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망록
박순동
가을에게 물었다
내 트랙만 이렇게 긴가
이번 삶에서
그만 걸어나가고 싶었을까
매미, 속엣것들로 떠난 걸 보면
가지런히 접어둔 날개 위
햇살 고요하고
잠시 사귀었던 하늘이 따라 나섰다
허다한 삶이 모두 그 길로 떠나갔다
저 들판의 허수아비도
오늘은
두 팔을 내리고 싶은 거다
초록도 발치에서 저물고 싶어라
나무와 나무 사이,
행간을 메우는
새소리도 곡(哭)이다.
2021. 9. 11. 철원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금학산을 오르며 계현이 생각나서. 순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