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리고 너 없는 계절의 쓸쓸함

by 박순동

봄비, 그리고 너 없는 계절의 쓸쓸함

박순동


5월의 봄비는 유난히 조용히 내린다.

마치 누군가의 이름을 낮게 부르듯,

혹은 오래된 기억을 다시 꺼내듯.


창밖으로 흐르는 빗줄기 사이로

문득, 네가 떠난 날의 풍경이 겹쳐진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다.

꽃은 피어 있었고, 초록은 짙어지던 때였는데

나는 네 뒷모습만을 바라보다

천천히 젖어갔었다.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소리 없이.

봄비처럼.


지금도 그날의 공기, 그 촉촉한 냄새,

그리고 빗소리의 리듬이 나를 붙잡는다.

주변은 점점 화사해지는데

내 마음은 아직 겨울 끝자락에 서 있다.


비는 모든 것을 적셔 지나가지만

너 없는 봄만은 지워주지 않는다.

계절은 변해도, 그리움은 그대로다.


나는 오늘도 너 없는 이 봄을 걷는다.

피어난 꽃들 사이로, 스며드는 빗속으로,

그 쓸쓸함까지 안고서.


20250503 봄비 오는 날. 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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