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중에서
꽃피는 소리
철쭉동산에 꽃피는 소리가 들려온다
중년의 사춘기라도 찾아온 걸까,
갯버들에 진달래 향 내음만 스쳐도
연분홍빛 그 시절에 젖어버렸나 보다
인연이란 달그림자 하나 차오르던 순간
봄이라는 계절의 끝자락 어딘가에
간절토록 머무르고 싶었는데
당신은 왜 첫눈에 피었다가 숨어버렸나요
산자락에 숨은 사연들은 초록 향기 속에
저마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데
나만 홀로 영글지 못한 봄빛 속을 떠돈다
그대를 꽃처럼 그려볼 날이 다시 온다면
들판의 모든 꽃 이름은 당신꽃이라 부르리
이슬 모아 벙글어가던 순간만이 아니라
봄빛 속에 영글어가고 싶은 심정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