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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김 Jul 05. 2023

아고똥하니 여여하게 살어리랏다

놀멍쉬멍 꽃같은 인생이어라

 그야말로 봄부터 초여름까지‘여차하면 꽃이 피고 아차하면 꽃이 지는 때’고비마다 꽃무리 춤추는 계절이다. 

 시골에 살면서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식물집사라도 된 것처럼 들꽃식물들과 대화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농부들이 밭일하시면서 농작물들과 이야기하며 신세타령하시는 모습들이 떠오른다. 

“얼씨구 좋구나, 어화어루 상사디여, 니나노 늴리리야, 오뉴월이 당도하면 우리농부 시절이라”신이 났다가도, “금이야 옥이야, 키웠는디... 이놈의 내 신세야. 뭔 놈의 팔자가 이리도 쎈가 모르겄네”푸념섞인 넋두리가 쏟아진다. 노동요에 민요까지 참 정겨운 소리들이다. 

“으샤으샤” 오늘도 삶을 캐내는 곡괭이소리처럼, “영차영차” 다함께 힘내 버티자는 응원소리처럼, 어차피 산다는 건 하고 싶다면 해야 하고, 하기 싫다고 안할 순 없는지라.  

 주말 아침 동이 트자마자, 텃밭으로 가는 길가엔온통 개망초야 금계국 넘실거리는 야생의 들꽃무리와 마주친다. 그중에서 초여름에 가장 우아하면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꽃은 양귀비꽃일 게다. 

“안녕, 양귀비씨! 정말 상쾌한 날씨지요. 기분이 어떠신지? 오늘따라 그대의 향기에 취하고 싶군.”양귀비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너무 좋아요. 참 환상적이죠. 그럼 함께 즐겨볼래요. 그렇다고 제 매력에 너무 푹 빠지면 곤란하지만요.”

 양귀비는 우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햇살에 비추어 점점 그라데이션으로 변하는 꽃잎과 검붉은 입술같은 빛깔로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왠지 샘이 나자 나도 한마디 맞장구쳤다.

“아이쿠, 양귀비씨! 그렇다고 너무 째내지 마오, 당신만이 매력적이라 착각도 하지 마소. 물론 착각은 자유지만. 여기 개망초야, 찔레꽃들도 모두 다 아름다운 건 마찬가지니깐!” 

 그냥 스쳐지나가는 자들의 눈에는 잡초같은 들꽃일지라도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다 신비로운 꽃무리이다. 마을 샛길을 싸드락 싸드락 걷다 보면, 마음을 위로해주는 건 들꽃 무리다. 가수 조관우의 <들꽃>이란 노래마저 내 마음을 쓰담쓰담 달래준다.

“아무도 없는 길가에 홀로핀/ 이름모를 들꽃처럼/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어떤 바램도 없겠죠∼”

 누가 뭐래도 들판에 꽃피우는 일처럼 꽃멍에 숲멍이야, 비가 오면 비멍이요, 풀꽃을 만나면 풀명이요, 바람을 만나면 풍욕인지라. “딩가딩가, 딩가딩 링가링가, 링가링∼”놀멍쉬멍하면서, 옴니암니 따지지 말고 여여(如如)하게 살아간다면 좋지 아니한가?

 비록 살다보면 ‘개같은 인생’이 다반사일지언정, 어쩌면‘꽃같은 인생’으로 들꽃처럼 여여하게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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