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인 우리 아이들은 34주 6일,각 2.05kg, 1.96kg, 1.75kg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아이들을 낳기 며칠 전, 초음파상으로 셋 다 2kg을 넘은 걸 확인하고 얼마나 기뻤던지. 오차가 존재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꿈의 2kg 돌파. 3kg 이상으로 태어나는 단태아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숫자이지만 세쌍둥이에게 2kg은 꿈의 무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생각보다 작았다. 특히 막내는 너무 작았다. 충격에 휩싸였다.
160cm 키에 50kg이 안 되는 작은 몸으로 세쌍둥이를 품고 버티기엔 사실 힘이 많이 들었다. 오래 앉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어 옆으로 누운 채로만 지냈다.아이 셋과 3인분의 양수가 내 모든 장기를 짓눌러 목구멍으로 위액이 계속 올라왔다. 당연히 소화가 되지 않았고, 밥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다. 요리는 불가능했고 밥을 차리는 것도 너무 힘들었기에 마지막 며칠은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야 할 시기에내가 밥을 안 먹었다. 나 때문에 아이들이 못 자랐다. 그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밥을 잘 챙겨 먹었어야 했다.
나의 잘못으로 너희들이 이렇게 작고 연약하게 태어났구나. 엄마가 너희를 배속에서 더 크게 키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성장발달 그래프의 0%에도 못 들어가는 나의 아이들.그래프 곡선 저 밑에 떠돌이 별처럼 외로이 홀로 찍혀 있는 나의 아이들.
집에 와서는, 우는 아이들을제대로달래주지 못했다.
셋을 동시에 먹이고, 동시에 달래야 했다. 남편과 함께 붙어도 두 아이는 동시에 한 명에게 안겨야 했고, 그마저도 안될 때는 바닥에 혼자울면서방치되었다.
1호 딸은셋 중 가장 가장 크고 튼튼했다. 그에 비해 아들 둘은 너무 잘 게워내었다. 배앓이도 덜 했는지 아들 둘에 비해 덜 보챘다. 그러다 보니 딸은 항상 바닥에 혼자 누워있거나 제대로 안기지 못한 채 다리사이에 그저 올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세쌍둥이 중에 제일 울지 않는 착한 딸은 그렇게 우리 품에 몇 번 안기지도 못한 채 항상 찬밥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네가 단태아로 태어났다면 엄마 아빠 품에 얼마나 많이 안길 수 있었을까.소중한 내 고명딸아.안아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다리로밖에 못 안아줘서 미안해
2호는 너무 잘 게워내었다. 조리원에서부터 분수토를 자주 해대는 바람에 수유실에서 아이를 안고운 일이 많았다. 아이가 소화를 잘 못 시키고, 토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모든 게 내 잘못만 같았다. 내가 더 튼튼하게 낳았어야 했는데 약하고 작게 낳아 이리 토를 하나 싶었다. 혼자였다면 밥을 먹고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계속해서 안아 줄 수 있는 아이를, 다른 아이들 때문에 오랫동안 못 안아줘서 미안했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분수토를 하는 아이를 보며 그저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엄마가 더 안고 있어 줬다면 네가 토를 덜 했을 텐데. 더 오래 못 안아줘서 미안해.
3호는 제일 작게 태어났다.입도 짧다. 토도 많이 했다. 제일 작게 태어난 만큼 더 많이 먹어야 할 아이가 제일 먹지않았고, 그마저도 토를 해버리니 정말 속이 상했다. 3호는 나를 가장 많이 닮았다. 성격도 나와 가장 비슷하다. 엄마를 통해 들은 어린시절의 나는 3호와 더 많이 닮아있었다. 나는 참 안 먹는 아기였다고 했다. 엄마 젖도, 분유도, 나중에는 밥도 잘 먹지 않았다고 했다.나는 왜 그렇게 잘 먹지 않았을까. 내가 내 엄마에게 지은 죄를 지금 이 아이를 통해 받는 걸까.
날 닮아서 네가 이렇게 뭐든 못 먹는구나. 이런 엄마라서 너무 미안해. 그래도 좀 먹어주면 안 되겠니.
속이 점점 타들어갔다.
딸에게 엄마품을 양보(?)한 아들 둘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님을 나도 안다. 하지만 세 명이 동시에 태어나는 바람에 혼자 태어난 아이들은 당연히 누리는 것들을 못 누리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저려왔다.
수유 시간은 항상 전쟁통같이 정신이 없었다. 한 명은 역방쿠에눕혀한 손으로 먹이고, 한 명은한 손으로 안고트림을 시키고, 그러는 동안 한 명은 방치되고있었다. 오롯이 100프로 받아야 할 엄마의 사랑과 품을 우리 아이들은 3분의 1로 나누어 받아야 했다.
아이들을 낳은 후 몸이 3개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면 너희들을 다 안아줄 수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팔이라도 3개라면 다 같이 만져주고, 한 손로라도 안아줄 수 있을 텐데. 슬프게도 엄마의 몸은 하나고 팔도 2개뿐이구나.
슬픈 생각은 하면 할수록 더 슬퍼질 뿐이다. 언제까지고 자기 연민에빠져, 나와 아이들을 불쌍하게만 여길 순 없었다.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도, 좋기만 한 것도 없다.
외동은 외동이라서, 첫째는 첫째라서, 막내는 막내라서, 중간에 끼인 아이는 중간에 끼여서.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는 결핍과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냥, 우리 아이들도 그런 것이다.
우리아이들은최고의 평생친구를 가진 채 태어났다. 아직은 서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조금만 크면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같은 발달단계를 가진 셋은 크면서도 나란히 사이좋게 커나갈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자극받으면서 긍정적으로 자랄 것이다.
엄마의 부족한 사랑과 품은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의 사랑에 결핍을 느끼지 않게, 평생토록 노력해 사랑이 넘치는 아이들로 키울 것이다.
세쌍둥이기에 작게 태어난 것은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이 작은 몸으로 삼둥이 만삭을 다 채운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더 빨리, 더 작게, 더 위험하게 태어날 수도 있었다. 조금 작게 태어났을 뿐, 아이들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니 스스로를 원망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 한 것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작게 태어났지만 크게 키우면 될 일이다.
거기다 원하던 아이 셋을 동시에 가졌다. 더불어 아들과 딸을 다 가졌다. 나는 복이 넘치는 사람이다. 지금은 키운다고 고생스러워도 나중에는 반드시 더 편할 것이다. 셋이 알아서 놀아줄 날이 곧 올 테지.(그렇게 믿고 싶다!)
난리법석 50일 사진촬영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은 거두고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고,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