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다 감기 걸린 썰

by 김현


난 요즘 찬물 샤워를 한다. 찬물 샤워는 기분을 상쾌하게 준다. 난 러닝 후 땀에 젖은 옷을 벗어던진다. 화장실로 들어가 우선 뜨끈한 물로 몸을 지진다. 깔끔하게 씻은 후 샤워기 밸브를 찬물로 돌다. 찬물을 쏘아대는 샤워기 옆에 난 선다. 심호흡을 깊게 한다.


"후..."



찬물은 아직 몸에 닿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난 요란을 떤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지른다. 주먹을 쥐고 위아래로 흔다. 하나... 둘... 셋!

셋과 동시에 난 찬물을 뿌리는 샤워기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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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찬물 샤워를 할 땐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샤워도 아니지. 찬물 마무리..? 뜨끈한 물로 씻다 마지막 30초 찬물을 뿌리고 나오는 게 전부다. 한두 번 할 때는 개운했다. 찬물을 적시고 나오면 몸에서 김이 났다. 그 상태로 10분만 누워 있으면 머리가 맑아졌다.




찬물 샤워도 중독되더라. 안 하니까 하고 싶더라. 그러다 언제는 조금 더 길게 해 보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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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바들바들 떨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난 5분 동안 헉헉거렸는데, 시라도 옆집에서 들으면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렇게 난 샤워를 마쳤다. 근데 이상했다. 평소와는 달랐다. 정신이 맑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몸이 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무거워지고 목도 붓는 것 같고. 그렇다. 감기에 걸렸다.






순간 난 부끄러웠다. 찬물 샤워 좋다고 주위에 그렇게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감기에 걸려 갤갤대고 있는 내 모습이 어처구니없었다.


물론 내가 무리를 한 거지. 안 그래도 추위에 약한 편이고 잔병치례 많이 하는 편인데, 조심하지 않은 건 내 잘못이다. 그래도 민망하긴 했다. 이 약 좋다고 먹어봐라 한 인간이 병상에 드러누워있는 꼴이라고나 할까?




뭐든지 과유불급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 또 사람마다 적절량이 있는 법이다. 난 나를 과대평가했다. 단계를 조금씩 올렸어야 했다.



그래도 무리해 봐야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알 수 있다. 안 다치며 운동하는 게 최선이지만 한 두 번은 다쳐봐야 한다. 그래야 한계를 알고 페이스를 조절한다. 고작 찬물 샤워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고 있다.



이제 겨울이다. 찬물 샤워하기 최적에 계절이다. 그만큼 조심도 해야 한다. 내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찬물로 샤워하는 것이다. 지금은 3분을 못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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