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酒 2
박순동
그대 떠난 뒤
술은 자꾸 말을 건넨다
묻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아프냐고
조용한 잔을 들면
잊은 줄 알았던 그대가
천천히 스며든다
숨결처럼, 눈물처럼
한때는 함께였고
한때는 마주 웃었는데
지금은 술잔 속 얼굴마저
흐려져만 간다
무진장 먹세그려
말없이 남겨진
이 허망한 자리에
그대 이름 부르며 마시네
무진장 불러보세
지워지지 않는
그 밤의 잔상 위로
다시 그대를 앉혀두고
인생은 덧없고
그대는 멀고
나는 오늘도
한 잔으로 그대를 품는다
2021.11.18. 순동. 얼마 남지 않은 율곡로 사무실에서 이사를 앞두고 계현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