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 이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종종 들려오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다 이긴다니. 사실 내게는 때로 나이브하고 무책임하게 들린다. 무엇이든 이기는 치트키같은 게 정말 존재한다면, 그게 사랑이라면, 세계엔 왜 여전히 고통과 슬픔이 넘쳐나는지. 미움과 불합리함 투성이인지. 제인의 사랑은 왜 결국 쳇을 마약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는지.
살다보면 아무리 사랑해도 안되는 일들이 있다. 사랑이 아무런 힘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나는 사랑의 역할을 과신하고 싶지 않다. 사랑은 때로는 이기고 때로는 진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한다. 911테러 당시 위기의 순간에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보냈던 문자의 내용은 'I love you.'였다고 한다. 그 누구도 생의 마지막 순간을 미움과 혐오로 채우지 않는다. 보고싶은 이를 떠올리고 지난 일들에 감사하고, 더 함께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숨통이 멎어가고 눈꺼풀이 감기는 순간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해야 하는 일. 우리는 그것이 사랑임을 안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문명의 시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다리뼈'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대 사회에서 한 사람의 다리가 부러진다면 그는 반드시 죽는다. 위험으로부터 달아날 수도, 사냥을 하거나 물을 마시러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다른 짐승들의 고기가 될 뿐. 그러나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다리뼈는 누군가가 그 사람이 치유될 때까지 도와주었음을 나타낸다. 마가렛 미드는 누군가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을 돕는 것, 그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라고 답했다.
인간은 그러한 방식으로 몇 천년을 건넜다.
사랑이 우리의 본질이다. 비록 늘 이기지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