있음에도 느껴지는 고독이 나를 잠식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다는 감정은 참으로 잔인했다. 나는 나 자신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상대가 나를 확실히 선택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없이 그를 기다리고, 바라보고, 붙잡았다.
마치 언젠가는 그도 나에게 확신을 줄 거라고 믿는 것처럼.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내 얼굴이 너무 낯설었다.
생기 없는 표정, 자주 울다 지친 눈, 그리고 예전의 나와는 다른 텅 빈 눈빛.
언젠가부터 나는 단 하루라도 안 우는 날이 없었다.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조차 사실은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내려앉았다.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이렇게밖에 사랑할 줄 몰랐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웠던 건, 그런 그를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다.
분명 행복하고 싶었는데, 그를 곁에 두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그 애매한 사랑 안에 머물러 있다.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오늘도 그에게 건넨 연락을 기다리며 심연에 나를 잠식시킨다.
사랑을 빙자한 관계의 틈에서, 나는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