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향수보다는 Downy

by 김현
니치 향수보단 Downy


난 다우니를 좋아한다. 명품 향수보다. 그런 나도 한때는 향수에 미쳤었다. 아마 나 만큼 다양한 향을 맡아본 사람도 드물거다. 난 백화점에 있는 향수를 거의 다 맡아봤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안 들어온 향수도 맡아봤다. 외국에서 맡은 건 아니었다. 외국 사이트에서 샘플을 구매해 맡아봤다. 한 달만에 샘플값만 수십만원은 썼던 것 같다.





난 향수를 고르고 골랐다. 지금까지 모은 향수는 5개. 여성분들이나 향수를 많이 쓰는 분들이 보면 몇 개 안 되는 양이지만 향수를 하나도 모르던 애가 한 두 달 만에 모은 것치곤 지 않은 개수다.




그런데 난 이때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하나의 향수도 추가하지 않았다. 왜일까? 한때 여자 친구에게 향친 놈으로 불렸던 남자가. 향에 미쳐 향조 노트 책까지 사서 공부했던 남자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난 향수를 좋아했던 게 아니었다. 내가 관심 있던 건 향수로 할 내 이미지였지, 향수 자체가 아니었다.




사실 난 니치 향수보다 소피소피 드레스퍼퓸을 더 좋아한다. 우리 집 화장실에 있는 도브 비누를 더 좋아하고 특히 다우니 실내건조향을 정말 사랑한다. 다우니는 내가 너무 좋아해서 페브리즈에서 다우니 향 나왔을 때도 바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언제는 빨래를 하고 널려 있는 바지에 코를 박며 "향 참 좋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더라. "내가 저기 있는 수십만 원짜리 향수도 이렇게 좋아하나?"




순간 난 돈뭐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내가 진짜 뭐에 씌었던 것 같다. 니치 향수를 뿌리면 내가 명품이라도 될 거라고 생각했나? 아마 내 코가 은연중에 항의를 했을 텐데, 쓸데없는 감성에 취해 내 감각을 무시했던 것 같다.








물론 향은 취향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향수들이 어떤 향보다도 고급지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감각을 타고나진 못한 것 같다. 고급진 척을 해보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어느 순간부터 옷장에 있는 저 향수들이 알콜병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난 궁금했다. "저거 5개면... 다우니가 몇 개지?"




후회해도 늦었다. 이미 나간 돈은 돌아온다. 그래도 괜찮다. 항상 내 옆에 있던 게 가장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아 있는 향수를 종종 뿌리긴 하겠지만 앞으로 새로운 향수를 더 들일 일은 없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벽 5시. 오늘은 자기 글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