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은 (당연하지만) 이유도알려주지 않고 하루종일 울었다.배가 고파도 울고, 기저귀가 젖어도 울고, 잠이 와도 울고 뭔가 불편해도 울었다. 배가 고파서 울면 모유나 분유를 주고, 볼일을 봤으면 기저귀를 갈아주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나머지였다.
'잠이 오면 자면 되지, 왜 안 자고 우니...'
저절로 드는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궁금했다. 잠이 오면 자면 되지 왜 우는지 그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 하나면 안아서 재우면 될 일이었다. 둘만 돼도 남편 한 명, 나 한 명 안아 재우면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셋. 안아서 재울 수만 있어도 행운이었다.
잠이 와서 우는 건 이유나 알 수 있었다. 나는 모를 '뭔가 불편한 그 무엇'으로 울 때는 도대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어디가 아픈가? 더운가? 추운가? 답답한 마음에 깔아본 아이울음을 분석해 주는 앱에서는 대부분 우리 아이들 울음의 이유를 '배앓이'로 해석해 주었다.
"배가 아파요..."
앱의 설명대로 우리 아이들은 배앓이를 자주 했고 토도 많이 했다.잘 자다가 얼굴 위로 거대한 분수를 뿜어내기도 했다.(일명 분수토)
모두들 잠든 고요한 새벽, 끝나지 않았으면 싶은 고요의 정적을 깨고 누군가가 운다.소파에 기대 깜빡 졸던나는우는 아이가 누군지 확인하고 수유노트를 찾아본다. 밥 먹을 시간이 되었구나.아이를 안고 모유를 데우러 가려는 찰나, 다른아이도 운다. 둘이 동시에 운다. 그래, 나 한 명 남편 한 명 먹이면 되지. 그런데 어쩌지? 나머지 한 명도 배가 고프단다. 그렇게 배가 고픈 나의 세쌍둥이 아이들은 동시에 울어대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손이 떨리며 식은땀이 흐른다.누구부터 안아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는 사이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한층 더 커진다. 셋이 울어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귀가 따갑다 못해 머릿속이 울린다.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목청이 터져라 울어댄다. 누가 더 크게 우는지 시합이라도 하려는 기세다. 고요한 새벽에 이 정도 울음소리면 윗집, 옆집에 다 들릴 것 같다. 어쩌지. 과일과 함께 편지라도 써서 미리 찾아가야 하나. 맞다, 요즘은 아이가 심하게 울면 이동학대 의심 신고를 많이 한다던데, 신고라도 당하면 어쩌지, 걱정이 된다. 소리만 들으면 애들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는 것 같다. 경찰이 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정신을 다 잡고 남편이 분유를 타러 간다. 모유를 데우는 건 시간이 너무 걸리기에 젖병을 대고 분유 제조기의 버튼을 누른다. 남편이 분유를 내리러 간 사이 아이 셋을 어떻게든 들쳐 안는다. 울부짖는 아이들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등바등 몸부림치는아이 셋을 안고 있자니 내 눈에서도 어느새 눈물이 떨어진다. 아이들처럼 목놓아 울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 주책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라도 닦아보려 하지만 남는 손이 없다. 남는 발도 없다. 세쌍둥이를 낳고 알게 된 것은 발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발로 안아주기, 발로 만져주기, 발로 밥먹이기, 발로 장난감 들어 놀아주기등.
맘마먹는 꼬물이들
내가 두 명, 남편이 한 명을 먹인다. 둘 다 안고 먹이는 건 힘들어 역방쿠(역류방지쿠션)에 아이들을 눕혀 양손에 젖병을 들고둘을 먹인다. 세쌍둥이에겐 필수라고 해서 산 셀프수유쿠션은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아이들은 셀프수유쿠션으로는 잘 먹지도 못했을뿐더러, 조리원에서부터 너무 잘 게워내었기에 위험해서 쓸 수도 없었다.심하게게워 내는 것은 천천히 먹이고 나서 30분 이상 안고 있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었다. 게워냄이 가장 심한 2호는 한 시간을 안고 있어야 했다. 오래 안고 눕힌 이후아이들의 게워냄은 훨씬 줄었다.아이들을 다 먹이고 둘, 하나씩을 안고 밤을 지새운다.한 시간쯤 지나 아이들을 역방쿠에 눕힌다. 운이 좋다면, 지금부터 다음 수유 시간까지1시간 반에서 2시간은 눈을 붙일 수 있다.
"제발 아무도 울지 말고 토하지 말고 2시간을 푹자줘."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심지어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지막이, 그리고 간절하게 부탁한다.
이렇듯 3명이 동시에 울면 울 때와 먹일 때는 눈물, 콧물 쏙 빼게정신이 없어지만다 먹이고 나서 시간적 여유는 약간 생겼다. 물론 그 여유를 깨버리고 울어버리는 아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라도쉴 수는있었다.
아이들의 수유시간은 보통 3시간이지만 기계처럼 3시간에 딱 맞는 건 아니기에 수유시간은 계속 달라졌다. 둘, 셋이 동시에 배고파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잘 맞아떨어져 한 명씩 차례차례 배가 고플 때도 있었다. 그럼 아주 여유롭게 한 아이를 안아 먹이고 앉아서 트림을 시키고 안아주다 눕혔다. 평소 둘, 셋을 안고 있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주 여유로웠다. 마음에도 여유가 넘쳤다. 이렇게 평화롭게 한 명만 먹이면 된다니!이거 세상 우아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