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할 일이 많은 사람의 최후

by 김현


"아 저기 죄송한데 이것 좀..."

"아 죄송한데 저희 팀장님이..."

"아 죄송해요..."




옆 부서 직원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그분은 제나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딱히 죄송할 일이 아닌데도 그랬다. 언제는 죄송하다 말하고 쑥스럽게 가버리는 뒷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뭐가 저렇게 죄송한 게 많을까?'





10월의 어느 날, 모든 직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한 회식 날이었다. 난 열심히 소고기를 굽고 있었다.




건너편 테이블이 시끄러웠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른 부서 직원이었다. 누군가를 비아냥거리는 듯했다. 난 신경이 거슬렸다. "나도 짜증이 나는데 저 말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빡이칠까"




내 시선은 소고기에서 자연스레 그곳으로 옮겨갔다. 조롱당하는 사람은 뒷모습밖에 안 보였다. 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직감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떠나가던 뒷모습. 그분이었다.






그 직원은 그분을 틈틈이 비꼬았다. 시비를 걸기도 하고 무시를 하기도 했다. 난 이유를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직원이 그분을 만만하게 본다는 점이었다. 내용이 잘못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었다. 일진이 누군가를 괴롭히듯. 강자가 약자를 조롱하듯. 대화는 그렇게 흘러갔다.





순간 난 그분의 태도가 떠올랐다. 언제나 죄송해하던 모습. 죄송할 필요가 없는데도 죄송해하던 모습. 그분은 언제나 자세를 낮추었다. 이상했다. 그분을 조롱한 건 저 직원인데, 난 왜 그분의 태도가 아른거렸을까?





기억을 되짚어 봤다. 그러자 또 다른 모습이 보였다. 그분을 바라보던 내 모습. 타인의 저자세에 우월감을 느끼는 내 모습이었다.








죄송하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자주 사용한다. 죄송하다는 말은 공손한 말이다. 공손한 말은 타인에게 호감을 얻는다. 남들에게 피해를 안 주고 싶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다. 공손한 말도 지나치면 쉽게 본다. 죄송할 필요가 없을 때도 굳이 이 말을 해야 할까? 죄송하다는 말은 저기요. 아니~처럼 어떤 말 앞에 반드시 붙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다.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무언가다. 과하면 독이 되는 무언가다.




물론 공손한 태도가 잘못은 아니다. 착하다고 괴롭히는 인간이 잘못이지 착한 사람은 죄가 없다. 다만 착하면 언제나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그들을 지구상에서 모조리 추방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착하다는 이유로 누가 무시하면 내가 안 착해져야 한다. 내 잘못이라서가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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