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마음이 정말 여리신 분이다. 그리고 섬세하시다. 어릴 적의 기억에는 귀족같이 도도하고 결단력 있으셨던 20대 중후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랬던 어머니께서 지금은 작아지고 왜소해지셨다. 결정을 내리는 것에 힘들어하시고, 사소한 것에 많은 신경을 쏟으시며 목소리도 움츠러드셨다. 그간의 삶에서 당신을 왜소하게 만든 것은 나 때문인지 우리 때문인지 또는 삶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2시간 거리의 고령에 고로케를 먹으러 가자고 하신 날이 있었다. 나는 멀미를 핑계로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핑계로 어머니께서 길 가다 차를 멈춰 세워 보여주신 예쁜 단풍나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피곤하셨는지 바로 잠드셨고 그 모습을 보니 당신께서 보여주고 싶으셨던 예쁜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 죄송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 가보가 떠올랐다. 어릴 적에 집이 정말 힘들어서 학교에 급식으로 내야 할 돈이 밀린 때가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밤과 낮이 없이 부업을 하시면서 모으신 돈으로 동화책 전집을 사서 읽을 책거리들을 마련해주셨다. 그 전집은 아직도 본가에 꽂혀있는데 그 전집들을 나중에 나와 여동생, 남동생의 자식이 생겼을 때 가보로 물려줄 거라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얼마나 필사적으로 사셨을지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어머니께서 물려주고 싶으신 것이 책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 마음들이 떠올라서 주무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앞으로 조금 더 함께 있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겠노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