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동의 산행 일기] 봄의 문턱에서 만난 겨울의 잔상

[산문시] 계절의 경계에서 띄우는 편지: 불암에서 수락까지

by 박순동

[산문시] 계절의 경계에서 띄우는 편지: 불암에서 수락까지

박순동


상계역을 등지고 정암사 마당에 들어서니, 발밑은 이미 영락없는 봄의 영토입니다. 보송보송한 은빛 솜털을 세운 목련 봉오리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성급한 산수유는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수줍은 인사를 건넵니다. 가벼워진 옷차림만큼이나 마음도 연둣빛 설렘으로 물들어 산길을 오릅니다.


하지만 불암산 정상에 다다르자 산은 돌연 엄격한 낯빛을 보입니다. 덕릉고개를 지나 수락산으로 향하는 길, 고도가 높아질수록 봄의 자취는 흐릿해지고 공기는 다시 서늘한 겨울의 숨결을 뱉어냅니다. 도솔봉을 거쳐 수락산 정상에 섰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계절을 잊은 백색의 풍경이었습니다.


바위틈 소나무는 하얀 눈꽃을 겹겹이 두른 채 여전히 매서운 겨울의 품에 안겨 있고, 등산로 구비마다 하얀 설국이 완강히 버티고 서 있습니다. 산 아래는 이미 꽃소식이 완연한데, 정상은 아직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 겨울의 마지막 고집을 부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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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아래 전암사 산수유

오늘 하루, 나는 봄의 문턱을 넘어 다시 겨울의 중심부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발밑은 봄의 설렘이었고, 눈앞은 겨울의 장엄함이었습니다. 이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공존 속에서, '순동'은 봄날의 기억 속에 찰나의 겨울 추억 하나를 더 소중히 갈무리합니다.


내일이면 다시 산 아래의 따뜻한 봄볕 속으로 돌아가겠지만, 오늘 마주한 저 흰 눈은 찬란한 봄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이 남기고 간 마지막 정표였음을 믿습니다. 계절의 경계에서 만난 이 풍경을,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당신의 봄에게 선물처럼 전하고 싶습니다.


26. 8. 7. 순동. 불암 수락산에서 봄에 떠나지 않는 겨울을 만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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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정상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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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릉고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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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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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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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에서 바라본 북한산 인수봉 2026-03-08 1048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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