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로 담배를 사주다니
3년 전이었나? 일 때문에 서울로 올라간 친구는 내 생일 선물로 칼을 보내줬다. 내가 요식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난 칼이 있었다. 그것도 친구가 보내준 칼보다 10배는 더 비싼.
친구의 마음은 이해했다. 친구 입장에선 내가 요리를 하니까 나에게 필요한 게 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칼을 반품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칼 대신 스타벅스 포인트 카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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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프면 아이에게 뭘 해줘야 할까? 여기서 우리가 떠올리는 건 약이다. 아니면 주사 거나. 보통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가 아프니까 당연히 약을 줘야지. 그런데 장난감을 사주면 어떨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을 사주면 안 되는 걸까?
종종 우리는 상대방에게 뭐가 필요한지만 너무 집중한다.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선물을 주든 뭘 주든 그렇다. 특히 아무리 자기가 좋아해도 담배처럼 백해무익한 것들은 절대 선물로 주지 않는 것 같다.
난 내용이 뭐가 됐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주는 게 맞다고 본다. 설령 그게 본인에게 해가 되더라도 말이다. 난 그게 그 사람을 가장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욕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아니 선물로 담배를 주라고? 빨리 죽어라는 거냐!' 빨리 죽으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 사실 난 부끄럽지만 그런 선물을 준 적이 있다. 난 나에게 칼을 준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담배와 술을 줬다.
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얘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지? 그게 전부였다. 난 친구가 웃었으면 했다. 그러기 위해 술과 담배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여자 소개? 능력이 안 됐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는 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물은 모두 사랑이다. 어떤 선물을 받든 좋다. 그래도 더 기쁘면 좋잖아? 주는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진심으로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입으로는 고맙다 하는데 표정이 굳어있으면 나도 찝찝하다.
만약 담배처럼 상대방에게 백해무익이 되는 건 도저히 주기 싫다면 그냥 상품권이나 스타벅스 쿠폰 같은 걸 주는 게 나은 것 같다. 그걸 싫어하는 사람은 잘 없으니까. 괜히 필요한 거 챙겨주려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면 양쪽이 다 찝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