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정하기로 첫 발을 내딛다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만들기'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첫 수업을 위해 운전하며 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도 잘 못 쓰는데 책을 쓴다는 게 너무 욕심부리는 건 아닐까? 만약 수업 시간에 "책을 쓰려는 동기가 뭔가요?" 같은 질문이라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강의실에 앉았다.
강사님의 첫 질문은 예상과 달랐다. "독자는 책을 읽을까요? 아니면 볼까요?"
책을 읽는다고만 생각했는데, 강사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독자는 책을 봅니다. 책을 만들려면 책의 구조에 익숙해져야 하고, 쓰기와 만들기는 다릅니다. 이 시간에는 글쓰기는 잠시 잊고, 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세요."
책을 '만든다'는 전혀 새로운 관점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커리큘럼을 설명하시며 12주 후 출판기념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신 점이다. 그게 가능할까? 내 글쓰기 실력으로 과연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을까?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강사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점점 신뢰감이 생겼다.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래, 한번 해보자!
책 만들기의 길잡이가 되어줄 멘토도 생겼다. 이제 남은 건 책의 주제를 정하는 일.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1주 안에 정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도무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22년간의 직장 생활 노하우? 생각만 해도 재미없다. 1년 반 동안 감상한 미술 작품을 모아 미술 에세이를 써볼까? 언젠가 쓰고 싶긴 하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최근 만든 독서 모임과 그동안 읽은 책을 바탕으로 독서 에세이를 쓰는 건 어떨까? 완벽한 선택은 아닐지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을 내리고 난 후, 최근 1~2년간 읽은 책들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다. 약 40권. 나를 감동시키고 성장시킨 소중한 책들이다. 이 책들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다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책을 만들겠다고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뎠다. 앞으로의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기꺼이 모든 고생을 감수할 생각이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 느낄 감동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