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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김 Jul 04. 2023

아고똥하니 여여하게 살어리랏다

종달새랑 여여하게 사는 이유

종달새랑 여여하게 살어리랏다     

 남쪽의 개마고원 진안의 운장산 자락 산골마을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5년째다. 예전엔, 여여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미처 모르고 지냈다. 작금의 시골살이 낭만의 참맛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지금은 아침이면 종달새와 인사를 나누고, 꽃이 피면 들꽃무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여행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길섶에 온통 하얀 개망초 춤추는 초여름이었던가? 아침햇살이 뜰 안에 스며들기 시작하자 산책에 나섰다. 삿갓봉 뭉게구름 아래 시원한 바람이 나를 안아주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귀를 사로잡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삐비삐리 쭈쭈루루 찌리리 캬아” 화음이 꽤나 새퉁스러웠는데,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종달새였다.

“안녕! 종달아”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더니, “삐리삐삐 쭈르르 찌르르 캬아∼”지저귀는 랩같은 소리... “거참! 코러스치곤 엄청 경쾌하구나, 그래! 너나들이 신세타령이나 한번 해볼까? 난 요즘 오춘기인데, 넌 고민꺼리가 뭐니?” 종달새는 아무런 대꾸도 없다. “뭘 그리 고민하면서 살아, 멍청아! 고민하거나 비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어. 그리고 난 생각이 없어. 그냥 지저귈 뿐이지. 숙명이니까.” 속으로 비꼬는 듯이 말하는 느낌이었다. “아참! 그래, 넌 빡대가리지. 깜박했군.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친구야”

 또 한번 “찌르르 캬아∼” 지저귀며 깃털을 흔들어 대더니 날개짓하는 종다리의 작은 모습은 마치 위로의 단짝친구처럼 느껴졌다. 잠시 종달새와 주거니 받거니 간만에 느껴본 치유의 순간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혼술이니 혼밥이 일상이 되면서, 어느새 종다리마저 친구처럼 느껴진다. 초록빛 메밀밭길 사이로 이리저리 들판을 누비는 사랑스런 노고지리, 천상의 피처링 소리, 귀호강이로세! 이 얼마나 정감어린 풍경이더냐!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도 말했던가? “내일 날씨가 좋으면 종달새와 함께 일어나야 할 거야”

두메산골은 나만의 시간표대로 구름에 달 가듯이 종다리와도 함께 살아가기 딱 좋은 곳이다.  

 산골마을에선 꽃샘추위 물러가니, 농번기엔 눈코 틀 새 없이 바삐 돌아간다. 밭두렁길엔 온통 머위랑 민들레, 도라지, 개망초, 달맞이꽃까지 폴폴나는 지라. 이런저런 풀무리야, 푸르딩딩 야생의 천국이 따로 없다. 참 게미있는 삶터다. 

 어느샌가 산골살이에 적응한 걸까. 이웃집 할매와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별명이‘하하할매’인데, 둘레길에서 마주치거나 잡초메는 밭을 지나칠 때도 늘 “하하∼” 싱글벙글 웃으며 대해주신다. 그야말로 ‘하하할매’는 우리마을 최고의 게미샘이다. 

 이젠 나도 하하할매처럼 동그마니 밭일하는 촌부가 될지라도, 그냥 종다리와 함께 나만의 게미있는 여여별곡(如如別曲)을 노래하면서 지내련다. 

“샛별지자 종다리떴다. 호미메고 사립나니. 아희야 시절이 좋을손...”농사철 아침나절의 시골풍경을 노래한 옛시조처럼 말이다.

 생게망게한 세월 속에 내 인생도 종달새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한 살매 유유자족하면서 여여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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