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끝맺지도 않은 이도저도 아닌짧은 말다툼 후, 그래도 남편은 아이 둘을 동시에안고, 아이들의 응아도 씻기는 등 여러 가지를 해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었고 오히려 내가 자신의 피곤함과 힘듦을 이해해 주지 않음에 섭섭함을 느끼는 것같았다.
어느 날, 아들 둘을 안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아들 둘 다 나중에 결혼해서꼭 세쌍둥이를 낳았으면 좋겠다."
대충 대답이 짐작은 되었지만 그래도 물었다.
"왜?"
"자기들도 세쌍둥이를 키워봐야 아빠가자기들을 얼마나 고생하며 키웠는지 알 거 아니야."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말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근데 수빈이(딸)는 세쌍둥이 안 낳았으면 좋겠다. 수빈이가 너무 힘든 건 싫다. 아빠랑은 다르니까. 수빈이 몸 망가지고 제대로 회복할 새도 없이 애 본다고 이렇게 고생하는 건 싫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걸 아는 사람이 나한테 그랬단 말인가.
"그걸 아는 사람이 나한테그래?"
남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그러냐는 표정이다.
"아 또, 뭐?"
잠시 생각하다 남편에게 말했다.
"만약에 수빈이가 나중에 세 쌍둥이를 임신해. 그리고 낳았어. 임신했을 때랑 아기들 낳고 나서 딱 나처럼 고생해. 근데 제대로 회복할 새도 없이 성치 않은 몸으로 애들을 봐야 해."
남편의 표정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근데 수빈이 남편, 그러니까 미래의 네 사위. 그 사위가 딱 지금의 너처럼 수빈이한테 한다고 생각해 봐.자기 피곤하다고, 힘들다고, 자기보다 잠도 잘 못 자면서애들을 더 많이 보고, 모유수유까지 하고, 애들 낳다가 죽다 살아온 수빈이한테 딱 네가 지금 나한테 하는 것처럼 온갖 짜증을 다 낸다고 생각해 봐.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네딸한테."
남편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참다못한 수빈이가 남편한테너무 한 거 아니냐고 뭐라 했는데, 남편이 수빈이한테 더 화를 내. 나는 피곤도 하면 안 되냐, 너보다 많이 자서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비꼬아.그럼 너는 사위한테 뭐라고 할래?잘했다고 할래?"
자신의 상황이 너무 힘들어 객관적으로 우리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던 남편이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표정으로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 있었다.
"왜? 네가 나한테 이러는 건 괜찮고, 미래의 네 사위가 수빈이한테 그러는 건 안돼?"
며칠 전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남편이 말했다.
“미안해.”
진심에서 나온 사과였다.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아빠에게 붙어자는 딸
그날 이후, 남편은 짜증과 화를 줄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물론 오락가락하고, 가끔 우리는 또 싸우고, 더 크게 싸운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남편은 많이 달라졌다.그리고 우리는 더 단단해졌다. 사실 우리는 의지할 데가 서로밖에 없었다. 힘들다고 징징거릴 곳도 서로밖에 없었다.
남편은 다정함과세심함은 부족하지만, 사실은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다. 항상 나와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두며, 모든 돈과 시간을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만 쓴다.
이사로 인해 여유가 없는 가계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을 낳고 망가진 내 몸을 위해 빚을 내면서 까지여러 가지 치료와 케어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언제나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은 뒤로 미루는 사람이다. 더해주지 못해 나에게 미안해하고, 어떤 일을 결정할 땐 내 의견을 우선으로 둔다. 다툼이나 싸움이 있을 때도 결국은 나에게 져주고 먼저 사과해 주는 사람이다.
그 당시 우리는 둘 다 너무 힘들었고, 예민했고, 날카로웠으며 이성적인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미성숙한 인간 둘이 만나 아이 셋을 동시에 낳았다.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셋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먹이고, 닦이고, 재우는 동안 우리의 인생은 지워지고 있었다.그러나 지워지고 있는 줄만 알았던 우리의 인생은 이전에는 없던 다양한 빛깔과 농도로 아름답게 채워지는 중이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가끔은 싸울 테고, 서로에게 잘못할 때가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항상 가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사랑스러운 세쌍둥이를 키워 나갈 것이다.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도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