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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투바투 Sep 10. 2023

낡아가는 것에 대한 동경

오랜만에 지하철 1호선을 탔다. 1호선을 타고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었다. 문득 창문 밖을 봤을 때에는 빠르게 바깥의 풍경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하철 노선 사이마다 초록색의 풀들도 많이 자라 있었고, 선로의 길은 갈색으로 녹슬어 있는 모습도 빠르게 지나쳐갔다. 멈추는 승강장들 마저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거의 2호선만을 이용하다가 이렇게 1호선을 탈 일이 생기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오래된 것들을 관찰하는 것이 즐겁다.


나는 그리고 현대 사회는 꽤 새 것에 익숙해져 있다. 새로운 것들이 빠르게 나온다. 지금 순간에 마저 며칠이 지나면 예전의 것들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라진다. 그래서 의외로 예전의 것들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막상 찾으려고 하면 없는 것처럼 예전의 것들을 찾으려고 하니 별로 없는 것이었다. 나의 물건들 마저도.


그래서 그런지 낡아가는 것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지금 내가 그것들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 아직 없어지지 않은 과거의 흔적을 현재 나는 지켜보고 있다. 지나간 응축된 과거의 결과물을 나는 지금 마주하고 있다. 그 사실이 나는 퍽 신기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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